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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에 낼 자료집 <나는 정말 강성인가> 머리글


투쟁의 한복판에서 스스로 입을 연 노동자들

 


여기, 버릴 것도 비울 것도 없이 오직 인간다운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체류자로 내몰려 “우리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항변하는 이주노동자, 민주노조를 복원하기 위해 ‘현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과제가 돼버린 대공장 활동가, 년말마다 일자리가 없어질까 전전긍긍해야 하는 자치단체 비정규직 노동자, 시어머니 병수발에 생계까지 도맡아야 했던 해고 노동자의 아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가로놓인 벽 앞에서 고민하는 신세대 정규직 소위원, “이 세상 모든 부모의 자식들이 비정규직 딱지를 뗄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자” 자기 몸에 불을 질렀던 비정규직 노동자, “아이와 함께 베란다 난간에 서 본 심정”을 절절하게 들려주는 장애아 어머니, 남성 활동가들 틈바구니에서 현장을 발로 뛰는 대공장 초선 여성 대의원,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은” 단기계약직 공부방 교사, “사람을 노예 취급하는 것이 제일 불만이었다”는 청소용역 노동자...

 

이들이 투쟁에 나섰다. “억울하고 분해서 그냥 있을 수 없었던” 여성 해고 노동자,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화가 난” 어린이집 학부모, “내 아이를 위해, 우리 아이들을 위해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던” 장애인 부모, “하늘이 무너지고, 답답한 현실”에 서러운 눈물을 흘려야 했던 해고 보육교사, “억울한 얘기를 하고 싶고, 인간다운 대접을 받고 싶은” 간병사... 이들은 투쟁 속에서 “혼자가 아님”을 알았고, “더 강한 사람”이 되어갔으며,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투쟁은 벼랑 끝에서 점점 더 단호하고 완강해졌다. “누구 하나는 생을 포기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을” 폐업사업장 대덕사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 무노조 삼성공화국에 노동조합 깃발을 꼽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텨온 해고 노동자의 외롭고 끈질긴 사투, “단물 빠진 껌처럼 내버려진” 자치단체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의 한겨울 천막농성, 매표소 복원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삭발, 혈서, 단식, 노숙, 점거, 천막농성을 벌여온 부산지하철 매표소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에 맞서 끈질기게 이어온 양산 한일제관 해고 노동자들의 원직복직투쟁, “서럽고 분노에 차” 병원 로비를 점거한 동강병원 식당 해고 노동자들, 직장폐쇄에 맞서 한여름 내내 울산시청 남문에서 천막을 치고 싸웠던 화진교통 택시 노동자들의 전액관리 월급제 사수투쟁, “이대로 죽을 수 없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투쟁에 나선 인성산업 노동자들, 태풍이 휘몰아치는 송전탑 고공농성으로 목숨을 걸었던, “어디까지가 벼랑 끝일까?”를 물으며 35일을 단식했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 ‘철도공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끝 모를 장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철도노조 KTX 승무지부 여성 노동자들, 대량 중징계와 노조 사무실 폐쇄에 맞서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공무원 노동자들...

 

이 투쟁의 한복판에서 투쟁의 당사자들이 스스로 입을 열었다. 인터뷰를 하면서 가슴 속 이야기를 쏟아냈고, 컴퓨터 앞에서 독수리 타법으로 한 타 한 타 절박한 사연들을 쳐내려갔다. 그 소중한 말과 글들이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모아졌다.

 

이 책에는 말 그대로 투쟁하는 대중의 육성(肉聲)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것은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가장 낮고 열악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투쟁에 나선 여성 노동자들은 “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의 외침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 노동자들의 가장 절박한 과제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한다.

 

가사노동과 생계노동, 심지어 가족의 병 수발까지 떠맡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인간답게 살기 위한 투쟁”에 당당하게 나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 우리 운동의 미래가 있다. ‘인간다운 삶을 원천봉쇄하는 신자유주의’와 바야흐로 불퇴전의 전면전을 벌여나가야 하는 민주노조운동은 ‘대기업 정규직의 제 배 불리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투쟁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을 성찰하며, 운동의 이념과 조직을 뿌리에서 재구성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새로운 20년은 그렇게 준비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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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4 21:21 2006/11/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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