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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벗어나 한껏 달라지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힘겹기만 했던 시간들이라는 기억이 스친다.
비오는 5.18
지난 주말 광주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삼십년 전의 흔적들을 따라 그 이야기들을 들으며
감히 그 아픔을 헤야려 짐작해볼 수 있었다. 5.18 유적지임을 나타낸 기념비엔 아직 새 냄새가 나고, 보존여부를 두고 논란이 되었다는 도청건물 안은 아직도 어둠이 그득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신의 몫이라 생각하며 시골 학교 중학생들이 꿈을 갖고 새로운 삶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는 국어교육과 교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차마 부를 수 없다고 했다.
망월동으로 안내한다고 해서 몇 년전 찾아갔던 국립묘지려니 예상했는데, 그 옆에 초라한 모습으로 남겨진 민주묘지를 먼저 가자고 했다. 이한열, 이내창, 강경대.... 익숙한 이름의 청년들이 삼십년 지난 세월 속에 빛바랜 사진으로 잔디조차 잘 자라지 않은 언덕에 모여있더랬다. 비가 오면, 이 언덕에 모여 소주한잔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는데, 오늘도 비가온다.
광주의 아픔을 "아시아의 문화도시, 광주"라는 돈과 맞바꾸었다는 자조섞인 혼잣말이 맘에 남는다. 사람의 문제로 곱씹고 또 곱씹어야 하는데도 한 때의 사건으로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라던 그 분, 그 분노와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뇌출혈로 두번이나 쓰러졌었다고 하니.....
그저 겸손히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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