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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은 한반도 통일의 결정적 전환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2/10/03 09:49
  • 수정일
    2012/10/03 09:49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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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러스틴의 '논평'] 야권 이긴다면 10년내 실질적 통일 이뤄질 것

이매뉴얼 월러스틴 美예일대 석좌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03 오전 10:01:05

 

한반도: 한 지정학적 요충의 미래
(The Korean Peninsula: The Future of a Geopolitical Nexus)


마침내 한국세계무대에 복귀했다. 앞으로 다가올 10년 동안 (세계 정세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결정적인 지정학적 요충의 하나로. 한국은 중국과 일본, 미국의 미래, 그리고 아마도 러시아의 미래에까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의 미래는 주로 그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한국은 정치적·문화적 단일체로서 매우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희귀한 나라 중 하나다. 물론 단일 왕국으로서 그 통일성의 수준은 다양했다. 현대사에서도 한국은 1905년 일본의 보호국(protectorate)이 되고 1910년 합병당하기 전까지 독립 국가였다.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한반도를 통치하던 시절도 끝났다. 전쟁이 끝나기 직전, 미군과 러시아군이 북위 38도를 경계로 한반도에 진입했다. (한반도에는) 두 개의 국가가 들어섰는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혹은 북한)과 대한민국(ROK, 혹은 남한)이다.

1950년 남과 북은 전쟁에 돌입했다. 이 전쟁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오늘날에도 격렬한 논쟁거리로 남아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상임이사국이었던) 소련이 불참함으로써 미국은 남한에 유엔군을 파병하도록 할 수 있었다. 16개 국가가 유엔군의 이름으로 참전했지만 유엔군의 80%는 미군이었다. 이후 곧 중공군이 북한으로 진입해 미국-유엔 연합군에 맞서 북한군을 지원했다. 중요한 것은 이로 말미암아 한국전쟁은 곧 중ㆍ미전쟁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1953년 전쟁이 교착상태에 접어들었고 양측은 북위 38도와 거의 비슷한 휴전선을 설정하는데 합의했다. 간단히 말해 전쟁은 무승부였다. 엄밀히 말하면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평화조약도 없지만 동시에 전쟁도 없다. 비록 (양 진영 간의) 엄청난 적개심이 남아 있고 이따금 소규모 충돌이 빚어지긴 했지만 말이다. 1957년 미국은 북한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휴전 합의 조항을 어기면서 남한에 핵무기를 들여놓았다.

소련 붕괴의 여파로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를 탈퇴하고 미국과 불가침조약을 맺기 위한 양자회담을 모색했다. 미국은 양자대화를 거절했지만 남한과 일본,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6자회담을 제안했다. 2006년 북한은 핵실험 계획을 발표했고 2009년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언했다. 오늘날 몇몇 남한 지식인들은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현 상황을 설명한다. 그들은 한반도가 '비평화'(peacelessness) 상태라고 말한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를 포기하게 하려는 미국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한동안 고통을 겪었는데, 부분적으로는 북한 정권이 군 지출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한반도의 민족주의는 매우 강력하며, 북한과 남한 모두 통일을 원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조건에 바탕한 통일인가? (남북 사이의) 상호 불신은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통일에 대한 한 태도는 남한 국민들을 갈라놓는 중요한 요수 중의 하나다.

1961년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1979년 암살당할 때까지 독재를 펼쳤다. 박정희는 북한 정권이 전복되어야만 통일이 가능하며 또 바람직하다고 봤다. 1980년 학생들이 미국을 비판하는 시위를 이끌었고 민주화를 요구했다. 이 운동은 가혹하게 진압당했다.

이후 반체제 인사였던 김대중이 이끈 중도좌파 정당이 1997년 선거에서 승리할 때까지 보수 세력이 남한 정치를 지배했다. 김대중은 소위 햇볕정책이라 불리는 정책을 선언했다. 햇볕정책은 누군가의 외투를 벗기기 위해서는 거센 바람보다는 햇볕이 내리쬐는 게 더 쉽다는 이솝우화에서 따온 것이다. 햇볕정책은 북한과의 견고한 협력관계를 모색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북한을 흡수통일하려는 어떤 시도도 거부했다. 김대중은 2000년 이 정책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햇볕정책은 후임 대통령으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집권한 노무현에 의해 승계됐다.

2008년 보수 세력이 대권을 되찾았는데 이는 부분적으로는 북한에 대한 개방정책이 많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고, 한편으로는 노무현 정부에 영향을 미친 스캔들 때문이었다. 신임 대통령 이명박은 노골적으로 햇볕정책을 거부하고 심지어 미국보다 더 강력한 적대적 대북정책을 주장했다.

오늘날 중국, 미국, 일본, 심지어 러시아마저도 한반도의 통일을 정말로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이들 국가 모두 현 상태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향후 10년에 걸쳐 통일을 염원하는 세력이 갑자기 강력해질 것 같다.

현재 새롭게 열린 상황에서 두 가지 사안이 있다. 하나는 남한에서 치러질 대선이다. 보수세력은 박정희의 딸로 박정희 정권의 완전한 정당성을 주장하는 박근혜를 밀고 있다.

중도좌파 세력은 현재 두 명의 후보로 지지가 갈린다. 문재인은 중도좌파 정당의 후보로 북한에 대해 다시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데 찬성한다. 또 다른 후보는 비정치인 출신 대권후보를 표방하는 무소속의 안철수로 양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게 먹혀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정책은 문재인과 사실상 동일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중도좌파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면 보수 후보가 확실히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론조사는 또 (야권의) 두 후보 중 하나가 상대방을 지지하며 사퇴한다면 중도좌파 세력이 아마도 승리할 것이라는 점 역시 보여준다. 한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은 높다. 누가 누구를 지지하면서 사퇴할 것인지가 문제다.
 

▲ 2012년 대선 후보로 출마한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만약 중도좌파 세력이 승리한다면 북한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 것인가? 아무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 김정은이 부친(김정일)의 정책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 김정은은 일반 북한 주민의 실제 소득을 올리는데 더 신경을 쏟고 변화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남한에서 오는 햇볕을 환영할 것 같다.

만약 중도좌파 세력이 남한에서 집권하고 북한의 새 지도자가 사실상 햇볕에 더 개방적이라면, 세계는 향후 10년 동안 남과 북이 중국·미국의 실질적 공포를 무시하고 낮은 단계의 연방을 구축하는 것을 보게 될 것 같다.

통일 한국은 동북아시아, 그리고 확실히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에 새로운 충격을 가할 것이다. 통일 한국은 아마 중국과 일본 사이에 중재역할을 하면서 3개국의 공동 구조(common structure)가 실현될 수 있게 할 것이다. 또한 이는 남한과 일본, 대만이 모두 핵보유국이 되는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게다가 통일 한국은 (최근) 입지를 재정립한 이집트, 지정학적 입지가 더 강력해진 브라질 등과 연계해 전 세계 지정학적 세력의 재편 움직임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러한 미래는 한국 자신의 손에 달렸다.

* <월러스틴의 '논평'>은 세계체제론의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매달 1일과 15일 발표하는 국제문제 칼럼을 전문번역한 것입니다. <프레시안>은 세계적인 학자들의 글을 배급하는 <에이전스글로벌>과 협약을 맺고 월러스틴 교수의 칼럼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10월 1일 논평 원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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