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03. 02. 화
공사시작일. 공사진행과 관련해서 영길샘에게 쿠사리 좀 먹었다. 지금까지 논의됐던 것들을 무야시켰다는 지적과 일을 안전지향적인 일처리 방식에 대한 비판 두 가지였는데 두 가지 다 썩 와닿진 않는다. 아니 뒤의 꺼는 수용. 지금까지 논의됐던 걸 무야시켰다는 말은 천정을 안 뜯을 수도 있다는 말 때문에 나온건데, 천정을 뜯겠다고 결정을 한 적은 없는데 살짝 흥분해서 몰아붙이시는 게 쫌 이해가 안갔다. 뭣땜에 이렇게 오버하는 거야 싶은?^^; 하지만 논의됐던 것들을 정리하지 않아서 결정하고 추진하는데 있어 혼란을 준다는 건 수긍하기로. 안전지향적인 일처리 방식에 대한 비판은... 사실 앞에 거에서 흥분했던 게 이것 때문이지 싶기도한데, 아직 결정된 건 없었고 또 공사는 당연히 현실조건 감안해서 확실하게 가야지 활동 상상하듯 가는 게 말이되냐는 게 내 생각이었기에 처음엔 거부하다가 그릇을 키워야한다는 말 때문에 수용하기로 했다. 공사에서 굳이 그럴필요가 있을까했지만 인테리어 하청이 아닌 공간 구성의 틀로 봤을 때 영길샘 말처럼 크게 저질러보는 게 공간을, 그 속에서의 활동을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이 들어서. 여튼, 웃으면서 대꾸하긴했지만 썩 기분좋은 대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나중에 전화해서 살짝 엥겨주는 센스를 발휘해서 기분을 풀었다^^ ) 공사 중간에 혜민이, 윤지, 윤지 동생 윤아를 만났는데 미디어 쌤들 여기로 이사온다고 설명하고 도시락 싸들고 오라는 협박을 좀 했다. 눈에 보이는 뭔가가 있으니 자연스럽게 만나지고, 얘기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좋았다. 예전에 공부방에 다녔던 지수도 만났는데, 이게 동네구나....싶은 생각이 왈칵 들어서 뿌듯해 혼났다. 가볍게 공사 마치고는 보선이랑 시공 자축식 겸해서 거한 저녁을...
 
2010. 03.03. 수
공사 이틀 째.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오전에 일하는사람들 들러서 차를 빌리고 사무실에 잠깐 들러 얘기 좀 나눈 다음에 공구랑 목재 챙겨서 사직동으로 이동. 점심 즈음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천정이 두 겹으로 돼있었는데 직전에 쓰던 사람들이 예전 천정을 그대로 두고 각재만 새로 대서 합판을 붙인 것이었다. 덕분에 일거리는 두 배로. 1층은 바닥에서도 뜯어졌지만 2층은 빠루가 겨우 닫는 정도여서 작업대가 필요했다. 원래는 새로 짤까했었지만 준비는 안됐고 일은 해야되고해서 영길샘도 모셔다 드릴겸해서 봉명동서 작업대로 쓸 서랍장을 2개 들고 왔다. 와서는 차안에서 낮잠 한 숨 때렸는데, 보선이한테 한 말이 “영길샘한텐 비밀이다”랑 “영길샘 같은 작업반장 만났으면 꿈도 못꿀 일이다” 두 가지였다. 영길샘 눈치가 보이긴 하나보다 싶으면서도 유머코드로 영길샘이 자주 오르내리는 걸 보니 이래저래 가까운 사이가 됐군 싶었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1시간 이상 편하게 잔 나와 달리 보선인 한숨도 못자고 일을 시작해야 했다는. 콘크리트에 박힌 각재와 천정 철근에 매달린, 사다리가 필요한, 각재와 스티로폴만 남기고 작업이 마무리됐다. 저녁은 승민이네서 김밥, 떡볶이, 오뎅으로. 승민 어머님이 떡볶이 천원어치를 3천원어치처럼 주셔놓곤 간식으로 주시려고 했던 거라면서 돈은 안 받으려고 하셔서 냉큼 도망나왔다.
 
2010. 03. 04 목
공사 3일 째.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오후에 수업 있어서 오늘은 공구만 사다놓고 공사를 접기로 했다. 율량동 공구상가 가서 콤프레셔랑, 에어건, 노즐을 사서 사직동에 실어다 놓고 영길샘이랑 얘기 좀 한 다음에 수업 들어갔다. 저녁 때 공간 구성하고 놀자는 약속을 남겼었지만 공간 구성보다 더 신나는 술자리(특히 영길새한테??)와 이야기로 하루를 마감.
 
2010. 03. 05 금
공사 4일 째. 오전엔 수업, 오후엔 사무국 회의. 어제 받쳐 놓은 차 가지러 가는 시간까지. 5시가 다 돼서야 작업이 시작됐다. 승민이네서 사다리를 빌려서 천정에 붙은 각재랑 스티로폴 뜯어내다가 바닥이 정리돼야 마무리가 되겠다 싶어 폐기물 정리로 올인. 석고보드랑 합판 파편은 편하게 담았는데 스티로폴이랑, 큰 합판은 일일이 깨서 담는데 정말 일이었다. 심지어 보선이는 쓰레기매립장에 전활 걸어 폐기물 자루도 같이 버릴테니 그냥 가져다 버리면 안되겠냐고 문의(?)까지 했다. 결과는 당연히(?) 안된다였지만 납득할만한 이유를 듣지 못한 보선이의 한숨 섞인 목소리란^^ 어렵게 정리를 마무리하고,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승민이네서 저녁을 먹었다. 어머님이 안계서서 미선이가 해주는 음식을 먹고선 가게 정리하는 걸 좀 도와주고 승민이, 미선이를 태워서 집으로 고고싱.
 
2010. 03. 06 토
공사 5일 째. 일찍 일어나보려던 의지는 간데없이 오후 1시를 가리키는 시계만이 남았더라. 부리나케 조도형 부장님한테 문자 넣고 보선이랑 통화하고선 사직동으로 이동. 5시에 오딧세이 총회라 큰일은 못할거고 부장님 오시면 공사얘기 듣고 가야지 하면서 폐기물 쫌 남은거 마저 정리했는데 벽에 박힌 각재들이 영 거슬려 마저 뜯어버렸다. 처음에 뜯었을 땐 잘 빠지지도 않던 게 어찌나 잘 빠지던지. 며칠 새 힘이 늘었다 싶었다. 5시가 다돼가서 정리까진 못하고 급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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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7 18:32 2010/03/07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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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7 22:00
지극히 개인적으로..난 천정 뜯기에 한표...ㅋㅋ 이렇게 훌륭한 공사일지를 올리다니....막 가고 싶어지잖아.ㅋㅋㅋ
긴 호흡  | 2010/03/08 16:41
막 와! 어여 와! 빨리 와!
한번쯤은  | 2010/03/07 23:19
오오 이래저래 마구 장면들이 지나가요. 이런, 공사라니 꺄악~
긴 호흡  | 2010/03/08 16:42
나도, 꺄악~!!!
우중산책  | 2010/03/08 05:06
훌륭한 공사일지...ㅎㅎ
그런데 읽다보니 내가 너무 못된 놈처럼 보이는군...?....^^;;
뭐 그러거나 말거나 노가다판이 다 그렇지 뭐...?....크크크
일을 빨랑빨랑 하란 말이야..?....푸하핫
긴 호흡  | 2010/03/08 16:42
푸하하하~ '노가다판이 다 그렇지 뭐'에서 뒤짚어짐~~ ㅎ
우중산책  | 2010/03/08 05:46
생각해 보니 이번 공사에서 내가 한 일이 없다능...?....^^;;
나두 바짝 긴장해서 공사에 임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ㅎㅎ
여튼
이제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는 거겠지..?...ㅎㅎ
아자아자아자...다들 홧팅 하자규...ㅎㅎ
긴 호흡  | 2010/03/08 16:41
오호호호~~~ 공사일지 진짜 재밌스요~~!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더 생생하다는 ㅋ
그나저나 공사 관련해서 도움이 못 되고 있어서 참 미안;;;; 다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