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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리가 다 되진 않았다.
장례는 치렀지만 대전 국립묘지에 모셨기 때문에 임시 봉안만 했고 안장은 다음주에 한다.
가장 기본인 듯 보이는 사망신고도 아직 하지 않았다.
내가 가서 하려 했는데 호주승계 받을 사람이 와야 한다고 해서 아직 못했다.
없어질 그놈의 호주제, 대체 입법 때까지는 지켜야 하나?
나혼자 하는 거라면 호주승계 안하고 사망신고만 하겠건만...
상속을 정리해야 하는데 아는 법무사 사무실이 문을 닫았다.
물론 흔한 게 법무사니 아무데서나 하면 되긴 하는데, 귀찮아서 안알아 보고 있다.
어차피 사망신고를 해야 상속절차도 밟을 거고 말이다.
아버지 짐은 거의 모두 정리했다.
140만원 주고 산 전동침대만 남았다. 꼭 필요한데 형편이 어려워 못사고 있는 사람이 있다기에 그냥 가져 가라고 했는데 한 발 늦어서, 연락한 바로 그 날 전동침대를 들여왔다고 한다.
의료기 업자가 10만원 줄테니 달라고 하기에 됐다고 했다. 공짜로는 줘도, 업자에게 10만원 받고 팔 생각은 없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나서 졸지에 불교신자가 되버렸다.
국립묘지에서 안장의식을 하는데 필요하니 종교를 정하라고 했다.
'무교'라고 했더니 그건 안된단다. 젠장. 죽은자에겐 종교의 자유도 없나?
그럼 '유교'라고 했다. (우리 아버지 하셨던 걸 보면 유교가 종교라는 생각도 든다.)
예상했던 데로 유교도 안된다고 한다.
기독교는 정말 아니니 할 수 없이 불교로 했다.
하긴 억지로 하면 불교신자라고 못할 것도 없다.
형이 결혼하고 5년동안 애가 생기지 않았는데 하도 갑갑해서 고모가 다니는 절의 스님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스님 왈 "조상이 배가 고파"
큰집이 기독교라 제사를 안지낸지 20년이 넘었다. 아버지는 그걸 무척 안타까워 하셨는데 마침 스님께서 조상이 배고프다는 말을 하니 그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던 거다. 제사밥을 못얻어 드셨으니 조상님께서 얼마나 배고프셨겠는가! 우리 아버지는 또 얼마나 죄스러웠겠는가.
그 이후로 명절이나 제사날에 큰집에 가는 대신 우리집에서 제사를 지냈고, 재미있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애가 생겼다.
그 이후로 아버지는 더더욱 조상님을 믿게 되었고, 그렇게 하라고 일러 준 스님도 신뢰하게 되었다. 불교를 믿지는 않지만 스님은 믿는, 다소 요상한 모양새가 되었다.
장례 끝나고 친척분들과 삼오제(삼우제)로 할 것인지 사십구제로 할 것인지를 얘기했다. 사십구제는 불교에서 나온 것이고, 기간도 너무 길고 해서 대개는 삼오제로 끝낸다는 장의사분의 얘기를 했더니 고모께서 언짢아 하셨다.
"삼오제만 지내고 니 아버지 내치겠다는 거냐?"
그렇게 해서 사십구제로 결정났다.
사실 그런 게 뭐 중요하나?
이번 장례를 치르면서 짜증났던 일을 얘기하자면 시리즈로 나올 정도로 얘깃거리가 많다.
너무 많이 슬퍼하지 말라고 짜증나게 만들었나?
떠나신 아버지를 추억하고 애도할만한 틈을 좀처럼 주지 않는 이놈의 장례문화.
그나저나 정작 이제부터가 문제다.
이제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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