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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계획을 하고 떠난 여행과 그 여행기입니다.

52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8/06/20
    끌림(6)
    풀소리
  2. 2008/04/02
    두지리 그리고 헤이리(7)
    풀소리
  3. 2007/10/14
    남해 은점포구
    풀소리

끌림

가슴 떨릴 만큼 멋진 풍경이 문득 시야에 들어왔다.

누군가 저 아래 고라니가 있다고 했고,

고라니가 사라질 때까지 난 고라니만 봤다.

 

고라니가 또랑으로 내려서 풀더미 속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이 갑자기 나타났다.

 

고라니는 왼쪽 위 나무사이에 머물다 또랑으로 사라졌다. 

 

수몰선 밑으로 드러난 넓은 풀밭/ 호수 옆 드러난 흰속살 만큼 물은 수몰선 밑으로 내려갔고, 우리가 들어간 카페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그곳은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력한 끌림이 있었다.

 

 

그곳에 가고싶다는 욕망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나는 일행으로부터 양해를 얻었고,

마시던 카프리 병을 들고 그곳으로 향했다.

 

수몰선이 시작되는 곳은 몇년 묵은 밭처럼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풀밭이 되어 넓게 펼쳐진 풍경은 발걸음을 떼기 힘들게 했다.

풍경에 취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맥주를 마셨다.

 

풍경에 취해 술병을 든 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풀소리/ 일행이 망원렌즈로 찍었다.

 


호수에 가까이 갈수록, 마치 지중해에서 사하라를 간다면 그럴 것처럼, 풍경은 초원으로/ 사막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몰되기 전 또랑은 또다시 드러나 똘똘똘 예쁜 물소리를 내면서 흐르고 있었다.

 


갈대는 이미 작년키 만큼이나 자라 있었고...

 


숙주를 찾지 못한 기생식물 새삼은 가는 줄기조차 양분을 채우지 못해 바닥에 누렇게 널부러저 있다. 



물가가 가까워질수록 풀들의 키는 작아졌고,

종류는 단순해졌다.

마치 사막이 가까운 초원이나,

비가 온 뒤 돋아난 키작은 풀들이 뒤덮인 사막처럼 보였다.

 

꽃밭을 이룬 넓은 풀밭

 

넓은 메꽃밭

좀더 키작은 메꽃밭

 

 

표면이 부식돼 부스러지고 있는 다리와 집자리의 콘크리트 시설물들은

댐이 생기기 전 이곳에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으로

마치 고대 유물처럼, 거짓말처럼, 풀섶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호수 밑에서 드러난 옛 다리


 

풀밭 사이로 드러난 옛 집터/ 작년에 자랐을 말라비틀어진 망초대 대궁은 마치 고사목지대의 속살을 드러낸 나무등걸들 처럼 듬성듬성 서있다.

 

호수가 가까워질수록 정말 사막가까운 초원처럼 풍경이 바뀐다.

 

여기는 거의 사막같은가? 또랑은 호수가 가까워지면서 속으로 스미어 자취를 감춘다.
 

한때는 당당한 위풍을 자랑했을 것 같은 나무등걸이 썩은 말뚝처럼 군데군데 서있다.



한 사람, 고라니 한 마리, 물새 세 마리/ 발자국의 주인공들이다. 사람과 고라니는 이곳에 왜 왔을까? 나처럼 풍경에 끌려 홀린듯 왔을까?



카페로 다시 돌아와 내려다본 풍경/ 언젠가 다시 갈 수 있을까? 그곳에...

 

* 덧붙임> 지난 6월 6일 대청소 주변 문의문화재단지에 갔다가 들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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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지리 그리고 헤이리

1.

지난 토요일이다.

심상정 후보 집중유세가 있었던 날

차가운 봄비가 하루 종일 추적추적 내렸고,

심상정 후보는 목이 완전히 잠겼다.

 

덕분에 유세는 일찍 끝났고,

뒤풀이로 술자리를 마련하는 즈음에 감비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파주에 모이기로 했는데, 가능하면 오라는...

 

감비는 카페 로트랙 앞 야외무대에 앉아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다.

 

물론 바로 가고 싶었지만,

자리를 벗어나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요즘 늦게 퇴근하다보니 지역 사람들 하고 어울릴 기회가 적었고,

선거운동 때문에 모처럼 만났으니

자리를 뜬다는 게 쉽게 용인(?)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2.

뒤풀이에 함께 한 정태인 교수는 정말 술을 좋아하시더라...

모처럼 지역 당원들이랑 어울려 2차, 3차로 몰려다녔다.

 

그 사이에 감비로부터 문자가 몇 번 왔었다.

문자 중 어떤 것은 보았고, 어떤 것은 못 보았다.

술자리가 질펀해 문자 오는 걸 못 느낀 경우도 있었고,

전화 액정이 말썽을 부려 못 본 것도 있었다.

 

일행은 카페 로트렉 앞 그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옇튼 담날 안 사실이지만,

감비는 저녁에 못 오면 담날 아침에라도 오라는 문자를 보냈었다.

 

일욜 아침에 감비와 전화통화하면서 고양시에 오면 점심을 사겠다고 했는데,

점심 때 쯤 전화가 왔다.

어이쿠. 파주로, 그것도 끝인 적성면 두지리로 오란다.

 

로트렉에서 한옥 93재 가는 길/ 상수리나무와 언덕 등 자연환경을 살리면서 길을 만들었다.

 

3.

서둘러 갔는데도,

1시간이나 걸렸다.

두지리 원조 매운탕은 굉장히 맛있더라...

난 매운탕을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암튼 먹어본 매운탕 중 제일 맛있었다.

 

어쩜 모여 있는 사람들이 좋아서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93재 안마당 화단에는 머잖아 투명한 연분홍 초롱꽃을 피울 금낭화가 봄비를 머금은 채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

 

4.

술잔을 빠르게 비우고,

우리는 헤이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행들은 맥주와 커피, 차가 동시에 되는 곳을 찾았고,

93뮤지움에 있는 카페 로트랙에 자리를 잡았다.

 

앞에는 야외 테이블 놓여 있고, 사이 사이 그네가 놓여있었다.

1박 2일 푸지게 노신(?) 일행들은 그네에 앉아 편안히 휴식을 취했고,

카페 뒤에 있는 한옥 93재를 둘러보기도 했다.

 

권부는 전시된 도자기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연부는 석상에 기대어 쉬고 있다.

 

한옥은 느린 삶을 연상시키며 아련한 향수를 자아낸다.

 

5.

감비 일행과 함께 있는 동안

찌든 도시생활을 벗어나 싱그러운 자연에 와 있는 듯한 신선함을 느끼기도 했었고,

또 한편으론 나의 삶터이며, 요즘 특히 숨통을 조여오는 노조를 생각하며,

감비 일행과 함께 있는 게 마치 현실이 아닌듯 싶기도 했었다.

 

예쁜 섬돌이다. 연부는 신발이 있어야 어울린다며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올려놨다.

 

6.

요즘은 하루하루가 전쟁같다.

어쩜 사람으로써 저럴 수 있을까 싶은 일이 내 주변에서 계속 일어난다...

 

암튼, 사람들이 무섭다.

변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누구를 적으로 삼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황당 시츄에이션은 뭐냔 말이다.

그런 사람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도 무섭고,

그런 사람들을 용인하는 조직문화도 무섭다...

 

로트렉 안

 

역시 로트렉 안

 

7.

그래도 암튼 말이다.

꿈결이라도 좋으니, 맑은 숲속같은 싱그러운 사람들이

절망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최소한 끼리끼리라도 서로에게 힘이 되며 살았으면 좋겠다.



강해현과 예쁜 딸 예라/ 인화해서 줘야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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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은점포구

3박 4일간의 출장.

돌이켜보니 회의와 술만으로 이어진 것도 아니었구나...

 

목요일.

출장중 마지막 회의가 오후 3시 못 미쳐 끝났다.

 

하루 더 머물다 가라는 작은 처남의 간곡한 부탁을 난 들어줄 수 없었다.

자리를 너무 오래 비워두었고, 처리할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처남은 시간을 내 내가 회의 끝마치는 시간에 차를 가지고 회의 장소로 날 데리러 왔다.

 

새로 만든 은점포구

 

우리는 남해로 드라이브를 떠났다.

모처럼 가을 하늘은 넓고 높다.

흰 띄를 풀어놓은 듯한 구름 또한 경쾌하다.

 

삼천포에서 창선도로 향하는 곳에 새로 생긴 멋진 다리들이 있다.

가운데 무인도와 늑도 그리고 창선도를 잇는 다리들이다.

이 다리 밑으로는 원시시대부터 있어왔다는 유명한 죽방렴이 있다.

이곳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품을 팔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삼천포와 창선도 사이에 있는 늑도쯤에서 잠시 쉬었다가 사직도 찍다가 하다 가고싶었다. 그러나 난 머무를 시간이 제한되었기 때문에 처남이 가자는대로 그저 따랐다.

창선도와 남해 본섬을 잇는 지족해협에는 죽방렴이 더 많이 몰려있고, 체험장이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곳에서 이름도 예쁜 미조항 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해안에 가득한 방풍림으로 유명한 물건리를 지나 언덕 하나를 넘으면

처남이 가고자하는 목적지인 은점(銀店)이다.

 

은점의 풍경/ 첫번째로 찍은 사진으로 내게 들어온 첫인상이리라...

 

은점은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은제품 가게지만, 보통 은광산을 의미한다.

이름이 예전부터 쓰였던 거라면 아마 주변에 은광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갈(몽돌이라 부르기엔 너무 큰 돌들이 많다) 해변으로 유명하다.

특히 이곳 돌은 수석 수집가들 사이에서 남해 최고로 치고 있다고 한다.

수석 모으는 것이 취미인 처남과 바다를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물론 지금은 돌 하나 가져 나가는 것도 주민들이 감시한다고 한다.

지키는 정성이 대단하다.

나야 뭐 깨끝한 풍경을 만드는 것만으로 만족하니 돌 자체에 큰 관심은 없다.

 

망망한 바다도 있다.

 

해는 뉘엇뉘엇 저물고, 미조항 넘어가는 쪽으로는 절벽이 높다랗다.





자갈 가득한 은점 바닷가/ 잔잔한 파도에 밀려왔다 글러 내려가는 자갈들이 내는 자글자글거리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아이들 노는 소리처럼 명랑하고 듣기 좋다.

 

빛도 가을이다. 힘없는 저녁햇살에 은빛 억새는 더욱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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