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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친구

건설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있다. 여자다. 회사에서 출산하면 퇴직하란다. 아주 트래디셔날 하다.

 

1. 짧게 몇 마디 옮긴다.

 

니가 답답한 거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답답하다는 건 예측할 수 없거나 경험해보지 못한 경우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러나 별 거 없다. 세상 살면서 60억개의 삶의 방법이 있는데, 고작 그 중에 하나를 해결하지 못하면 60억개 중에 1개의 행복을 찾는 과정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선..아님 말고.

 

칸트가 그랬다. "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 있다." 뒤집어 보면 이렇다.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야한다". 어떤게 맞겠노? 칸트의 말이 맞다. 잘 봐라. 할 수 있다면 안해도 된다. 니 남편이이 돈 칠갑 수퍼 부동산 갑부라면 니가 그런 고민하겠나? 아예 회사를 사버리고 말지.

 

니가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한다는 건 당연하고 정당한 문제다. 피할 수가 없다. 피하면 비겁한 문제가 발생한다. 피할 수가 없는 문제이므로 당연히 해야만 하는 것이고, 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선택은 없는 것이다.

 

2. 그래도 답답하다고?

 

니가 답답하면 할수록 해결이 잘될까? 잘되면 경옥스는 일단 큰 상 하나 받을 수 있다. DJ가 받는 거 있잖아? 부당해고를 다투는 사람들도, 우리 집에 숨어들어와 이혼소송을 하고 있는 우리 이모를 생각해봐도 그 양반들 조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는 해야할 것만 하면되고, 그 이상의 다른 상상이나 조급함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3. 또 한 가지.

 

공구리에 보로꾸 얹히는데 익숙한 아해들이 사실 공정성이나 법을 은근하게 무시하는 게 아니라 화끈하게 개무시하는 버릇들은 익히 너나 나나 잘 알고 있는 바지만, 니 하나가 그 버릇을 단단하게 고쳐줄 수 있다는 '자신감'은 가지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조또 끌려나오는 한이 있어도 답답한 건 사장이지 경옥스가 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유심히 생각해보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업계의 관행이고, 건설 불경기가 니 책임은 아니니 3개월 뒤에 복귀하면 된다는 심정으로 사장꼬붕 기획실장을 만나서 그 양반을 후라이판에 돌돌 튀겨보기 바란다. 기획실장이 불쌍하게 말하면 너는 더 불쌍하게 말하고, 기획실장이 정색해서 말하면 경옥이는 더 불쌍하게 말해도, 원래의 주장은 굽히지 않으면 된다. 압도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다.

 

4. 알았다. 잠만...얘기 끝나간다.

인생 오래사나? 그래도 가오가 있지, 총학생회장 출신이 임신했다고 퇴사하면 '웃기는 스트립 호러짬뽕'되는 건 한 순간이다. 플랭카드 들어줄 친구들이 있으니, 소송을 담당해 줄 수 있는 친구가 있으니, 든든히 너를 받쳐줄 남편이 있으니, 앞으로 너 닮은 이쁜 아가야가 내장 속에 있으니 너는 얼마나 행복하냐.

조또 행복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는 룰라씨의 말, 별로 의미없다. 오히려 현재 니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래서 지금 느끼는 답답함이 잠시 뇌의 착각이자 일시적인 흥분상태임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싸울 수도 있고,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과 체력과 든든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 명심하기 바란다.

경옥스. 성공적인 출산과 휴직 이후 복직을 위해! 치어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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