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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최영미)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최영미-"돼지들에게", 실천문학사

 

 

 

그는 내가 그를 사랑할 시간도

미워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언젠가, 기쁨도 고통도 없이

굳은 빵에 버터 바르듯

너희들을 추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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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비극의 시작

                           비극의 시작

                                                                                                            최영미-'돼지들에게'-실천문학사- 중

 

 

 

 

 

진짜 진주는 자신이 진주임을 모른다

 

뭇 구슬들이 시기하고

뭇 돼지들이 탐하는 보석,

진주는 자신의 빛나는 몸을 가리는 외투가 없다

 

자신을 보호할 껍데기가 없는 진주는

심심한 돼지와 한가한 여우들이 즐기는 간식.

 

돼지들의 노리개가 되지 않기 위해 산으로 들어간 진주는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 년이 못 되어

자신의 단단한 성이 답답했다

 

깊은 산중에서 혼자 지내다 병에 걸린 진주는

도시로 나왔다. 하룻밤 잘 곳이 없어 찾아간 진주를

하나뿐인 친구는 병원 냄새가 난다며 밖으로 내쫓았다

밖은 찬바람 이는 겨울,

 

붕대를 맨 진주의 손에서 피가 흘렀다

믿었던 친구에게 버림받은 그날 저녁,

진주는 여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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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더, 바보짓 하다

 

 

바보짓



....회의 땜시 서울본부에 갔는디.

 

커피 자판기가 있고 자세히 보면 동전 교환용 컵이 있다. 여기서 동전을 교환하고 자발적으로 돈 넣고 커피 뽑아 먹으라는 말씀. 사실 이 자판기를 한 두번 써본게 아니었음.

 

그런데 그날 따라, 나라는 놈은 동전 교환용 컵에 200원을 넣고 커피 버튼을 누르고 커피를 기다리다 "어 왜 안나와 이거"?????

 

동전 투입구는 컵 밑 기계에 있는디..죄 없는 기계한테 화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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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청 비정규직 투쟁

 

 

7월 6일 송파구청 앞에서 송파구청 비정규 노동자 사업종료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비정규법이 시행된 이후 정말 많은 노동자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구청은 사업종료라고 말한다.

 

정확한 개념은 더 알아봐야 하겠으나 정말 둘러대는 논리, 방식도 가지가지다.

 

롯데월드, 석촌호수 옆, 부유한 아파트들이 늘어서고 넓직한 도로를 자랑하는 서울의 부유한 동네에서 벌어지는 비정규직에 대한 학살은 한국사회의 현재를 잘 말해준다.

 

그러나 송파구청 비정규노동자의 자신 있고 꾸밈없는 밝은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

 

노동자들은 와 주어서 고맙다고 힘이 난다고 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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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장마 어느 날

 

7월 장마 어느 날


이른 아침 비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충돌하듯 들려왔을 골목길에

오늘은 비소리만이 들려온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를 다 품어 버린 채

들리는 빗소리는 고요함과 적막함

그 어딘가 판단내리기 어려운

곳에서 태어났지.


사무실에서 눈을 뜨는 아침

비 소리에 눈을 뜨면 좋으련만

오히려 ‘왜 이리 어둡지’라는

의식과 감각의 혼돈 속에 잠이 깨는구나


그리고 나서야 ‘아! 비가오는구나’되뇌이네!


빛이 잠을 깨우지 못하고

어둠이 잠을 깨운 상황은

길이 아닌 곳에 밟 걸음 옮기며

길을 만들어 가는 우리의 자화상은 아닐지!

그도 아니면 내 정신세계의 현실은 아닐지!


둘 다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둘 다 거짓 인 듯도 한데


그러나 진실은 밝힐 수 있고

거짓은 언젠간 드러나듯이


우리는 진보와 진리를 거부하는

자본의 가시밭길에 계속 발 걸음을 올려 놓을 수밖에 없다


비소리에 잠을 깬 아침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그대를 느끼고 싶고

빛이 잠을 깨운 아침

그대의 환한 미소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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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받은 책 중간보고

지난 연말, 올 연초 이벤트로 책 선물받기 행사를 했다. 주기가 아니고 받기.

 

많은 이들의 동정과 격려, 동참 속에 여러권의 책을 받았는데 예상했던 대로 진도가 영 안나간다. 올해 다른 책을 사서 읽기는 퍽 힘들어 보인다.

 

 

더 분발해서 앞으로도 남은 책을 더 읽어야 겠다. 아직도 몇권 더 남았다.

남은 책은 스피노자 관련책인데 이해나 할런지 모르겠당.

더 큰 문제는 스피노자 맑스주의도 모르겠는데, 이번엔 헤겔 맑스주의가 등장한단다. 이론가나 학자들을 쫓아갈 생각도 그들의 연구에 보조를 맞출 생각도 없고, 현실운동의 속도와 이론변화의 속도를 동일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숨가쁜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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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산자와 죽은자 대빵 두꺼운 책이다. 다행이 소설이다. 프랑스판 민중-노동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초반 읽었던 노동문학을 읽는 듯한 생동감이 다가온다. 한국 소설에서는 담지 않았던 사랑의 문제도 양념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게다.

 

그래도 현재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자본과 권력의 지배방식,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투쟁해야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장 내에서의 타협주의와 전투적 조합주의 등 우리의 운동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등장한다.

 

그러나 끝이 너무 밋밋하다 못해 아니올시다라고 밖에 답이 나오지 않는다. 결론이 문제가 아니라 끝맺는 방식이 문제인 듯 하다. 나만의 평가일 수도 있으나....

두번째 책이자 세권째 책, 거의 다 읽어가는 책이다. 오래 전부터 보려다 못본 책이기도 하다.

자본의 흐름과 노동의 대응에 따라 산업구조와 핵심 지역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그에 따른 노동자의 연대가 어떤 식으로 작동했는지, 어떻게 자본에게 승리 혹은 패배했는 지를 역사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자본의 통치 방식에 유효한 투쟁은 무엇인지 더 사고해야한다는 고민을 안겨준다.

자본 혹은 산업이 이동하고 옮겨 가는 경로와 향후 노동 소요의 중심이 노동 투쟁의 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 지를 고민해야 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연구해야 한다.

 

 

자본주의 역사강의는 백승욱 교수의 강의록이다.

내용은 상당히 중요한 지점을 쉽게 잘 다루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강의록을 책으로 엮는 고질적인 단점인 산만하고 중언부언에 핵심을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기도 혹은 잘못 서술한 부분도 있어보이는데 강의야 그렇다쳐도 교정과정에서 놓친 부분은 아쉽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역사적 자본주의가 무엇을 말하는지, 역사적 자본주의 자본주의세계체제론자들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지를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에 대한 고민과 국가간 체계의 고민에서 일국적차원의 사회구성체논쟁의 재 해석이나 재 접근은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발전시켜야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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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고 말았다

욕하지 않고 화내지 않고

이해하고 조언하려 노력해왔는데

받아들여지는 감정 그대로 반응하고 말았다.

 

아직 정진의 길은 멀었다.

내가 나를 질타해야 하는가!

잘 모르겠다.

 

분명하게 제기하고 이야기해야할 것이 있음도 분명한데

마음의 노여움을 벗어내고 이야기하는 방법을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동지에게

사람에게

상대방에게

 

얼마나 더 진솔해야 하는가!

얼마나 더 다가갈 수 있는가?

 

내가 나늘

 그들이 나를 얼마나 이해해줄 수 있을까

 

여전히 풀기 힘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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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6월에 어울리는 시

-돼지의 변신-

『돼지들에게』中  -최영미 -

 

 

그는 원래 평범한 돼지였다

감방에서 한 이십 년 썩은 뒤에

그는 여우가 되었다

 

그는 워낙 작고 소심한 돼지였는데

어느 화창한 봄날, 감옥을 나온 뒤

사람들이 그를 높이 쳐다보면서

어떻게 그 긴 겨울을 견디었냐고 우러러보면서

하루가 다르게 키가 커졌다

 

그는 자신이 실제보다 돋보이는 각도를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면(그 방향으로) 몸을 틀고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이 좋아할까?

어떻게 청중을 감동시킬까?

박수가 터질 시간을 미리 연구하는

머릿속은 온갖 속된 욕망과 계산들로 복잡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우주의 고뇌를 혼자 짊어진 듯 심각해지는

 

냄새나는 돼지 중의 돼지를

하늘에서 내려온 선비로 모시며

 

언제까지나 사람들은 그를 찬미하고 또 찬미하리라.

앞으로도 이 나라는 그를 닮은 여우들이 차지라는

변치 않을 오래된 역설이  ……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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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김용택-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 데서 피지 않은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 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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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회색의 서울 하늘도 푸를 수 있다는 건

서울 안에 숨겨진 희망이 있다는 거다

어둠과 탁함의 일상을 휘돌아 간혹 피어오르는 하늘의 진실은

입가에 머물다 순간 사라지는 미소만큼이나 잔잔한 즐거움이다


서울의 이 짧은 푸르름이 영원하지는 않겠지만

순환과 순환을 거쳐 또 다시 반복되지 않겠는가

물론 아주 짧은 시간이겠지만


이 짧은 미소가 서울 하늘을 자연으로 호명하리니

그 순간만큼 도시의 속박에서 벗어났다

도시의 힘에 밀려 다시 잿빛으로 돌아서는 단절이 거듭되더라도

하늘이 자연이고자 하는 에너지는 이 짧은 순간에서 연원 한다


사람이 사람이고자 하는 에너지는

의학이 정한 사람이라는 개념 밖에 있을지 모른다.

수 많은 찰나의 연속 속에서


수많은 찰나는 느끼지 못할 뿐

사회와 호흡하는 우리 몸속에서,

머리에서 언제나 요동친다


우리 가슴 속에서 살아 숨 쉬다 역류하는

36.5도에서 멈추지 않고

넘쳐 끓어 흐르는

몸 속 실오라기 붉은 줄기 들이

우리를 사람이게 한다.


찰나의 시간 속에

다시 서울 하늘이 잿빛으로 돌아 설 때

사람다운 사람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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