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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7/10/21 14:41

* 밝은집 님의 한국현대사진의 풍경 에 관련된 글

 

한국 현대 사진계 원로, 중견, 신진들의 사진을 총망라해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 분관에서 열리고 있다.

작가별로 3섹터로 나뉜 전시의 구획은 3세대간 구분이기도 하지만, 사진을 통해 바라보는 피사체와 카메라에 대한 작가의 위치같기도 하다.

 

희한하게도 실제 피사체와의 물리적 거리는 모두 제각각이지만

원로에서 신진으로 갈수록

피사체는 사람-자연-사물(또는 투영되는 사회)로,

피사체와의 거리는 다가옴에서 멀어짐으로,

카메라와의 거리는 도구에서 친구로 변하는 느낌이다.

 

 

1.

1880년대 사진이 도입된 이후 1960년대 프로사진가 개념이 정착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는 1세대들의 사진에서는 대체로 피사체 내부까지 꿰뚫어 사진이라는 정지화면에 담아내고자하는 엄청난 욕망이 느껴진다.

 

육명심 [백민-강원도 강릉](1983)

 

 




주명덕 [논산](1971)

 

심지어 극히 거리감을 두고 싶은 피사체에게조차 바라봄의 거리에 대한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이러한 거리감 개념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만병통치가 아닌- 가벼운 두통을 동반할만큼 피사체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하게끔 유도해낸다.

 

황규태 [만병통치](2000)

 

 

 

2.

중견 집단들은 사진전을 안착화시킨 세대이기도 하다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사진의 크기가 커지면서 화면 안에 자연이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한다.

혹여 사람이 주요 피사체라 하더라도 주변화하거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묻어나는 피사체에 대한 거리는

피사체의 중심이 사람에서 자연으로 옮겨지면서 보다 드넓은 시야를 선사하는 자연을 닮아가고 있다.

 

민병현 [SNOWLAND.SL165](2006)

 

배병우 [소나무](1992)

b

 

김아타 [ON-AIR Project 056-1](2004)

 

 

 

3.

중견 작가들이 새로이 확장시킨 피사체가 자연이라면,

신진 작가들이 새로이 확장시킨 피사체는 사회다.

물론 1세대도 인물이 있으니 주변의 사회를 담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그 '사람'으로부터 파생된 공간을 담은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반면, 신진들은 사회 자체가 핵심 피사체로써 사람이나 사물, 간혹 자연이 그 공간안에 배치되어진 느낌이다.

때론 작가가 아닌 카메라가 원하는 대로 찍은 것 아닐까 싶은 사진도 있다. 그만큼 사물을 대한 감정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끼게 한다.

 

김옥선 [Alex and Eric](2004)

 

 

아래 사진은 너무 작게 축소되어 놓칠 부분이 있는데,

실제 이 사진을 보게 되면 전화박스 바닥에 전쟁을 벌이고 있는 작은 병정인형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백승우 [Real World II](2006)


 

대체로 감정 투여의 대상을 사람과 자연까지 봐준다 하더라도 사물로 확장시키는 건 이상한 거부감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나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물과 그 사람으로 구성되는 것이 사회이고,

사회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다보면 사물에 대한 '바라보기'는 당연한 결과치다.

 

확실히 상대를 꿰뚫어 표현하고싶고 관계 맺고 싶은 욕망이 21세기가 된 우리들에게도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만,

지금의 시대에 대뇌의 명령을 무시하고 간뇌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프로젝트일 수 있다.

 

현대인들은 조금씩 사회가 할퀴고 간 상처를 품고 있는 일종의 정신병자들이며, 소외라는 현상의 핵심 대상들이다.

따라서 뭣 모르고 상대방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을 풀가동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는 순간이 오면 - 물론 계속 제정신이 아니면 상관없을 것 같은데- 상대방이 요구하는 감정의 홍수에 휩쓸려버리게 된다.

실제 요즘은 누구를 만나든 마치 정신과 상담 치료를 원하는 사람마냥

끊임없이 말을 한다. 그러나 어떻게 듣는 지를, 관계의 진정성을 잊은 존재들 같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조금씩 감정의 경계선을 긋는다. 

동시에 생존 전략 차원에서 사회를 통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진실, 자연과의 관계에 대한 진리를 찾고자 한다.

 

 

* 사진출처 : 서울시립미술관 [한국현대사진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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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1 14:41 2007/10/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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