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 소리 없이 양껏 잠을 잔 후 깨는 아침.
5분, 10분, 30분, 1시간 단위로 일어나기를 미루지 않을 수 있는,
천천히 느긋하게 잠을 털고 머리 맡에 둔 물 한 잔 마시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슬금슬금 방과 거실 바닥 걸레질을 하고
창가로 가서 몇 안 되는 화분에 물도 주고,
볕이 좋으면 빨래를, 혹은 어제 미처 하지 못한 설거지를 하다가,
조금 땀이 차오른다 싶을 때 씻고,
다시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뭘 먹으면 맛있는 한끼가 될까
먹고 싶은 음식들,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머리 속으로 더듬더듬 헤아려보고,
딩굴딩굴 TV를 보다 점심 때가 지나면 슬슬 밥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기분 좋은 공복상태를 즐기다 늦은 점심 때 밥을 차려 먹고,
설거지를 하고 간간히 집 정리를 하고,
남은 하루 동안 할 일을 천천히 궁리하면서 오후를 보내고,
보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나 영화를 보며 저녁을 맞이하는.
해가 지면 내가 좋아하는 정도의 조명만 켜두고,
밥을 또 먹거나 이런 저런 군것질을 하면서,
생산적인 무언가를 하지 못한 하루라는 죄책감 따위 발끝으로 밀어내고,
천천히 기분좋게 잠이 들 수 있을 상상거리를 찾으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드는 하루.
그렇게 다음 날 걱정 없이 잠이 오는대로 잠을 잘 수 있는 저녁.
어제 오늘 그런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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