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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5
    봄, 들꽃(5)
    풀소리
  2. 2008/05/12
    봄날은 간다.(7)
    풀소리
  3. 2008/05/12
    태종대(3)
    풀소리

봄, 들꽃

다들 힘들어 하는데,

혼자만 봄에 열광하고,

또 봄을 즐기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도 어쩌랴.

내 성정이 그런 걸...

 

다만, 잠시라도 이곳에 들린 분이라면

요즈음 힘든 일이 많은 분이라면 더욱 더

직접 가보지 못해도

맛이라도 보시라... 짧은 휴식이라도 되시라...

 

붓꽃

 


담장 밑에 피어난 꼬들빼기 꽃

 

부로농원에 널려 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는...



온 산천에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하는 아카시아/ 보기도, 향기도 좋지만, 샐러드를 해도, 튀김을 해도 맛있을 거 같다는... 



밭 담울 넘어 홀로 피어난 열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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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오늘은 반팔 옷이 추워보일 정도로 오랜만에 제법 선선했다.

그래도 화창한 봄날이 계속되었었기에

산천에 피고지는 꽃들을 보면

봄날은 휭하니 가버리고, 여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이 한눈에 보인다.

 

한창 꽃을 피우는 애기똥

 

산딸기 꽃

 

 

봄을 마지막으로 알리는 꽃들

예를 들면, 아카시아꽃이나 밤꽃, 그리고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대추꽃들이 피면

봄으론 끝무렵이고, 여름으론 시작무렵이다.

 

봄의 끝을 알리는 아카시아 꽃

 

우리 텃밭의 작물들도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오늘 부로농원에서 보니

아카시아는 한창인 반면,

밤꽃과 대추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대신에 여름꽃인 연꽃이 한 송이 피었다.

 

일찍 피어난 연꽃/ 여름꽃인 연꽃이 딱 한송이 피었다.

 

연못가에 피어난 꽃창포

 

불두화/ 초파일 즈음에 꽃이 피고,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뱀딸기/ 짧은 개화기가 지나면 빨간 뱀딸기 열매가 한바닥 열릴 것이다.

 

 

계절이 간다는 건 '아쉬움' '향수' 같은 걸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난 계절이 가는 것에 대해 특별한 유감은 없다.

다만, 지나감이 아쉬운만큼

자연 속에서 그 향취를 마음 껏 들이키고 싶을 뿐이다.



무덤가에 피어난 이름모를 들꽃들

 


무덤가에 피어난 씀바귀꽃

 


모든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다는 컴프리.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그 싱아란다. 껍질을 벗기고 줄기를 먹는다고 하는데,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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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대

태종대

오랫동안 그곳을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것 같다.

부산에서 몇 시간 동안 짬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태종대에 가보고 싶었다.

 

태종대에 다시 가는 계기가 됐던 5월 10일 화물연대본부 총력투쟁결의대회

 

서투름과 열정이 동시에 지나치게 넘쳐나던 20대 시절

태종대는 나에게 일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어떻게 해서 시작되었는 지 모르지만

결정을 못해 크게 망설이거나 마음을 정리 못해 혼란스러울 때면

나는 늘 태종대를 찾았다.

 

물론 지금은 새로운 역사가 들어섰지만, 부산역은 생각만 하여도 설레는 곳이기도 했었다.

 

태종대를 혼자 거닐고

속까지 비치는 푸른 물결을 보고

촛대바위 옆 커다란 바위에 앉아서 먼 바다를 한 없이 바라보다 보면

이상하리만큼 마음이 정리되곤 했었다.

 

산책로 시작지점의 철쭉

 

인적이 드문 산책로/ 전체 길이가 약 4Km쯤 되는 것 같다.

 

막 피어나는 아카시아꽃/ 찬 바닷바람 때문인지 꽃이 피는 건 서울보다 늦은 것 같다.

 

당시 무궁화호를 타고도 5시간 쯤 걸렸던 것 같다.

거기서 또 버스를 타고 30분쯤 더 가니

차타는 시간만 해도 11시간이 넘는 길이었다.

 

시간도, 돈도 내 처지에선 만만치 않은 것이었지만,

꽤 여러번 들렀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산책길을 접어들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바다./ 난 바다가 너무 좋다.

 

영도 섬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해서 그런지 이곳에는 많은 배들이 입항을 기다리며 쉬고 있다.

 

태종대 입구에선 바람이 무척 쎘었는데, 이곳은 고요하기만 하다.

 

등대섬과 컨테이너선/ 몇 모퉁이를 도니 바람이 불고, 파도기 높다.

 

이번에 태종대를 한바퀴 돌면서 가만히 옛 기억을 더듬어봤다.

나는 왜 태종대까지 와서 마음을 정리하곤 했을까 하고...

 

무엇보다 먼저 부산에선 자유의 냄새가 났던 것 같다.

그곳에 살아보지 않았으므로 부산이 실제로도 자유로운 곳인지는 알지 못했었다.

다만, 항구라는 외부로 열린 공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관념에는 '부산' = '자유'라는 등식이 성립되었었다.

 

오붓한 산책길/ 대부분의 사람들이 코끼리열차 비슷한 열차를 타고가니 이 좋은 산책길이 텅 비어있다.

 

사람들은 거의 모두 요거를 타 산책길이 한가롭다./ 물론 나는 텅 빈 길이 더 좋으니 땡큐다.

 

숲도 참으로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굳이 태종대가 아니어도 기차를 타고 오는 긴 시간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불어로 바다는 엄마와 발음이 같다.

어쩜 엄마처럼 안기고 싶은 심정이 발동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이후에는 엄마에게 기댄 기억이 없으니 이것도 순전히 관념일 뿐이다.)

 

자살바위 앞의 모자상/ 일설에는 자살하려고 이곳에 온 사람들 마음을 돌리기 위해 세웠졌다고 한다.

 

자살바위에서 내려다본 바다/ 자살바위 위엔 지금은 건물이 들어서 있다. 정말 이곳에서 떨어지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다.

 

자살바위 옆 단애/ 파도가 거세 해안 옆 바다는 완전 뒤집어져 혼탁하게 보인다. 내가 여러번 이곳에 왔었어도 오늘처럼 파도가 거센 적이 없었다.

 

그리고 태종대 바다는 무엇보다도 아름다웠다.

풍부한 여행을 하지 못했던 내게 태종대 바다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동해바다는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하기는 한데 시선이 수평선과 너무 가까워 그 맑은 물결이 오히려 흐리게 보인다.

서해바다는 물론 탁하게만 보이고...

(물론 지금은 서해바다도 참 좋아한다.)

태종대 바다는 수평선이 훤하게 보이면서도 높다란 단애 위에서 보아서 그런지 속깊이까지 보일정도로 푸른빛이 맑았다.

 

촛대바위/ 20대 시절 앞에 있는 넓은 바위에 앉아 먼 바다를 한없이 보기도 했었다.

 

촛대바위 옆엔 등대가 새로 생겼고, 저런 조형물도 생겼다. 바다를 향해 달려가자는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 살을 뚫고 박힌 가시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담 태종대에서 마음을 정리한 결과는 어땠을까?

글쎄...

기로에 놓였던 여러 갈래의 삶과

지금 내 삶이 어떤지 가치판단이 잘 안 된다.

 

 

촛대바위 근처는 날아갈듯 바람이 거세다./ 거센 바람에 활엽수 잎이 뒤집어져 흰빛이 넘쳐난다.

 

멀리 오륙도가 보인다.

 

다만, 물론 대학을 졸업한 후에 뒤늦게 알았지만, 그 예쁜 얼굴에 대학시절 내내 연애 한번 하지 못할 정도로 한 친구에게 깊은 상처를 준 일도 있었으니

태종대에서 한 결정이 모두 잘 됐던 건 아니었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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