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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만큼 이젠 연대로 보답해야죠!

 2005년 4월 15일 노동자의 힘 기관지 76호에 실린 글이다.

 

 

 

받은 만큼 이젠 연대로 보답해야죠! -투쟁에서 승리한 한라공조 사내하청지회
 현장 이야기

기관지노힘  제76호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관심조차 없었죠"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이에 축복하듯 벚꽃이 활짝 피어 벚꽃축제가 한참중인 4월. 그러나 부단히도 바쁜 하루를 보내는 동지들이 있었다. 그들은 대전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비정규직 노조를 설립한 한라공조 사내하청지회 동지들이다. 4월 6일과 7일 이틀 간 막바지 교섭이 있었다. 어제 교섭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오후 즈음에 한 동지와 함께 한라공조 사내하청 노동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출입문을 들어설 때 문순호 사내하청지회 사무장 동지의 얼굴이 보였다. 늘 환하게 웃는 그의 얼굴이 오늘은 더욱 환하게 보였다. 아마도 어제 진행된 교섭이 잘된 모양이다. 나랑 같이 동행한 한 동지가 "축하해요!" 라고 인사를 했다. 나만 몰랐던 모양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 감사합니다" 라며 사무장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노조사무실에는 한상진 지회장이 혼자 있었다. 소감 한마디를 묻자, 첫 마디가 "일단 끝나서 속이 후련합니다" 란다.
"처음부터 노동조합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었는데… 그런데 사는게 힘들다보니 어쩌다가 노동조합 만들어서… 잘 되었습니다"


"사측이 제멋대로 하는 것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죠"

한상진 지회장은 작년 8월말부터 노조결성을 준비해 왔었다고 한다. 노조에 관심조차 없었다는 그가 노조를 구성하고자 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한라공조 사내하청인 (주)유진에 들어온 지 2년이 되어 가는데, 근무하고 있는 동안 회사가 자기 멋대로 임금을 삭감하고, 월차도 없고, 잔여금도 한푼 주지 않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안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두 사람 만나 가면서 사측의 부당함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니, 자연스레 노조결성의 의지를 다져왔다. 그런데 막상 노조를 만들고자 결심을 하고 나니, 그동안 회사측의 부당함에 억눌려 가슴속으로 혼자 '꿍'하고 있던 주변의 동료들이 얼마나 많은지,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쉽게 노동조합을 결성했단다. 물론 그 사이 고생도 많았다. 대표이사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물량은 빼겠다고 협박하고, 한마디로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대표이사가 강하게 나온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단결은 큰 힘을 만들기 마련.
원·하청 동지들의 단결된 의지와 한번 해보겠다는 사내하청 동지들의 의지는 공장 내에서 원·하청 노동자 공동결의대회를 진행하였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중식집회를 계속 열어왔다. 결국 4월 6일과 7일까지 이틀 간 집중적인 교섭을 통해 단체협약 95개 전체조항 의견을 접근시켰다. 그 중에 가장 핵심조항은 '고용기간이 없는 정규직 채용'이다.
즉, 한라공조 사내하청 노동자 모두가 정규직이 된 것이다.


"이제는 연대로서 받은 만큼 돌려 드려야죠"

노동조합을 하면서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지회장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그런 것 없었습니다. 워낙 동지들이 집행부를 신뢰하고, 잘 따라줘서 솔직히 저희는 한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워낙 잘 뭉쳐서 그런지 쉽게 성과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노동자의 힘 아닌가 쉽구요"라고 답한다.
4월 1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에 한라공조 사내하청 지회장, 부지회장, 사무장 등 동지들은 자신들의 노동조합 깃발을 들고 대전역에 나왔다. 지회장은 "그 날 무척 든든했습니다. 이 많은 동지들이 하나라는 것이 말이죠. 이 동지들이 모두 하이닉스 투쟁에 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연대를 해야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지회장. "우리가 그동안 여러 동지들의 관심과 연대 속에서 교섭이 원만하게 이루어진 만큼 우리도 이제는 다른 동지들에게 연대 해야죠. 아직 많은 곳에 찾아가 보지 못했지만, 호텔리베라 등의 사업장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주말에 간부회의를 통해서 연대투쟁에 대한 계획을 모색할 계획이다.

노동조합 활동은 그 어떤 특출한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다. 투쟁 또한 그 어떤 사람이 잘나서 하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했을 때, 부당한 노동행위를 받았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 옆의 동료와 단결을 이룰 때, 이것이 투쟁이 아닌가 싶다. 이것이 노동조합의 근간을 이루는 모습이 아닐런지. 이런 모습이 민주노조를 지키고 꽃피우는 것이 아닌지 사내하청 노동조합 사무실을 나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05-04-26 18: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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