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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쌍둥이 형이 있다.

일란성이고 어렸을 때는 꽤 많이 닮았었기에

흔히들 쌍둥이하면 떠오를만한 일들을 많이 겪었고

다 커서도 쌍둥이하면 대개 나올 법한 질문들을 듣곤했다.

"쌍둥이는 정말 텔레파시가 통하나?"라는 질문이 가장 황당하지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나는 잔병치레 같은 것을 거의 안하고 자랐는데

쌍둥이형은 달랐다.

1년내내 감기를 달고 살기도 했고,

한 쪽 귀는 난청이었고,

알레르기가 아주 심하기도 했다.

 

새끼를 여럿낳는 동물들이 있다.

그 중 첫번째 나온 녀석을 문열이('이문열'과는 상관 없고 '문을 열고 나온 녀석'이란 뜻)라고 한다.

대부분 가장 허약하다고 한다.

나오자마자 죽기도 하고.  

 

사람에게도 이게 성립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쨌든 어렸을 때 난

똑같이 나오고도 병을 달고 살았던 형을 보며(형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안스럽기도 했고, 내가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다.

 

차츰 자라면서 잔병치레는 없어졌는데 알레르기는 계속 심한 상태였다.

그러다 대학에 가면서 거짓말 같이 감쪽같이 없어졌고

우린 농담처럼 "술을 하도 많이 먹어서 체질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둘다 술을 무지하게 좋아했지만 같이 술마신 적은 단 한번도 없다.

몇년 전 형이 술을 끊었으니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형과 나는 그렇게 가깝고도 먼 사이다.

분명 친밀함을 느끼면서도 서로 터놓고 무슨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반대로 얘기하면 터놓고 얘기한 적은 없지만 우린 친밀하다.

나이 먹으면서 서로의 인생관이 너무 달라져 서로 할 얘기가 점점 없어지고는 있지만...

 



두 번 쓰러져 119에 의해 실려갔고, CT촬영을 했다.

 

뇌혈관 내부가 파열되서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했다.

터지면 사망할 것이란다.

 

그래서 오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정교한' 수술이긴 하지만 '규모는 작은' 수술이었다.

다리에 있는 정맥을 통해서 뇌혈관에 관을 삽입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어찌하는지 그림이 잘 안그려진다.

 

수술은 잘됐는데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뇌혈관 때문에 찍은 뇌사진에서 뇌하수체 쪽에 종양이 발견됐다.

 

병원에선 급한 뇌혈관부터 먼저 해결하고 나중에 처리하자고 해서

아직까지는 자세한 얘기를 못들었다.

 

지난 주 이 얘기를 듣고 작년 아버지 때의 악몽이 떠올랐다.

- 뇌가 좀 부어있다.

- 단순한 염증일 수도 있고 종양일 수도 있다.

- 종양이 의심되는데 양성인지 악성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 그렇게 그렇게 진행되어 갔다.

희망적으로 생각하다가 하나씩 하나씩 무너져 가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뇌하수체 종양은 대부분 양성이라고 한다.

그러니 죽을 일은 없겠지.

근데 안죽기만 한다고 괜찮은 건 아니잖아.

남자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종양 크기는 5mm 정도로 아주대에서는 제법 큰편에 속한다고 하는데

아버지 때문에 오늘 성모병원에 가서 물어보니 그정도면 별로 큰 것은 아니라고.

 

작은 경우는 약으로 해결하고

조금 크면 코속을 째고 들어가 수술하고

더 크면 이마를 절개해서 수술한다고 한다.

 

아주대에서는 코를 통해서 하기에는 좀 크다고 했다는데

아버지 뇌수술 받을 때의 과정을 생각하면 상상하기도 싫다.

 

아버지도 뇌종양으로 지금 1년 넘게 침대를 못벗어나고 있는데 형까지...

게다가 뇌종양 중 뇌하수체 종양은 유전이 원인이라는데

형과 나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똑같은데

내 머리속에서도 지금 자라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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