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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5/12/25 00:01

극장가에선 해리포터와 다가올 '태풍'에게 밀리고,

운동권에선 총파업과 WTO에 밀린

그런 다큐 한편이 있다.(지금쯤이면 있었다인가?)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다큐 한편.

서울에 사는 나는, 결국 시네아트(맞나?)에서 할 때를 놓치고 인천까지 가서야 볼 수 있었다. 일본인이 갖는 야스쿠니 신사에 대한 생각, 지도자들이 단절시킨 민중의 알 권리,

요즘 황우석을 비롯한 APEC, WTO 등을 다루는 언론의 모습을 보면서 알 권리, 생각할 권리가 조작됨으로써 사람들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 지 깨닫게 된다.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수백만명의 사망자를 낸 소위 '대동아전쟁'.

아시아를 유럽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명목으로 진행된 이 전쟁에 대해 일본인들은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일본은 이 전쟁을 통해 수많은 아시아 민중들을 학살하고, 강간하고, 징병하고, 굴욕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한국인은 이희자라는 50대 아줌마.

그녀는 태어난 지 13개월 만에 아버지가 일본군에 징병당했다.

기다렸지만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고 어머니는 재혼하였다.

그녀가 새삼스레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나서게 된 동기는 다소 궁금하지만,

어떻든 수많은 세월이 지나 1995년부터 아버지의 존재를 찾아나선 그녀는 3년만에 아버지가 중국의 난징에서 죽고, 천황을 위한 전쟁에 위대한 죽음을 맞이한 일본군으로서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모셔진 걸 알게 되었다.

 

또 한명의 주인공인 일본인 후루카와 마사키.

그는 공무원으로 사회운동과의 인연이 나름대로 있는 사람 같다.

우연한 기회에 고베에서 이희자씨를 만난 그는, 그녀의 일본에 대한 엄청난 분노에 놀라고 만다. 엄청난 인명 피해를 낸 고베 지진에 대해 그 당시 희자씨는 안되었지만 받을 만한 '벌을 받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후루카와 마사키씨는 희자씨의 아버지 찾기에 상당히 많은 지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조력자 중 하나가 되었고, 그 둘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신뢰감과 안정감이 느껴진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본 장면 중 하나는 제2의 홀로코스트라 불리는 난징대학살 박물관 장면이다. 우연인지 몰라도 내가 영화를 본 다음날인 12월 18일 새벽 MBC에선 난징대학살에 대한 다큐를 방영하고 있다.

거기엔 [안녕사요나라]에서 이희자씨가 기겁을 하며 봤던 박물관의 모습이,

내 키보다 높은 흙더미 사이엔 빼곡하게 묻힌 뼈들의 단면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한 지역에서 200여명이 넘게 발견된 시체엔 번호표가 붙어있었고, 성인 키의 1/3도 안될 것 같은 작은 시체는 아이들이었다.

중국까지 함께 날아갔던 또다른 영화의 주인공 후루카와 마사키씨는 연신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를 되뇌이고 있다.

 

또 하나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야스쿠니 신사 앞 시위.

한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연신 일본어로 야스쿠니신사의 문제점에 대해 지나가던 일본인들에게 외치다가 경비원인지 보수쪽 인물인지 모를 아저씨에게 정통으로 얼굴을 가격당했다. 싸가지...-_-;;;

당연히 모를만한 일, 몰라도 누가 뭐라하지 않을 일에 당당히 나선 그녀의 벌개진 얼굴을 희자씨가 어루만져주었고,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미안합니다'를 외칠 뿐이다.

 

두 주인공을 번갈아 보여주고 일본 내 야스쿠니신사에 대해 반대하는 새로운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희자씨의 굳은 표정 속에서 그녀의 분노를 쉽게 느낄 수 있었다.

"조센징은 가라!" 고 외치는 일본 우파들 앞에서 '그런 조센징을 왜 야스쿠니신사에 모셔놓았냐? 내놔라!'라고 외치는 그녀의 말엔 재치를 넘어서 늘상 당하는 폭력들에 단련된 강인함과 분노가 잔뜩 서려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분노가 녹아내리고 강인함 속에 갇혀있던 여린 마음의 벽이 부서지는 그 순간은 그녀와 뜻과 생각을 나누는 일본인들과 어울려 있을 때였다.

그렇게, 이 영화는 희망을 말한다.

 

 

* 여기서 여차저차 끝냈으면 좋겠지만 몇마디 뱀발을 달자면,

이희자씨의 다양한 감정선을 따라가본 것은 매우 좋았지만 후반으로 갈 수록 화면에서 나타나는 감정과 심지어 보여주는 공간조차 여러번 반복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차라리 공분 또는 슬픔, 전쟁의 처절함을 느끼게 할만한 다양한 정보가 제시되었으면 하는 욕심도 좀 생긴다.

난징을 남경이라고 표현한 것도 차라리 중국인의 발음으로 해주는 것이 맞지 않았나 싶다. 그 '남경대학살'이 '난징대학살'인 거 파악하는데 좀 걸렸다...-_-;;;

 

근데 참 희한하지? '이희자'씨 성함을 적는데, 계속 '김지희'라고 적고 있다.

 

* 안녕사요나라 홈페이지 - http://www.annyongsayonara.net

* 한겨레 리뷰 - 야스쿠니신사의 재조명, <안녕,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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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25 00:01 2005/12/2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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