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라, 두근거리는 시간이여
-조성웅 시집 "물으면서 전진한다"
출판기념회에 부치다.
백무산
강물은 매순간 흘러 새로운 얼굴을 보여 줍니다.
시간도 이처럼 언제나 우리를 낯선 곳으로 흘러가게 합니다.
변화는 생각을 바꿔먹는다는 뜻이 아니라
새로워진다는 뜻입니다.
변화는 변질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말입니다.
오늘 하루의 일을 다 끝내지 못했더라도
내일 뜨는 해를 맞이해야 하듯이
우리가 이 계절에 꽃을 피우지 못했더라도
겨울을 받아들이고 다음 봄을 준비해야 합니다.
밖에 있는 문제는 언제나 안에도 있습니다.
안에 있는 문제는 언제나 밖에도 있습니다.
세상의 굴곡과 모순이 똑같이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나를 돌보지 않고 세상을 위해 싸운다고 참된 것은 아닙니다.
밖에서만이 아니라,
내 안에서 세상의 온갖 굴곡과 모순을 발견하고
그것에 저항하고 또 스스로를 깨고 새로워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참된 인간입니다.
우리의 기다림도 새로워져야 합니다.
우리가 기다리던 것이 언제
기다리는 동안에 온 적이 있던가요?
아우성치며 열망하던 때에 그것이 온 적이 있던가요?
어느 순간인들 온다 하고 온 적이 있던가요?
언제나 그것은 우리가 방심할 때에.
우리가 지쳐 귀를 닫고 손을 놓고 있을 때에.
실망하여 그만 돌아가려고 할 때에.
마치 잃어버린 보석이 호주머니에서 발견되듯이
도둑처럼 그렇게 오지 않던가요.
헛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숱한 실패가 가져다준 지혜 없이
열망에 타던 가슴 없이 그것을 잡을 수 있었던가요.
지난 87년은 이제 버릴 때입니다.
그것을 다시 불러내면 새로운 시간들은 멀리 달아나 버립니다.
빈손뿐이던 우리에겐 오히려 고통스러웠던 세월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목적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매 순간이 목적이듯이
오늘 하루하루 새롭게 사는 길을 가야 합니다.
죽은 시간을 버리고
한 걸음 더 앞선 긍정의 활력을 살아야 합니다.
새로운 길에 새로운 시간이 잉태하는 순간입니다.
매 순간이 그렇게 두근거리며 다가옵니다.
손을 내밀면 달려와 안깁니다.
우리는 그 출렁거리는 시간 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