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어제 2월 13일 흥겸 형 10주기 출판기념회와 작은 공연 자리에서 예전 낙골교회 김기돈 목사가 들려준 글.

 

 

흥겸을 말하다

  

 

흥겸은 꿈꾸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가슴은 뜨거웠고 치열했습니다.

그 꿈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흐르고

바닥에서 바닥으로 흘러 닿았습니다.


그는 바람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때로 거친 겨울바람이었고, 뜨거운 열정 같은 바람이었습니다.

때로 매케한 먼지바람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어디에서 서고 어디에서 일어서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용기로 왔고 의연했으며,

진지했으나 늘 명랑하고 유쾌한 기운이 넘쳐났습니다.


흥겸에게 ‘낙골’은 바닥사람의 상징어였습니다.

낙골에서 '흥겸'은 역시 사무치는 그리움의 상징어였습니다.

'낙골'이나 '흥겸'은 서로에게 가슴에 있는 그리움이었습니다.


흥겸은 낙골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늘 사랑은 사랑으로 말하고

삶은 삶으로 말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에게 치렁치렁 장식된 어떤 것도 없이

바닥사람들과 알몸같은 시간을 살았습니다.

 

그는 가슴 말을 쏟아냈습니다.

꾸밈없는 말, 기름끼 없는 말이 그에게 있었습니다.

그가 남긴 ‘낙골칠일’ 주보에는

그의 펄펄뛰는 날것 그대로의 말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나 만나는 것이나

따로따로 인적은 없었습니다.

때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거나

때로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그는 늘 한결같았습니다.

 

낙골은 꿈틀거리는 바닥사람들의 공간이었고,

거기에 흥겸이 있었습니다.

낙골사람 흥겸, 그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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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14 19:04 2007/02/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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