잡다생각_펌 - 2004/08/24 16:46

* 이글은 jineeya - 행운을 빈다(http://yyjoo.net/archives/000102.html) 에 트랙백한 글입니다.

 

간혹 생각해보면 스스로 어찌나 용감무쌍한지...
'모르는 게 약'인 인생을 제대로 누리는 측면이 없지 않다.

 

어린이집교사 시절인 98년 어느날,
뜬금없이 진보넷 창립총회에 가서 자원활동을 시작하였고,
2000년이 되니 어쩌다가 상근활동을 시작하였고,
그렇게 진보넷 활동가가 되었다.



뭔지도 모르는 '정보통신운동'이라는 것도 시간이 하나둘 해답을 알려준다.
만들고 싶은 '정보통신운동'이라는 것도 시간이 준비와 노력의 여지를 준다.

 

그리하여 형성된 '내 조직',
속상하고 미안하고 고민되는 동시에 행복하고 자신만만하고 나만의 척도로 성취가 평가된다.

 

이제 서른도 좀 넘고 나름대로 알량한 정보통신운동가 딱지도 붙은 것 같은데,
내 평생에 없을 것 같았던 노동운동 딱지가 코앞에 다가왔다.
이 딱지가 잘 붙을지는 내가 제일 궁금하다.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 들어가는' 김지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아직 마인드 셋업이 안되서 그런지 그닥 실감나는 단어는 아니다.
뭐랄까?
첫째로, 노조활동가 역시 '활동가'를 떼어놓지 않는 한 '현장노동자' 와 등치되진 않는 것 같지 않아서 그러하고,
둘째로, 반복해서 들으니 실은 '엄청난 생각과 다짐을 품고 가야 하는 건가?'하는 느낌도 있어서 그러하다.

 

세월의 무게 때문인가? 진보넷 정리는 쉽지 않지만,

이후 행보에 대한 나의 결정은

나이나 운동영역이나 두루두루 살펴봐도 좀 무게감이 있으면 좋으련만

의외로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이루어진거다.
뭔가 엄청난 생각이 숨겨져있다고 자기 세뇌하기엔 뜨거운 가슴에 비해 머리가 좀 식어서...^^

 

그래서 한편으로 노조운동과 민중정치를 열심히 고민해온 선배들에게 약간은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있다.

 

아마도 나는 예전에 미처 고민하지 못했으나 이제서야 현장조직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한계지점에 대한 뼈저린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며,

매우 좋거나 매우 나쁜 방식으로 현장없는 민중정치나 정치빠진 현장정치의 딜레마에 대해 관점을 갖게 될 것이다.

 

어떻든 이리하여 정보통신운동은 몰라도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은 접게 되었다.

그리고 2004년 어느날, 뜬금없이 노조 준비를 위한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진보넷을 정리하는 감상에 흠뻑 빠져있는 지희...(나 변태~!)

 

蛇足----------------------------------------

영주형, 행운 많이 빌어주라~! 근데 너무 높이 평가해준 거 아녀? 하긴, 좋은 자세야~~!

앞으론 왠지 내가 부탁(을 빙자한 요구)할 일도 많을 것 같은데, 계속 친하게 지내자구.(O_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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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24 16:46 2004/08/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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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또 한명의 활동가를 보낸다.

    Tracked from 2004/08/27 23:53  삭제

    (이 글은 jineeya - 어느 둔치의 행보 https://blog.jinbo.net/jineeya/?pid=91에 트랙백) jineeya가 가끔 내 (그리고 들레꽃의) 꼬심에 진보넷에 들어왔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그랬는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

  1. neoscrum 2004/08/24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이게 뭔 소리랴? 지희씨 빠지면 진보넷은 우야라고..
    난 앞으로 진보넷에 전화해서 누구랑 통화하나..
    함 봅시다. 뭔 이야긴지 좀 차근차근 해줘요~!

  2. jineeya 2004/08/24 1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되버렸네여...헤헤...^^ 전화해요. 술한잔 하죠~!

  3. 레니 2004/08/24 2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쩐지 비장함이 느껴지는 포스트. 쓰시면서 감회가 새로왔을 것 같아요. 언젠가 저도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때가 온다면, 이 순간을 회상하며 생각할 것 같아요. "에잇 지희누나도 했는데..." 헤헷

  4. 스머프 2004/08/25 1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넘 놀랐넹...지희씨~ 진짜루 진보넷 떠나는거예요? 어디로 가는데요?
    정말이지 비장한 이 포스트 보고 저도 너무 놀랬어요...우리 만난지 1년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아쉽게 우리의 다리구실을 한 진보넷을 나간다니...무척 슬프기도 하군여..조만간 꼭!! 봅시다. 정말 '술한잔'안할 수 없는 일이네요..ㅠ.ㅠ

  5. jineeya 2004/08/25 2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레니,스머프/엇~! 영주형이 넘 근사뻑적지근하게 썰을 풀었길래, '사실은 가벼운 마음으로...'뭐 이러면서 쓴거였는데..^^

  6. 마그마 2004/08/26 0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옷 눈 깜딱할 새에 이런 일이

  7. 마그마 2004/08/26 03: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옛 애인과 신기할 정도로 아주 많이 닮으셔서, 볼 때마다 옛 사랑의 향수에 젖곤 했다는 -_- 지금은 가끔씩 안부 확인하는 친구로 지내는데, 얼마 전에 통화하다가 너무 닮았다고 하니깐 궁금하다고 찾아와 보고 싶다는 걸 말렸었져; 그 사람 사진 보시면 아마두 놀라실 거예여. 친척 중에 김씨 있냐구 물어 봤을 정도.. 이거 언제 얘기할까 고민하구 있었는뎅.

  8. jineeya 2004/08/26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그마/헛~! 그렇게 얘기하니, 내가 더 궁금하당~~. 나같이 생긴게 어떤건지.. 나중에 볼 수 있음 좋겠구만.

  9. hi 2004/08/27 2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문날인 반대연대 회의 끝나고 환송연 자리로 갈까 하다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지? 이런 생각이 들더만요. 음... 아쉽다고 할까? 아님 축하한다고 할까? 뭐가??? 뭐가 아쉽고 축하하고 그런 걸까... 그러다가 기냥 갔어요... 뭐 이렇게 블로그에서 살아가는 모습 볼 수 있겠죠. 홧팅~~!!

  10. ㅠㅁㅅ 2004/08/27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 빼고 환송회 한 사실이 맘에 걸리죠? ㅎㅎ 쥔님 토욜날 집회가 많아서 어쩌지. 밤늦더라도 꼭 환송회 알쥐...

  11. jineeya 2004/08/28 1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i/오시지... 진짜 양가적인 감정이랍니다. 잘 살 수 있으려나..^^;; 잘 지켜봐주세여~!
    배트/그래, 오늘 쭉~ 한잔~!

  12. 레이 2004/08/30 19: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니를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결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수 있기를 기대할께요. ^^ (진보넷에서 아는척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줄어들게 되다닛.. -_ㅜ;)

  13. jineeya 2004/08/31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캄사캄사~! 기대 많이 바랍니다~! 혹시라 딴데서 봐도 아는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