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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4/25
    새에 대한 단상(5)
    풀소리
  2. 2008/04/25
    생일(8)
    풀소리
  3. 2008/04/20
    초원의 빛(6)
    풀소리

새에 대한 단상

1.

내 출근길은 참으로 길다.

하지만 꼬불거리는 시내를 지나 능곡을 끝으로 도시지역을 벗어나는데

여기서부터는 지루함은 사라지고, 멋진 풍경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수로에는 넘치도록 물이 흐르고

수로 옆으로는 나무들과 키 큰 갈대들이 자란다.

수로를 지나면 행주산성이 있는 덕양산이다.

덕양산은 계절의 변화를 늘 극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먼저 이파리를 틔우고 또 가장 먼저 이파리를 떨구는 이름 모를 나무가 대표적인데

색의 미묘한 차이로 문득 다른 계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덕양산을 지나면 자유로 강변길이다.

넓은 강하고, 그보다는 좁지만 그래도 제법 넓은 강변 공원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2.

행주산성 앞 수로부터 덕양산자락을 지나 강변의 긴 자유로, 그리고 넓은 강 위를 가로지르는 성산대교

이 길다란 길은 시원한 눈맛을 주는 동시에 풍요로운 사색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 길가에는 새들도 많다. 어쩜 새들이 이곳의 진정한 주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철새라는 말이 무색해진 오리와 기러기 떼들이 때때로 날아다니고, 가끔 맹금류인 말똥가리가 상공을 배회하거나 가로등 위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뿐인가. 성산대교를 건널 땐 너무나 도도한 품위를 지닌 갈매기나 가마우지의 근접비행을 종종 볼 수 있다.

 

갈매기는 주로 버스와 같은 방향으로 비행하는데, 군살 하나 없는 날렵한 몸매에 어쩜 날개짓도 없이 그렇게 우아하게 비행한단 말인가.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만하다.

 

멋지기로 말할 것 같으면 가마우지도 빠지지 않는다.

이름 때문에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이다.

한번은 아침 출근길에 가마우지가 하류에서 내가 탄 버스 쪽으로 유유히 날아오는 거였다.

붉은 벼슬이 있는 것으로 봐선 수놈이 분명하다. 다행이(?) 길이 막혀 버스는 거의 정지하고 있어 오래도록 볼 수 있었다. 까만 몸매에 붉은 벼슬이 도도라진 가마우지는 마치 버스를 들이받아도 자기 책임이 아니라는 듯 위엄 있게 날아오고 있었다.

 

3.

새들을 볼 때마다

세상 모든 생물들 중에서 기적적일 정도로 가장 놀라운 시도를 한 종이 새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하늘을 날 생각을 했을까.

중력을 무시하고 하늘을 난다는 건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길래 지금의 새의 모습으로 진화했을까?

 

(그런 의미에서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은 자전거라고 생각한다. 어떤게 나란히 있는 두바퀴로 이동하는 수단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진정한 천재다.)

 

위대한 시도를 했고, 여전히 기품 있는 우아한 종족인 새들도 진화과정에서 얻음만 있는 건 아니었다.

그들의 위대한시도는 치명적인 대가가 필요했으니 그건 머리가 작아졌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빗대어 '조두'라는 놀림을 스스럼없이 한다.

그렇더라도 그들의 위대한 시도는 박수를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물론 날 수 있는 게 새들 뿐만은 아니다.

특히 나비류로 말할 것 같으면 너무나 신기해 무신론자인 나조차도 신이 없다는 신념이 흔들릴 정도다.

 

나비류는 날 수 있는 또 다른 곤충인 메뚜기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심지어 변태 과정을 가지고 놀라운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슷해 보이는 잠자리류하고도 다르다. 메뚜기류의 날개는 강력한 뒷발에 의한 도약의 보조수단일 뿐이다. 메뚜기와 잠자리는 날 때부터 날개자리를 몸에 가지고 있다. 마치 아이가 이빨 없이 태어나도 잇몸 속에 이빨 씨가 있듯이 말이다.

그런데 나비류는 애벌래 시절에는 어디에서도 날개의 흔적을 찾을 수 없지 않은가.

 

고치를 짓고, 번데기가 되는 것도 신기하다.

드디어 번데기 껍질을 벗고 우아한 나비로 태어나는 건 진화론만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만 같다.

 

4.

그렇담 산오리는 어떤가.

사실 산오리는 조류가 아니지 않은가.

조류로 위장한 인간일 뿐이다.

 

위장 조류일지라도 산오리 또한 조류의 특징을 잘 가지고 있다.

남들 야구장 가는 게 배가 아파 비나 펑펑 와 경기가 취소되라고 고사를 지낼 정도로 늘 유쾌하고 자유로운 발상을 하지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음을 계산에 넣지 못한다.

 

그래도 그 역시 조류의 또 다른 특징인 우아한 위엄을 가지고 있으니

'당신 때문에 야구도 못 봤으니 빨리 와서 술 사'라는 요구에

기꺼이 먼 길을 와 술을 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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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어제가 생일이었다.

오후 4시쯤 회의 중간에 달력을 확인 할 일이 있었는데,

음력으로 3월 19일 바로 내 생일었던 거다. ㅋ

 

그래도 미역국은 두 그릇이나 먹었다.

점심에 미역국이 나왔는데,

저녁 식당 밥에도 미역국이 나왔다.

 

그래도 먼저 번 아들 생일을 잊어버린 것 보단 났다.

다행이 음력으론 지나지 않은 상태라 음력 생일로 해줬지만...

'부모가 돼 가지고 뭐 이래!' 하고 항의하는 아들을 보면서

몹시 부끄러웠다는... ㅎ

 

어쨌든 생일을 잊었다는 데 대하여 유감은 없다.

하루가 다 가는 시점에서 오동식군에게만 살짝 얘기했는데

케익을 사와 여러명이 알게 되었다.

하는 것 없이 나이만 들어가는 게

조금은 챙피했다.

 

그래도

오동식!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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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빛

흠뻑 무르익은 봄은

마치 강원도 산골같은 괴산 속리산 자락에도

가득 피어있었다.

 

민들레와 제비꽃이 만발한 보람원 숙소 앞 잔디밭/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을 떠올리며 찍었는데, '꽃의 영광'을 살리지 못했다... 카메라와 나의 능력은 여기까지 뿐...

 

수련회에 가면서 난

행사 중 홀로 나와 뒷산을 천천히 둘러 볼 예정을 잡았는데,

막상 수련회가 시작되면서 그럴 수 없었다.

너무나 무성의하게 수련회를 대하는 이들을 보면서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의무감이랄까...

 

그래도 온통 넘치는 봄을 어쩌랴...

 

진달래 가득한 냇물가 오솔길

 

막 피어나고 있는 조팝나무 흰꽃들

 


보람원 본관 옆 소나무 숲

 

사람이 많으면 오히려 외롭다.

난 그 외로움을 홀로 거닐며 털어내는데,

이번 수련회에서는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지나고 보니

기록적인 숙박 수련회였더라...

 

가장 술을 적게 먹은 수련회...

가장 일찍 잠을 잔 수련회...

 

공동투쟁 승리! 통합산별 건설!/ 딱히 길이 보이지 않아도, 가야하는 길이 있는 것 같다...


달집태우기/순식간에 일어난 불길은 마치 달나라까지 닿을 것처럼 타올랐다.

 


자기 나이만큼 저 불사다리를 뛰어넘으면 소원이 성취된다나 어쩐대나 ㅎ/ 사람들 참 신명이 많더라...

 


밤이 되어도 꽃의 유혹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다...

 

홀로 잡은 방 창문을 여니 꽃이 활짝핀 배나무 위로 보름가까운 달이 떠올라 있다...

 

책임이라는 게

지고 싶어서 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없어도 문득 떨어지는 것...

마치 옛날 경찰하고 대치하는 거리 투쟁에서

뒷줄에 서 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맨 앞줄 경찰하고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랄까... ㅎ

 

그러고 싶지 않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활짝 핀 벚꽃

 

계단 돌틈에 핀 제비꽃

 

서울로 돌라오는 길 온 산천은

봄이 활짝 피어나

피곤에 절어 쏟아지는 잠도 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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