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기

수열 형의 세번째 시집 [바람의 목례]에서

 

 

 

비는 소리가 없다

 

 

정작 비는 소리가 없다는 걸

이때도록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늘 어드메쯤에서 길 떠나

지상 어딘가에 닿을 때까지  

비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다는 걸 

내 가슴이 텅 빈 후에 알았습니다

 

비에도 길이 있어 그 길 따라

바다에 닿으면 파도 소리가 되고

키 큰 나무에 내리면

푸른 나뭇잎 소리가 되고

더는 낮아질 수 없는 개울에 닿으면

맑은 물소리가 된다는 걸  

그와 헤어져 인사도 없이 돌아선 날

내 가슴으로 내리는 빗줄기에는

아무 소리도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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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02 18:15 2007/03/02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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