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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가 혁명가였다구?

백설공주가 혁명가였다고?

[사실은] 다시 읽는 동화 이야기 (1)

2008-01-29

 

아주 어릴 적 어머니는 당신을 품에 안고 책을 읽어주셨을 것이다. 조금 더 커서 걸어 다닐 수 있을 때에는 시골집 화롯불 옆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군고구마를 구우면서 “옛날 옛날에…”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신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입학할 무렵 부모님이 사주신 동화책을 읽고, 동화 속 세계에 빠져 꿈꾸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뜬금없이 왠 동화 이야기냐고? 지금 우리가 아이도 아니고, 무슨 놈의 얼어죽을 동화 속 이야기를 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우리는 어릴적 어른들이 들려준 외국동화 또는 전래동화를 그저 들어왔을 뿐이다. 우리가 들은 동화 속 주인공은 항상 예쁘고, 멋있고, 착하고, 내용은 늘 권선징악(勸善懲惡), 고진감래(苦盡甘來)등의 교훈적 내용이다. 그 동화 속 이야기 작자가 누구인지는 우리에겐 별로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다. 우린 그냥 그렇게 들었고 읽었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동화 속과 같지 않다. 어릴 적 꿈과 현실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는다.

90년대 초 독일에서는 역사학, 문학, 사회철학 등의 분야의 사람들이 동화를 재해석하고 원본을 재구성하는 등 동화를 새로 읽는 운동을 시작했다. 독일의 사회철학자인 ‘이링 페처(Iring Fetscher)’의 말에 의하면, “서양에서 동화의 의미는 원래 민중들의 ‘아주 의미있는 기별’이나 혹은 정보를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차츰 민중들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지배계급에 대한 비판의식이 생기게 되자, 당시 봉건지배계급들이 위기의식을 가져 의사소통을 막기 위해 탄압을 했다. 그로 인하여 차츰 백성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는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링 페처 : 1922년 독일 넥카 강변에서 태어나 튀빙겐과 파리에서 철학, 역사, 문학을 공부하고 현재 프랑크푸르트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이후에도 이러한 물꼬는 이어졌으나 지배계급의 탄압에 굴복하게 되었고, 그나마 복원된 것(18,19세기)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림형제, 안데르센’ 같은 사람들에 의해 현재의 내용으로 전달되고 있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던 동화의 원래 내용은 어땠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공주이야기 중에 특히 잘 알려져 있는 백설공주의 원래 이야기를 독일의 사회철학자인 이링 페처가 찾아낸 이야기로 소개한다.

 

 

 

 옛날에 백설공주라고 불리우는 그림같이 예쁘고 착한 소녀가 양천의 성에서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소녀의 머리는 까맣고, 뺨은 눈처럼 희고, 입술은 핏빛처럼 빨갛습니다. 공주는 어느 날 아버지가 군대를 동원하여 백성들을 살해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궁궐의 모든 부귀영화가 백성들의 가난과 고된 노동을 통해 얻어진다는 것을 알고부터는 마음 속 깊이 슬픔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말을 타고 숲속을 가다가 거친 수염을 기른 청년을 만났습니다. 공주는 청년에게 말을 걸어 세상살이에 대해 알아보려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청년이 바로 자기의 슬픔을 해결하는 일을 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죽도록 일하고 시달리기만 하는 백성들을 해방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삼은 반란군에 그가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입니다. 헤어질 때에 그는 공주에게 조그맣고 빨간 책 하나를 선물하면서 몰래 그 책을 읽고 궁 안의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라고 부탁했습니다.

백설공주는 일곱 밤 동안을 이 책을 읽어서 거의 외울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공주는 그 청년이 하고 있는 일이 옳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음에 숲속에 갔을 때에 공주는 몰래 식량과 칠판, 그리고 몇 개의 무기를 가지고 갔습니다. 공주가 일곱 언덕을 넘어 반란군들의 진영에 도착하자 그들은 열광적으로 환영을 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유용한 물건을 가져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아름다운 공주가 반란군에 가세하였다는 소식은 산불처럼 왕국에 퍼져 나가서 자유 해방군에 더 많은 추종자들이 생겼습니다.

여러 번 왕의 군대의 교활한 음모를 물리친 반란군들은 드디어 성을 함락시키고 왕정을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는 백설공주가 가담한 혁명 정부를 수립하였습니다. 사악한 왕비는 감옥에서 평생동안 뜨개질하는 형을 받았습니다. 그 동안 백성들에게 행한 잘못을 보상하기 위하여 옷을 만드는 것입니다. 혁명 정부에서 백설공주는 여성 해방을 위하여 일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라의 모든 백성들은 백설공주를 좋아하고 존경하였습니다. 아마 죽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렇게 열심히 그런 정의로운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읽은 여러분들의 느낌은 어떤가?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와는 전혀 다르지 않은가.
이링 페처가 전하는 백설공주의 원래 이야기는 시민혁명 전후에 백성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혁명가 이야기 혹은 민중봉기적 이야기였다.

어떤 이들은 ‘동화는 동화일 뿐이야. 너무 현실에 접목시키지 마!’ 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너무나도 황당하지 않은가? 난장이에 의해 삶을 의존하고, 결말에서는 독약이 든 사과를 먹고 죽었는데 지나가던 왕자가 키스해서 살아났다?

그럼 왜 백설공주 이야기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로 둔갑한 것일까? 그건 아마도 당시 지배계급이 민중들이 정치적으로 불만 제기 또는 이야기 전달로 반란을 꿈꾸던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서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지배계급들에 의해 수정된 백설공주 등의 공주이야기는 현재에도 전달되어 ‘여자는 늘 약하고, 남자는 용맹하며, 어려울 때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새로운 삶을 얻는다’ 로 완전하게 탈바꿈 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봉건과 반봉건 그리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과의 대립이야기인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현재 우리 안방 드라마의 가장 기본적 이야기 틀 구성으로 대중들에게 전달되고 있으며, 이 시대 다수의 여성들은 내일의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서 성형하고 연예인을 꿈꾸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는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있고 말이다.

그저 허무맹랑한 내용의 동화가 아닌, 현실을 바로 볼 수 있게 하면서 고민하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게 하는 동화, 그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꿈을 실어주는 우리들이 새로 해야 할 작업이 아닐까. 그 누가 알았겠는가? 백설공주가 혁명가였다는 사실을……

독일의 철학자 이링 페처처럼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려줄 동화를 찾다가 이러한 동화 원작을 찾게 되었고, 바꿔 읽는 동화놀이를 한 것처럼, 이번 방학기간동안 아이들과 함께 기존의 동화를 새롭게 재구성해보면 어떠련지...

노래는 노가바(노래가사바꾸기)하면서, 이야기는 안 되겠는가...


 

 


* 참조 : 누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깨웠는가? (이링 페처. 1991. 철학과 현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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