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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7/06/30 19:32



 

이 애니는 프랑스 작품. 왠지 '프랑스는 '헐리웃을 좋아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착한 놈 나쁜 놈 확실하고, 권선징악이고,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그것이 어떤 종족의 멸망이라 할 지라도) 정의(내지는 힘)는 이긴다는 기본 속설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다.

3D로 무장한 화면의 매력과 달리 스토리는 헐리웃 블록버스터 한판과 같다고나 할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심한 건지도 모른다.

이 애니가 악인에게 내린 징벌은 내가 그동안 봐온 많은 이야기들 중 단연 최악이 아닐까 싶다.

 

 



선수 소개

이 애니에선 세가지 종족이 등장한다.

종족A : 유일하게 이름을 알 수 있는 종족은 바카노이인.

어느날 기계문명이 발달한 바카노이인의 거대 함선이 폭파하면서 한 행성에 떨어졌다.

생존자라곤 그들의 모든 지혜가 담긴 파란 공 모양의 엑시스와 아기 1명.

 

 

종족B : 두번째 종족은 편의상 수액종족이라 불러본다.

물 또는 수액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행성에는 수액종족이 있는데, 그들은 물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공간 이동이 가능하고 몸체도 물처럼 변형이 가능하다.

그러나 함선이 행성에 떨어진 후 600여년이 지나면서 행성의 수액은 거의 남지 않은 수준으로 메말라간다.

이 종족은 마치 벌의 체계처럼 여왕이 다스리는데, 여왕은 바카노이의 함선으로부터 떨어진 엑시스 때문에 수액이 사라진다고 생각하고 시시때때로 공격할 틈만 노리고 있다.

 

 

종족C : 마지막 종족은 주인공인 카에나가 속한 종족.

이 종족은 탄생한 지 길어봤자 600년 미만.

그도 그럴 것이 엑시스를 중심으로 행성에서 바로 근접한 다른 행성을 향해 거대한 나무 넝쿨 비스무리한게 생겨난 곳에서 발생하여 살고 있다.

이들은 수액종족을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의 노예가 되어 수액을 체취한다.

 

 

 

흑백 나누기

여기서 종족C가 착한 놈으로 - 착하다기 보다 차세대 떠오르는 종족이라고나 할까? -,

맨 마지막에 카에나의 인도를 받아 건너편 행성, 일종의 신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종족B는 나쁜 놈으로, 종족C를 노예로 부려먹은 데다가 종족A의 엑시스에 대한 분노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종족A의 엑시스가 떨어진 이후로 목숨같은 수액이 점점 말라가는데, 여왕 입장에선 일종의 생존권 투쟁 아니었나 싶다.

엑시스 때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그들이 사는 행성은 이미 종족B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척박한 상태가 되었고 결국 종족B는 버림받는 운명의 생명체가 된거다.

 

종족A는 달랑 1명 살아남았던 자가 600여년을 살아오지만 행성의 어떠한 일에도 참견하지 않고 자신의 기술력만으로 삶의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만난 카에나를 통해 엑시스의 생존을 알게 되고 자신의 행성으로 가지고 가려했으나 엑시스에게서 버림받는다. 엑시스는 종족C와 함께 존재하기로 결정하였기 때문에... 결국 이 종족도 -이 행성 안에서는 - 멸망.

 

더이상 미래를 이끌지 못하는 종족은 과감히 멸망. 결국 이 한 애니에서만 두개의 종족이 사라져버렸다.

왜 이 애니는 공존의 희망을 털끝만큼도 남기지 않는 걸까?

사고체계를 갖춘 유기체는 과연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공존의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것일까?

 

잔혹한 악인 징벌

종족B의 여왕. 악의 화두다. 비참한 결말은 예상 범위 내다.

그러나 그녀의 결말은 꽤나 가슴 아프다.

가장 예상하기 쉬운 결말은 카에나가 내리치는 한방에 죽는 거다. 그러나 여왕이 오히려 제압했다.

그럼 여왕은 어떻게 죽었는가?

일단 종족 중 유일하게 남은 수컷이 다른 암컷들을 꼬신다.

'여왕은 종족 보존 의무를 방기하고 있는거다', '저 엑시스만 공격하다가 우리 종족은 멸망할거다', '그 공격을 위해 너희들도 하나둘씩 죽어가고 있다'...

그래서 결국 여왕은 엑시스를 공격하는 도중 같은 종족의 암컷들을 앞세운 수컷에게 그대로 덮쳐진다. 우린 아마도 이런 상황을 '강간'이라 부르지 않나?

 

물론 여왕은 이 한방에 죽지 않았다. 이건 종족 보존을 위한 만행이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 때 죽었으면 더 나았으려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계속해서 공격을 멈추지 않던 여왕은 결정적 순간 

단 한순간도 참을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먹을 것을 찾는 굶주린 아기주머니 속 아이들에게 함락되어 먹히고 만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과연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이미 수액은 바닥이 났다.

 

여왕의 종족A와 C에 대한 공격은 부질없는 짓이었을 지도 모른다.

엑시스가 수액을 마르게 한다는 그녀의 판단은 완전한 오판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차피 종족B의 운명은 정해져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전히 내 눈엔 생존을 위한 투쟁 정도로밖에 안 비추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이 죽음은 가슴을 후벼파는 서러움마저 느껴진다.

죽음이란 것에 경중이 어디 있으랴만..

마치 여성에게는

전쟁 속 총포라는 공적 상황이 주는 위협이외에도

강간과 근친살해로 얼룩진 사적 - 그러나 사회적 - 상황이 주는 위협이 더해진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꼭 공적 책임을 사적 징벌로 푸는 것 같은 느낌, '일상이 모두 공포'라는 느낌, 소수에게 더욱 확장된 위험과 위협에의 잠재라는 공포...

그래서 이 애니는 무섭고 기분 나쁘다.

 

* 사진출처 : 씨네21(http://www.cine21.co.kr) +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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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30 19:32 2007/06/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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