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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24
    콜텍 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자(1)
    강철새잎

콜텍 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자

# 장면1.
행인女1 : 뭐야… 시끄럽게. 또, 민주노총이야.
나 : …….
행인女2 : 하여간 노조 인간들은… 저 미친놈들은 맨날 왜 저래?
나 : 뭐라고 그랬어? 이 XX년아! 이게 미친놈으로 보여? 당신들 교통질서나 잘 지켜?
동료들 : 참아... 싸워서 뭐해...

 

# 장면2.
여고생1 : 어… 무슨 공연 하나봐?
여고생2 : 뭔데… 기타 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한참 공연 후에 투쟁 동영상이 나오자 몇 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떴다)
여고생1 : 가자… 무섭다
여고생2 : 좀만 더 보자. 왠지 안 됐잖아.
나 : 볼만해요?
여고생2 : 저 분들 왜 그런거예요?
(한참 콜텍에 대한 설명을 학생들에게 해 주었다)
여고생2 : 고생하시네요... 남의 일 같진 않네요... cort 악기 저도 있는데 비싸던데...
여고생1 : 학원가자
여고생2 : 그래. 아저씨, 아줌마들 힘내시라고 전해주세요.

콜텍을 아십니까?

1973년 자본금 200만원으로 시작해서 세계 3위의 기타제조업체로, 국내 재산소유 120위에 드는 소위 ‘알짜’ 부자다. 하지만 이들이 하루종일 사포로 문지르고 깎고 해도 최저임금에 조금 넘거나 미치는 임금을 받을 뿐이다. 그렇게 그들은 일을 했다. 자칫 불만을 이야기 했다가는 ‘나가’라고 할 뿐이었다.

그래도 2007년 봄에 이들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처음 가진 단합대회 때 이들의 모습은 초등학생이 처음 소풍을 맞이했던 그 날처럼 해맑은 웃음이 입가에서 종일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사측은 일방적인 직장폐쇄를 감행했다. 그 뿐만 아니었다. 중국에 공장을 짓는다며 기계를 빼겠다고 행정대집행을 감행해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콜텍 노동자들은 한 번도 패배에 대한 두려움이나 좌절은 생각지 않았다. 그들이 그동안 그 작은 공장에서 뼈가 으스러지고 손가락이며 몸 마디마디가 아픈 것을, 관리자들의 모욕적인 수모를 감수하면서 노동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이건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투쟁을 해왔다. 엄사4거리에서 계룡시청까지 수많은 행진을 했고, 계룡시청 앞에서 사태해결을 목놓아 외쳤다. 그리고 서울 박영호 사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는 물론이거니와 집회도 수없이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40미터 높이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그렇게라도 목숨을 걸고선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으랴

40M 높이의 송전탑에는 오랫동안 투쟁을 해오던 하이텍 지회장과 같이 고공농성중이다. 하이텍 노동자들도 그동안 기나긴 싸움을 해오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오늘로 송전탑에 올라간 지 열흘째다. 막상 아래에서 올라간 동지들을 보자니 아찔하다.
‘저길 어떻게 올라갔을까?’ 하는 생각밖엔 안 든다.
새벽에는 비가 내렸다. 날이 예전 갔진 안다지만 저녁부터 새벽에는 꽤나 쌀쌀한데, 비까지 내렸으니 얼마나 추울까? 그리고 외로울까?
남녀가 올라가 있으니 볼 일을 볼라 하면 솔직히 민망하고 부끄러울텐데... 그러나 순간의 부끄러움 보다도 ‘살아야겠다’는, ‘이렇게 포기할 순 없다’는 절박함이 더 하지 않았을까 싶다.

송전탑 농성장 앞에서는 한강시민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 코스다. 새벽이든 낮이든 밤이든 서울시민들은 한사코 그 앞으로 조깅을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탄다. 많은 사람들이 그 앞을 지나간다. 그리고는 송전탑 위에 있는 두 노동자들을 힐끗 쳐다보고, 피켓을 들고 있는 콜텍-하이텍 노동자들을 한참동안 신기함과 놀라움으로 바라보다 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왜 이들이 여기서 높은 곳에서 이러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오는 이가 없다.

유인물이 없어서 그런가 싶어 뿌려본다. 우리의 내용을 담은 피켓이 부족한가 싶어서 만들어 걸어본다. 그러나 외면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더욱 더 서글픈 건 이들의 눈물 나는 투쟁에 여전히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박영호 사장 일행들이다.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시위하는 것에 ‘내 인생은 조졌다’고 했다는 박영호 사장. 그러나 그 사장 때문에 거리로 내 앉은 사람들에게 대해 그는 아무생각이 없는가? 입버러지처럼 200만원 자본금으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떠벌리면서 일한 만큼의 대가를 달라고 외치는 것이 시끄러운 소리로만 들리는지...

웃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읽는다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 왔어요?”
이래저래 바쁘다는 핑계(?)로 송전탑에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도 5일째(지난 17일)가 되어서야 농성장을 찾았다. 섭섭할 수도 있었을텐데 웃으면서 맞이해주니 오히려 내가 고맙다. 지난 17일은 농성장에서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라고 하기에는 그저 연대한 노동자들의 춤과 노래가 전부였지만, 언제 우리 노동자들이 번쩍이는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봤겠는가. 잊지 않고 찾아와주는 동지가 좋은 것처럼 그렇게 많지 않지만 모이든 사람들이 있기에 위안과 희망을 가지게 되는 것일테다.
“오늘 내려가세요?”
“대빵이 올라가 있는데 어딜 가! 같이 있어야지”

17일에 이어서 21일 다시금 콜텍 노동자들을 찾았다.
청계광장에서 콜트/콜텍 위장폐업 철회 및 노동권 쟁취를 위한 문화제가 열였다. 전날 기륭전자분회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기륭으로 몰인 탓인지, 콜트/콜텍 투쟁 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는 못했다.
“부장님, 저녁 먹었어요?”
연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저녁식사를 권했다. 콜텍 여성노동자들은 지역에서 손수 밥과 반찬을 해왔다며 부족하지만 많이 먹으라 한다. 흰밥에 멸치볶음 그리고 고추장아찌에 북어국. 투쟁의 현장에서 이 만큼의 진수성찬이 어디 있으랴. “우리가 해온 거야. 맛있지” 그러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결코 현장 밖으로 내몰린 노동자의 어두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힘들어하는 나에게 반성과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기타 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다시 부르게 하자

‘기타(Guitar) 노동자에게 삶의 노래를 돌려주고 싶습니다’라는 주제로 청계광장에서 투쟁문화제가 열렸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소위 ‘문화인’들의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였다. 필자에게는 조금은 낯설지만 두드림 공연이나 시낭송 그리고 통기타 노래 등은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을 함께 만드는 다리 역할은 충분했다.

초반에 소개한 장면들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분명 이 땅에서 아직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조직된 노동조합이라고 하더라도 이전과는 달리 집회 등에 잘 참석하지도 않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은 생존을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일으키고 있으며 ‘진정한 노동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자본에게 당당히 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에서 차츰 노동자성을 느끼고 거리로 나와서 자신을 당당히 외치고 지치고 포기하기 보다는 100M 높이의 송전탑에 외로이 올라가더라도 자본에 굴복하지 않는 콜텍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서 필자는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조금은 과장된 희망을 부르짖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의 지난 1년 반이 훨씬 넘는 투쟁 속에서 이들에게 다시 삶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싶다. 이들은 그 만큼의 자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스피커로 나오는 이들의 목소리와 구호 그리고 투쟁가요가 시끄럽다고 투덜되며 지나가는 행인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은 단지 그들이 이들의 모습에 비난하고 지나간 것에 대한 단순히 불만 혹은 반감이 아니라, 여전히 자신들이 자본의 노예이며 이 땅의 노동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세상에 순응해가는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의 배설물이다.

나는 반드시 콜텍 노동자들이 승리하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그동안 그들의 피눈물의 보상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오래 걸리지만 결국은 '노동자가 이긴다'는 상투적이긴 하지만, ‘정의’와 ‘단결투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9월 17일 서울로 발령나서 한 동안 작성하지 못했다가 오랜만에 글을 써서

10월 22일에 미디어충청(www.cmedia.or.kr)에 올린 [글쎄…8]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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