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루만 보면 가슴이 떨려. 자꾸 용산이 생각나” 지난 4월 19일, 버스노동자들이 쌓아올린 망루를 보며 문규현 신부님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용산철거민들을 아픔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했던 신부님. 자신이 손수 만든 마중물카페에서 불과 2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망루가 위태롭게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거기에 가난과 설움에 노동자들이 올라갔다고 하니 오죽했으랴.

 

망루를 보면 편치 않은 건 신부님뿐이 아니다. 버스노동자들을 응원하는 이라면 누구나 걱정이 앞선다. 행여나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망루에 오른 이들의 건강은 어떨까? 이런 걱정과 함께 노동자가 결국 망루에 오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생각하면 망루를 편하게 바라볼 수 없는 일이다.

 

용산 철거민들이 그랬고, 노동자들이 고공농성을 선택할 때 그랬다, 망루는 세상에 더 이상 기대할게 없을 때 선택한다. 적어도 버스노동자들에게 망루는 그랬다. 정당한 절차를 거친 파업이라 당연히 합법한 투쟁이었지만, 노동부는 공개되지도 않은 매뉴얼을 들먹이며 불법파업이라는 섣부른 결정을 내렸다. 전주시는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법을 외쳤고, 그렇게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버스노동자들은 참았다. 지역사회를 믿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는 하루 16시간 운전대를 잡아야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버스노동자들의 삶을 알아줄거라 생각했다. 배차시간을 엄수하기 위해 위태롭게 전주 시내를 질주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30년 노동의 삶. 배차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무슨 욕이든 다 들어야 했던 그 30년 노동의 삶. 결코 드러나지 않았던 그 노예같았던 삶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 양심이 있는 지역사회라면 알아줄거라 버스노동자들은 굳게 믿었다.

 

그래서 지역 여론을 고려한 투쟁을 전술로 선택했다. 삼보 일배로 머리도 조아려보았고, 수만 장의 유인물도 뿌려보았다. 그러나 언론은 그들을 매질하듯 몰아붙혔고, 공권력은 버스노동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노동자 100명이 모이면 공권력은 1000명으로 상대했고, 민주노조를 버스노동자들이 외치면 불법폭력집단으로 매도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났다. 그리고 버스노동자들은 차디찬 거리보다 더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하늘, 고공에 마지막 믿음을 걸고 망루를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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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3 22:49 2011/05/03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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