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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과 한명숙 사이에서

1. 정치를 알면 얼마나 알겠나. 사기꾼 속을 모르듯 정치라는 유기체가 어떻게 세포분열을 하고 번식하는지에 대해선 난 잘 모른다. 정치라는 괴물이 본색을 드러내고서야 비로소 '쌍욕'이라는 짱돌로 맞서는, 그러나 번번히 물러서는 나는 그런 나약한 존재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더구나 이 신성한 진보넷이라는 공간에 짤방이나 뒤적거려 구질구질한 사진 몇 개 올리는 걸 낙으로 삼고 있는 3류이며, 청정 진보넷의 ‘정품 운동권’과는 근본이 다른, 길거리나 술자리에서 주워들은 얘기로 근근히 논리의 새끼줄을 꼬는 찌질이에 불과한 것이 ‘나’다.

 

2. 나, 사실 진보신당 당원이기는 하지만, 한달에 1만원 내고 아무 것도 안하는 놈을 당원이라고 자칭하기에는 광팬들께 미안한 나머지, 그냥 '지지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보잘 것 없는, 나에게도 고민이 하나 생겼다.
이런 글( http://blog.jinbo.net/phronesis/?pid=154 ), 저런 글(http://blog.jinbo.net/marishin/?pid=329#comment_258635)들이 여기 저기 있길래, 주섬주섬 긁어 모아 읽어보니, 고민이 생겼다는 말씀이다.

 

3. 왜 고민이 생겼는고 하니. 윗글에서 주고 받았던 얘기들, 사실 잘 이해는 안가는데, 내가 최근 듣고 있는 얘기와 관련지으면, 진보신당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한명숙’씨를 뽑아야 하는지에 대해 번뇌하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될 듯하다. 지지율에서 자유로운 인간이 어디있겠는가. 쪽팔린 건 둘째치고서라도 너무 낮은 지지율, 그것도 ‘복숭아맛 이온음료’ 수준에 불과하니 고민이 퍽이나 될 수 있다. 그 내면에는 한명숙씨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임형박씨를 ‘심판’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니 투표장 들어가서 볼펜뚜껑 만지작 거릴게 뻔하지뭐.

 

4. 이런 상황이 단순히 당 내, ‘노심’이라는 투톱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나이브’한 발상 때문인지, 아니면 "1번"사태 덕분에 그런 것인지는 뭐라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도 어렵거니와, 잘 모르기 때문에 패스. 중요한 건, 어쨌거나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돌파할 뭔가의 대책이 백지에 가깝게 ‘순결’한 상황인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당들이 휴거론에 버금가는 ‘심판론’을 외치는 탓에 MB를 반대하는 진영이 ‘어쨌거나 똘똘 뭉쳐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음에도 (민주당의 통합후보 경선방식 등에 대한 패권적 태도로 인해) 진보신당이 마이웨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자 진보신당 일부 당원들이 작금의 사태를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5. 단체 단풍놀이. 출발시간 8시, 동대문역 1번 출구. 꼭 늦거나 다른 이유로 버스탑승에 실패하는 자들이 있다. ‘타야되는데.’ 여전히 지금 일부 당원들은 미탑승의 미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MB 코를 납작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러나 그 버스, 순로 이탈해 사고 나면 오히려 탑승 실패자들이 더 나은 선택을 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허나 그건 그 때 일일 뿐, 지금 일부 당원들의 심리상태는 그럴 것이라 본다. 진보신당이 당원들을 전혀 콘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미 우리는 20여년 동안 ‘비판적 지지’라는 틀 속에 갇혀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노동당은 그 틀 속에 다시 대가리를 쳐박고 있는 형국에다, 그 트라우마가 2010년 선거판에서 다시금 망령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수 밖에 없다. 허나 통합에 ‘한 표’를 던진들 그게 정치적 드라마로 포장되지도 않는다. 왜? 티브이에 안나오니까. 정치는 ‘쑈’라고 하지만, 진보신당을 쑈하라고 내가 1만원씩 자동흡혈 신청한 게 아니다.

 

4. 좁은 길에 버스가 지나가면 지나가는 사람은 위험하다. 그래서 버스 운전자는 통합이라는 버스에 올라타라고 한다. 그러면 뭐하나. 버스 안이 과연 안전할 수 있나. 강도 같은 놈들이 바글바글한데. 여튼 나는 그 버스 안탄게 다행이라 본다. 좁고 어려운 길이지만, 신중하고 조심히 걸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혹자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로 진보신당이 '당'으로 남을지도 의문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앞으로 기대할 바 없으니 이번 한 번 밀어주고 "땡"이라는 사람도 있다. 벌써 한명숙씨에게 이번 ‘한 번’ ‘표’만 던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선택인데다 한달 1만원 내는 지극히 평범한 지지자가 이런 분들을 '회개'시켜 '갱생'의 길로 안내할 아무런 능력이 없다. 하지만 당원이나 지지자들에게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하는 진보신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지율이 좀 낮아도 기존의 당원들을 잘 챙겨가면서 선거에 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5. 한나라당의 패권도 이 정도로 질주하고 있는데, 민주당이라고 이번 선거 경선방식 등에서 보인 행태는 한나라당 못지 않다. 심판은 민주당이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촛불민주주의를 기억한다면 국민이, 시민이 주권자로서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고 생각하면 한나라당을 심판하면 되는 것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공히 심판하겠다고 생각하면 진보신당을 찍으면 될 일이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노심의 당선가능성이 있는가. 죄송스럽지만 없지 않나. 그러면 로또 번호 찍듯 그리 고민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더구나 당이라는 본령이 권력을 접수하는 것에 있으나 진보신당을 선거에 몰빵하는 정당으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단언컨대, ‘4대강’, 지방선거 완패해도 MB는 무조건 ‘고’할 것이고, 전교조?공무원 노조, 찢어놓을 대로 찢어놓을 거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거 후 이 몽롱함에서 깨어나 이전과 다름없이, 핏불테리어처럼 이 정부를 끝까지 물고 늘어질 ‘필드형’ 정당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님, 신부님, 교무님, 목사님 모두가 남한강 공사현장에 가 있다. 투표하고 사무실이 아닌 남한강으로 출근할 유일한 정당이, 진보신당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정권에서 민주당이 노동자, 민중들에게 어떤 희망이 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에서.

 

6. 나야 개인적으로 당이 무슨 내 희망도 아니고, 짜증나면 탈당하면 된다는 저질 발상을 가지고 있으므로 어떠한 비난이 있더라도 감수해야 할 것이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이 나의 믿음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내 믿음만은 내가 지켜야 된다는 점이다. 내 믿음까지 망가뜨리면서 당을 지켜낼 자신은, 솔직히 없다. 자신의 믿음을 지키는 것이 신앙의 알파문구이자 오메가 쓰리다. 이게 진보신당에 할 수 있는 내 마지막 협박인 셈이다.

 

위 두 개의 글에서 댓글 링크따라 들어갔다가 http://blog.jinbo.net/unpolished/?pid=62&cmt=1라는 페이지에 도달했는데, 살짝 겁이 나더라고요. 사회주의노동자정당은 괘안타지만, 여기에 적힌 글들이 살벌해서리. 그러다....댓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코믹버전으로 간다는. 왼쪽 옆, '카라' 홈페이지쇼핑몰도 들어갈 수 있게 링크도 걸어두시고. 카라를 디게 좋아하시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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