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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파트단지를 떠나 논밭이 있는 동네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습니다. 밭에 고추를 심다가 허리를 펴니 아기 손같이 곱고, 여린 나뭇잎과 키 작은 들꽃들이 봄 햇살을 받아 “저 여기 있어요”하고 말을 걸어오는 듯 하네요. 자건거를 타고 달리며 신난다 소리치는 아이들 소리도 들립니다. 오월의 초록이 이토록 아름다운지 이제까지 모르고 살았구나 싶습니다. 이 좋은 계절은 어린이날로 시작되었고, 어버이 날과 부부의 날로 이어지면서 가족을 새삼 더 돌아보게 됩니다.
자연,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면서 연상되는 것은 어린 시절의 “밥상”입니다. 매일 아침이면 형제들이 순서대로 국에 밥 말아 먹고 도시락 챙겨 학교로 갔구요. 해가 질 때까지 동네에서 친구들과 뛰놀다보면, 여기저기서 “누구야 밥 먹어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고, 하나 둘씩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갔지요. 친구 집에서 먹은 팥밥, 푹 익힌 김치찌개는 집에서 먹던 것보다 더 꿀맛이었구요. 일요일 아침 늦잠도 못자고 밥상 앞에 불려 앉혀지기도 했지요. 무엇보다 어머님이 정성껏 차려주신 생일상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얀 쌀밥에 미역국과 꽁치구이 한마리와 계란 후라이, 그리고 김과 나물을 혼자 먹도록 독상을 차려주셨거든요.
그런데, 천안지역 저소득층 아이들 중 거의 매일 아침을 안 먹는 아이들이 5명중 1명꼴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아침을 먹지 않으면 잘 못 크고, 학교에 가서 집중력도 더 떨어지겠지요. 게다가 인스탄트, 패스트 후드를 즐겨 먹으면서도 운동은 부족하니까 비만이 될 위험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나 우울도 더 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침식사는 단지 끼니를 거르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고, 아이들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나타내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가정에서 부모나 어른들이 안 먹는 경우에 아이들도 안 먹는 경향이 높다고 하네요. 어른들이 아침식사를 안 먹거나 못 먹게 되는 사정이 나름 다 있겠기에 집집마다 알아서 아이들에게 밥상을 차릴 수 있을 때까지 맡겨둘 수는 없지 않을까요? 아침식사를 꼬박꼬박 챙겨 먹어야 할 아이들은 누구라도 불러 모아서 함께 밥을 먹고 정을 나누는 동네 밥상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방선거에 출마한 많은 후보들이 친환경·무상급식에 찬성을 하고 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습니다. 어른들이 함께 소리모아 “얘들아, 밥 먹자”하고 외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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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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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한국에도 전문간호사가 있나 궁금해서 구글을 해보다가 이 블로그까지 흘러들어왔네요. 뉴욕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NP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미국의 간호현장에 대한 소식이 있는 것이 반갑구요, 한국의 현장에 대한 소식을 좀더 알았으면 좋겠습니다.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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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전문간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석사를 하고,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합니다. 해당분야 실무경력도 3년이상 필요하구요. 한국간호평가원 사이트에 들어가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