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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만화영화책 - 2004/08/09 23:41

정신없이 뛰고, 소리지르고, 짐을 나르는 시장판.
귀마개 모자를 눌러쓴 10~18세 아이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포장하실래요?" 를 외치며 지나가는 이의 소매를 잡아보지만 매정히 뿌려쳐지고,
"일꾼 5명!"이라는 소리에 미친듯이 달려가보지만 낙오되어 서로 주먹다짐하는 아이들.

 

해가 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기위해 밀수 트럭에 몸을 맡긴 그들은 이런 노래를 읊조린다.

"인생이라는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아이낳다가 어머니가 죽었고,
밀수하다가 아버지가 죽었다.
첫째 로진은 동생 마디의 치료를 위해 결혼으로 팔려가고,
둘째 마디는 15살이지만 1살박이 막내보다 키가 더 작은 장애인이다.
셋째 아윱은 12살밖에 안되었지만 공부도 포기하고 가장노릇을 위해 밀수 전선에 뛰어들고,
이 모든 가족사는 넷째 아마네의 입을 통해 이야기된다.

 

삶이 고단한 이들을 위해 바라던 소망이라도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로진은 이웃마을로 팔려가지만 결국 마디를 데려가지 못하게 되었고,
마디는 의사선생님만 보면 도망가지만 결국 잡혀 주사를 맞아야 한다.
아윱도 마디의 수술비를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겨우 살림살이 꾸릴 정도.

 

결국 아윱은 로진의 결혼 지참금으로 받은 말과 마디를 데리고 총성과 지뢰가 가득한,
그러나 말을 비싸게 팔고, 마디를 수술시킬 수 있는 이라크로 향한다.

 

영화잡지에서 평소 괜찮게 생각하는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를 아래와 같이 평했다.
"살아내기가 힘들고 버겁다고 느끼는 당신에게!"
그러나 이번 평론은 그다지 감격스럽지 않다.
'그래도 내가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고 생각해봐야 하는건가?

 

80분이 너무 짧아 아쉬웠고,
눈넘김이 녹녹치 않아 아른거리는 장면이 한둘 아니고,
한여름 눈발위에 오들오들 떠는 마디의 모습에 소름끼쳤던,
그래서 긴장되고 한기도는, 그러나 아름다운 영화.

 

귀마개모자와 머플러를 둘러쓴 아이들이 전해주는 인생 이야기.


"인생이라는 놈은 나를 산과 계곡으로 떠돌게 하고 나이들게 하면서 저승으로 이끄네..."

 

 

* 사진 출처 :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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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23:41 2004/08/09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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