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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노동자투쟁 20주년 울산창작뮤지컬

노동자들이 직접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서 무대에 올렸다.

당연 배우로 출연한 이들도 노동자...

"~ 하여도"  라는 제목으로 울산의 노동자 문화패들이 만든 이 뮤지컬은

지난 토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87년 노동자대투쟁 20주년 행사의 마지막 행사로 이루어졌다.

 

"~하여도 ~하여도 ~그래서 그렇다 하여도, 나는 그렇게 못한다.

같이 싸우는 사람 놔두고 나 혼자 몸빼는 짓 못한다.

남의 조합 사정 자기 일처럼 챙겨주고 함게 싸우는 사람들 봐서라도 나는 그렇게 못한다.

내 손으로 밥이라도 챙겨 먹여야재." - 주제곡 <하여도> 중 (우창수 글,곡)

 

 

인천에 이어 울산에서 노동자 투쟁 20주년 노동문화제를 열었다.

지난 번 이야기했듯 노동문화제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인천과 울산.

게다가 창작 뮤지컬을 올린다니... 당근 가봐야쥐... 했고

또 대부분의 문화활동가들이 내려갈거라 생각했다.

근데... 참, 미리 미리 사람들을 채근하고 챙겼어야 하나?

막상 닥치니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단다. 헐?!!

토욜 당일이 되서야 부랴부랴 갈사람 다시 확인하니 영석이 뿐.

둘이 기차표를 어렵사리 예매하고 빗속을 뚫고 가니 공연은 이미 시작했다.

체육관 가설 무대에 조명을 받으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엥? 김형균동지? 박종진 동지? 김삼곤 동지? 아니 저사람은 김해정 동지? 어라? 범헌이네?

환한 웃음으로 식판을 들고 노래하며 춤을 추는 저들이 정녕 내가 아는 그들인가?

재밌었다.  그 밝은 모습이, 그 신나하는 모습이...

물론 내용은 즐겁고 유쾌하기만 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치만 무대에 선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난 무척 즐거웠다.

연습도 참 많이 하고 공도 참 많이 들였다 싶다. 연기가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다.

용역업체가 운영하는 대공장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통고된 절망.

이들은 지하식당에서 농성에 들어가고 이렇게 고립된 듯 보였던 그들의 싸움이

20년 전 노조결성에 참여하고 또, 20년 동안 상처받고 외로웠던 이들이 연대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

 

우창수의 주제가와 좋은친구들 경아가 만든 춤곡과 울산의 문화활동가들의 밥과 노가다,

극단 새벽의 이성민 선생님과 새벽 단원들의 헌신적인 노력들이 보태지고

사전 제작자들 200여명과 후원 단체들의 지원으로 성공적(?)으로 공연은 끝났다.

어렵게 시간을 만들어가며 연습하고 갈고 닦은 40대의 문화패들이

대사와 춤과 노래를 진지하게 몰입해서 연기했다.

몸도 굳었지만 연습하면서 감정이 메말라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도 놀랐다는 그들.

그렇지만 할 수 있었다는 거...

 

노동자 문화패가 창작공연을 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대개는 집체극 형식으로 매체별 문화패들이

각각의 파트를 맡아 결합시켜가는 것이었다면

이번 창작 뮤지컬은 노래패들이 연기와 춤을 다 소화해 낸 뮤지컬을 제대로 했다는 점에서

아마 노동자 문화운동 사상 최초의 기록이 아닐까 싶다.

또 기획부터 창작, 연기와 스텝 모두를 이들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도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 아까와서 서울이나 인천에서 이 공연을 받아서 할 수 있다면 또 해보고 싶다는...

인천공연과 서로 교류했으면 정말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그건 나의 마음에서 자신이 없었던 거 아닐까?

그까짓 돈 몇 푼 더든다고... 아니... 과연 사람들이 이런 공연에 와줄까?

하는 소심함과 부담감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제작자들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220여명의 개인들이 자신의 전화번호와 메시지를 적어주었다는 건 어쩌면 모두을 오래전부터 목말라 있었던 건 아닐까?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스스로의 일상으로부터 혁명을 이루어낸 이들처럼

우리도 우리 안에 숨어있는 가능성을 더 찾아 발굴하고 일상의 혁명을 이루어야 하지 않을까?

 

그동안 움츠렸던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울산에도 얼마나 오랜만에 간건지... 뒷풀이 자리에 온 동지들 중 반 정도는 모르는 얼굴이었다.

울산 동지들이 왜 이렇게 안왔냐고 했을 때 난 '불러주는 사람이 없어요' 라고 했지만

내 스스로가 안 움직이고, 안 돌아다닌 걸 인정해야 했다.

인천 문화제를 하고, 또 울산 문화제를 다녀오고 나서 이제 정말 나 자신을 추스려야 함을 깨달았다.

남의 탓 하지말고, 내가 그냥 움직이면 되는 거라는 걸.

한 선배님과 늦게 까지 이야기하고 다음날도 이야기 하면서 많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었고

또 많은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 난,  정말 자~~알 살고 싶다.  청명한 가을하늘만큼 내 맘이 맑아졌다.  난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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