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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노조 신문 칼럼 원고]

 

과제가 있다. 이제 1년을 조금만 더 넘기면 스무살이 되는 한국의 민주노조운동이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현대자동차 노동운동도 예외는 아니다.

 

첫 번째 과제 - 노동시간 단축

 

한국의 노동자들은 우리 지구에서 가장 오래 일한다. 연간 2,500시간 가까이 죽어라 일한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주야 맞교대, 특근철야에 연간 3,000시간 가까이 일한다. 유럽 노동자들이 1,500시간 일하고 일본 노동자들도 1,900시간밖에 일하지 않는데 한국 노동자들이 이렇게 초장시간 노동을 하는 까닭은 단 하나, 주40시간 기본급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현대자동차부터 GT-5에 걸맞게 노동시간과 임금수준이 세계 5위로 향상돼야 한다. 2009년 시행하기로 한 주간연속2교대제에 맞춰 시급제도 월급제로 고치고 전직군 호봉제도 손을 봐서 임금 손실을 없애고 연간 노동시간도 2,000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 현대자동차가 하면 우리 자동차산업 전체가 따라 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산업이 하면 우리 사회 노동자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이 첫째 과제다.

 

두 번째 과제 - 비정규직 철폐

 

우리는 안정을 바란다. 일자리가 안정되기를 바라고 생활이 안정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 삶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해가 다르게 고령화돼가는 한국의 노동자들은 대부분 정년을 못채우고 54.1세에 1차 퇴직하고 68.1세가 돼서야 노동시장에서 완전퇴장한다. 70세 가까이 일을 해야 먹고 사는데 장시간 야간노동에 골병든 몸으로 그 나이까지 노동시장에서 버틸 수 있을지 앞이 깜깜하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도 문제다. 우리 사회 전체 일자리 가운데 2/3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든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자식의 미래를 위해 사교육비를 쏟아붓는다. 그러나 취업전선에 나선 자식들이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당장 비정규직이 내 일자리 지키는 방패막이 될 거라는 생각은 지금 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미래 자식세대 일자리까지 불안하게 만드는 크나큰 오산이다. 진정 안정된 삶을 바란다면 지금 비정규직 철폐투쟁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이것이 둘째 과제다.

 

세 번째 과제 - 혁신, 새로운 단결

 

앞의 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노동운동은 자본과 권력에 물든 내부의 썩은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고 철저하게 혁신해야 한다. 자주성과 민주성을 잃은 노동운동은 더 이상 운동이 아니다. 스무살이면 성년이다. 나이에 걸맞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진다. 우리 노동운동이 세상을 바꾸는 희망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스스로를 철저히 혁신하고 새롭게 단결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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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09 20:36 2005/11/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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