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정치적인 이야기

유시민이 좀 뜨기 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자유주의자의 양심상 진보주의가 탄압받는 건 볼 수가 없다.”

 

그가 예전에 맑시스트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그가 예전에 쓴 책에서 맑시즘에 호의적이었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내가 어릴 적에는 그가 맑시스트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로가 '불온한 자유주의자'라고 하였다.

 

맑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자신의 주장은 거의 포기한 것 같았다. "유시민"이라는 진보적 이미지만은 남아있었던 것 같았다. 실망한 바는 없었다.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는 테레비 토론에서 사회자와 논객 사이의 적당히 유영하는 강호의 무인같았다. 어쨋든 강호의 자유주의자라 하니 자유주의잔갑다 하고 생각한다.

 

그런 유시민이 나라의 녹봉받는 일을 하기 전까지는 예전에 자신이 가진 신념, 그리고 그 이후 연이어 계속된 공부들. 이런 것들로 인해 진보진영이 탄압받는 것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고종석같은 진짜배기 자유주의자도 따옴표 같은 주장을 입에서 단내 날 정도로 하니 일단 여기서 그 진정성을 믿어 의심치 말자.

 

 

“민주노동당을 찍는 건 사표다.”

 

그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그의 수사적 행태가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다시말하면 개혁당에서 열린우리당이라는 집권당에 진입하기 시계열적으로 보면 더욱 그랬다. 그의 빽바지가 "바리케이트", "화염병"으로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때에는 구국의 눈물을 흘렸다. 찔찔거리며 말이다. 나쁜 뜻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줄줄 운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탄핵에 대해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다. 그러나 그이가 대통령에게 들이댄 "왕의 귀환" 등의 패러디 사진을 액자에 박아서 대통령에게 보여주는 장면. 이 장면을 보면서 내가 얼굴이 화끈거렸다. 김어준씨가 정치인중에 유시민만이 유일하게 대통령 출마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단언을 했다는 말을 생각해보면서 한 생각이 스쳐갔다.

 

차라리 스스로의 정치적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했다. 강준만의 말대로 '후안무치'를 최고지도자의 소양으로 든다면 그이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이다. 여하간 무슨 똥개마냥 감옥나온 형님께 두부대신 액자를 갖다바치는 일은 조금 오바라고 생각했다. 아부라고 보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대통령도 인터넷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인데. 또 액자는 어디다 걸어두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민주노동당 사표논쟁. 위에 말한 유시민의 행태는 급기야 자유주의자의 양심과 무관하게 정치공학적인 계산과 언술을 무기로 '선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깃발을 들기 시작한다. 호영남에서는 구걸하고, 약자의 약점은 가장 적절히 이용하는 전술. 대선에서도, 총선에서도, 지방선거에서도. 나는 열린우리당이 잘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어느 당이라도 영국의 노동당 꼴 안나리라는 보장은 없다. 할 수 있는 한, 그들은 목숨걸고 거짓말을 하든지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결국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념공세가 차라리 고마울 껄, 이게 뭔가. 그 표는 사표다. 진보정당이 거대정당에 눌려 '표'마저 쓰레기로 전락해버리는 상황. 이건 반칙이다.

 

 

나와 친구들과의 이야기

 

이야기가 길었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굵은 따옴표를 친 유시민의 두가지 발언을 두고 친구들과의 논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설명이 길고, 또한 대답또한 길었다. 물론 나는 듣기만 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다.

 

"니네들 참 인생 힘들게 산다. 두 가지 끼워다 붙인다고 고생하는 구나."

 

두 개가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지, 자세하게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은 변한다. 정치는 사람을 변하게 한다. 그들은 자신의 강함을 내공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오직 세치 혀로 조진다. 이게 정치다. 집단을 벗어날 수 없는 사무라이가 있는 반면, 집단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사무라이도 있다. 그러나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다. 이게 정치인이다.

 

세치 혀 끝에서 녹는 정치적 수사. 논리를 떠나서 설득력은 없다. 그러나 각종 지지자들은 이들의 언술과 수사를 신주받들어 모시듯하고, 술자리를 어디든 써먹지 않는 곳이 없다. 급기야 응용문제에 달하면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별로 맞지도 않는 이야기를 억지로 갖다붙인다. 쇠와 플라스틱을 용접하면 당연히 안붙는다. 결국 떨어지기 마련이다. 오히려 용접부위는 더욱 지저분해지기 마련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