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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점적 다자연애

쓰고보니, 이 말 한번 거창하네. '비독점적 다자연애'

다른 말로 표현하면 뭐지, 폴리? 자유연애?

아무튼 저 유식한 표현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본건데

그냥 '비독점적'에 꽂혀서 쓰는것 뿐이다.

 

아무튼.

내 애인이, 그는 남자이고 우리는 연애한지 2년 다 되어간다,  

며칠전 '비독점적 다자연애' 에 '동의'했다.

동의라는 말이 막 내가 심하게 요구해서 그런 응답을 이끌어낸것 같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그러니까 최초에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에 대한 물음을 내가 던진 건 맞다.

자세하게 표현하면,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하면 우린 어떻게 되는거냐" 뭐 이런 얘기들?

콜론타이를 보면서, <아내가 결혼했다>를 보면서, 우린 배타적 연애관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그러던 중, 내가 "xx이 참 괜찮은 거 같아. 넘 예쁜 거 같애. 막 보고 싶다니까."

나는 사람에게 '관심'과 '호감'을 잘 갖는편인데, 그게 오래가지는 않지만,

암튼 나는 내 애인에게 내가 가진 관심들을 잘 말하는 편이라서, 그런 말을 했다.

며칠 뒤에 애인이 나에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역시 독점적인 감정은 이성애주의, 혹은 일부일처제와 관련이 있는 거 같다"

내가 말한 그 xx은 여자였는데,

만약 '남자'였다면 자신이 속상하고 질투하고 그랬을 것 같은데

xx이 여자라는 사실 때문인지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는거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성애주의/일부일처제가 배타적 연애, 혹은 독점적 감정과 엄청나게 연결되어 있고,

(다른 '남자'만을 경쟁상대로 느끼도록)

결국 독점적 감정, 사랑이라는 건

태초에 인간 모두에게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꼈다는거다.

 

내가 보기에 애인은 이런 단계를 거쳐거쳐, (머릿 속에 더 많은 생각이 있었겠지만)

"니가 다른 사람을 사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아. 그 사람 역시 연애관계를 독점하려 하지 않는다면"

라고 말했던 것이다.

물론 현재 나에게 연애할만큼의 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또'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 당장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실행할 수 있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분이 좀 신나서, 주변인들에게 얘기를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가지각색이었다. 진짜 재미있다.

 

-차라리 바람을 피우지 그래. 왜 꼭 넌 '연애'를 하려는거니? 힘들지도 않아?

-육체적 관계가 필요하면 원나잇스탠드를 해라.

-걔(내 애인)가 널 너무 좋아해서 마지 못해 해준 거 아냐? 걔도 참 (너같은 여자 만나서) 안됐다.

-걔가 동의해준건, 걔한테 다른 사람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보통 남자들이 자기 바람나면 부인한테 관대하잖아. 의심해봐.

-너 지금은 그렇게 말해도 일단 '다른 사람' 나타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절대 못해.

-하면 나한테 꼭 말해줘, 너무너무 궁금해.

-여자? 남자?

-걔가 동의해준건, 걔가 남자라서 그래. 자기가 그래도 first라는 거지. 다음 사람은 second고.

-걔 이제 군대가지? 위기감 아닐까?

-셋, 혹은 넷이서도 만날꺼니, 그건 정말 비추다.

-넌 진정한 폴리가 아니야.

 

 

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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