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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

 

 

 별 다른 고민 없이 살아가던 시절, 나는 어디든 머리만 대면 5분안에 잠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에서, 지하철에서, 과방에서, 학생회실 생활방에서, 강의실에서.....기타 등등.

 

 하지만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나는 한동안 불면(물론 진짜 불면증이 아니라 밤에 잠을 편히 잘 수 없었다는 것이다..)에 시달려야 했다.

스무명 넘게 함께 지내던 내무실에 익숙해진 나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걸까. 아니면 군 전역과 함께 비어있던 내 머리통에도 '고민'이란 놈이 들어앉기 시작한걸까. 아니면 몸이 편해서였을까...

 

 피곤해도 불을 끄고 누우면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오만가지 잡생각이 다 들었다. 불확실한 미래, 연애문제, 인간관계 문제 등등.

 

 그래서 한 동안 나는 불을 켜 놓고 잠을 잤고, 학교를 복학한 이후에는 TV를 틀어놓고 잠을 잤다. 혼자라는 것이 두려웠지만 다른 사람을 굳이 찾지는 않았다.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익숙해졌다.

 

하지만 가끔, 유난히 풀벌레 우는 소리가 크게 들리고 부질없는 미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오늘 같은 밤에는 도무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차라리 수면제라도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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