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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사유화

공공부문 사유화, 한꺼번에 이뤄진다

[사유화반대토론회] 8개 분야 민영화 현황 분석한 1부 토론

이꽃맘 기자 iliberty@jinbo.net / 2008년04월28일 15시23분

이명박, 돈 될 만한 것은 다 시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부터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것은 민간에 이양하겠다”라며 공공부문 민영화의 기치를 들었다. 목적은 “국부의 원천인 기업”을 살리는 것이며, 방향은 효율성과 이윤의 규모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것은 ‘비지니스 프랜들리’를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까지 모두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이런 기본 취지를 담은 ‘공공부문 민영화 계획’은 올 6월까지 완성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부의 원천인 기업”을 살리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는 어느 한 군데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해 온 금융허브 구성을 완성시키기 위해 이명박 정부는 산업은행, 외환은행 등에 대한 민영화와 각종 연금을 구조개편하고 있으며, 공기업과 국가소유기업의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교육, 의료, 물, 에너지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은 모두 시장에 내놓고 있다.

▲  25일, 17개 노동사회단체는 '이명박 정부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오로지 자본만을 위한 공공부문 사유화

이에 17개 노동사회단체들이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제동을 걸겠다며 나섰다. 지난 25일 열린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한 대응방안 토론회’ 1부 토론에서는 물, 교육, 의료, 미디어, 사회복지, 금융, 운송, 에너지 등 8개 부분에서 어떻게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는지, 그 후과는 어떻게 드러날 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서로 다른 부문에서 민영화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8명의 발표자들은 공통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오로지 자본만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자본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정부는 7%의 경제성장과 이를 통한 1인당 국민소득의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한 747공약을 내세웠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하루가 다르게 이를 달성할 수 없음을 실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성장 어쩌면 7%를 하겠다고 했다”라며 “금년에 우리가 제시한 성장목표수치 7%를 달성할 수 없다고 치더라도 7%를 성장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성장은커녕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7%를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선택한 방법 중 하나는 공공부문의 사유화다. 이미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모두 팔아치운 상황에서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아니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되는 것들을 시장에 내놓아 이윤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물, 전기, 가스, 철도 등 전통적 의미의 공기업 뿐 아니라 공영방송 매각, 신문사 방송소유 허용, 금산분리폐지, 방카슈랑스 전면허용 등 언론 및 금융영역에서도 추진되고 있으며, 교육과 의료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누려야 하기에 돈이 된다? 물, 에너지, 의료, 교육, 복지

이태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영화저지특위 부위원장은 “물은 인간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원이고 인권이다”라며 “기업적 윤리로만 생각한다면 수도 값을 지불하지 못하면 우리는 물을 공급받을 수 없게 된다”라고 지적하고, “현재의 물 사유화 찬반 논쟁은 기업적 윤리로서 물을 공급하려는 다국적 기업들의 횡포에 가까운 행동과 물을 공공재로 보는 보편적 윤리가 맞붙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정부는 ‘물산업지원법’을 완성시키는 방식으로 물 사유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태기 부위원장은 “물 사유화는 다국적 물기업과 국제금융기관, 신자유주의 정부의 삼위일체 프로젝트”라며 “물의 사유화는 ‘가격이 매겨진 물(블루 골드)’로 상하수도 서비스의 민영화와 생수판매, 댐 건설 등이 대표적인데, 물 부족 위기의 해결책으로 기업들이 내놓은 ‘물 시장화’는 오히려 물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태기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민영화저지특위 부위원장, 이종훈 공공노조 정책국장,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철호 범국민교육연대 정책실장(왼쪽부터)

가스 등 에너지 산업도 다르지 않다. 이종훈 공공노조 정책국장은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전부터 공기업 사유화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 당시 중단되었던 (전력, 가스, 철도를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산업 사유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며 “캘리포니아의 2000년, 2001년 블랙다운, 16%를 넘어선 에너지 빈곤층에 시달리는 영국 전력공급 중단 사태의 속출, 2003년 이탈리아 등에서의 정전 사태, 남미의 에너지 공급중단 사태 등은 네트워크망 산업 분할 매각이 자본 입장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으며 소위 국가 차원의 공적 관리와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의료는 어떨까. 이명박 정부는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해 올 10월까지 건강보험공단의 개인질병정보를 민간보험사에 넘기는 등 민간보험사 특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영리병원 허용방침을 올해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또한 의료기관채권발행법과 당연지정제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의료 시장화에 대해 “이미 시장화된 의료제도를 버티고 있는 것이 92%에 달하는 민간의료기관을 비영리법인으로 묶어두는 비영리병원 제도,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환자를 받아야만 하는 당연지정제도, 그리고 전 국민이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의무가입제 세가지”라며 “이명박의 길은 이를 한꺼번이 무너뜨려 삼성병원과 현대병원 그리고 삼성생명과 AIG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주고, 대다수 서민에게는 감기 걸릴 여유조차 뺏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도 돈을 남기면 되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이철호 범국민교육연대 정책실장은 “이제 학교는 생각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라 교육활동을 통해서 어떻게 이윤을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자율’은 학교 교육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교육기관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허용해 교육의 가격을 자율적으로 책정하고, 교육이라는 상품을 어떻게 다양하게 팔아먹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돈과 효율성의 논리만 머릿속에 가득한 이명박 정부에게 복지라는 단어가 있을 수 있을까. 성은미 민중복지연대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는 한국 복지에 대한 현실 인식이 없는 것 같다”라고 잘라 말했다. 성은미 활동가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능동적 복지는 광범위한 사각지대, 빈약한 소득재분배, 민간중심의 복지로부터 발생하는 문제들은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라며 “이명박 정부의 유일한 복지철학은 경쟁과 효율 그리고 사유화다”라고 지적했다.

▲  성은미 민중복지연대 활동가, 이영수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준비위원(왼쪽부터)

공영방송도 필요없다? 오로지 경쟁과 이윤만을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는 국민의 눈과 입의 역할을 하고 있는 미디어를 비켜가지 않는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공영방송은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보장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방송프로그램이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보다는 지불능력이 있는 시청자에 초점을 맞춰 제작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문화적 정체성과 다양성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의 민영화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긴밀히 연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동준 연구실장은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KBS2나 MBC에 대한 민영화 주장은 방송을 장악하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다는 수구 집단의 정치적 판단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라며 “이들은 민영화를 방송 통제나 장악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거대한 세계 금융시장에 적극 편승하기 위한 이명박 정부의 전략이다. 이는 노무현 정부 당시부터 추진되던 금융허브 전략을 완성시키는 것으로 나타나며 자본에게 더 많은 자유를 줘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모든 제도를 뜯어 고치는 것을 결론으로 한다. 이한진 진보금융네트워크 준비위원은 “금융자본의 이익 극대화를 가로 막는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함으로서 국내 금융시장(특히 자본시장)으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도모하고, 금융시장의 확장과 팽창을 통해 임기 내 7%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의도”라며 “문제는 금융자본의 수익극대화는 금융소비자인 국민들의 희생을 통해서 가능하며, 이를 위한 금융시장 규제 철폐는 자본만을 위한 것으로, 자본의 이익 극대화는 민생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8개 분야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정책의 현황에 대해 발표한 발제자들은 “민영화가 부문별로,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동시적으로 한꺼번에 진행될 것”이라는 것에 목소리를 모았으며,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날 토론회의 1부 토론은 공동대응의 방향을 놓고 2부 토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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