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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화유산 앞인데... 쓰레기 구르고, 썩은 내 진동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2/28 10:02
  • 수정일
    2018/02/28 10: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현장] 공산성 보이는 금강둔치공원, 물고기 죽은 강물에 녹조류 사체 둥둥 떠올라
18.02.27 20:48 | 글:김종술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 잉엇과 어류인 물고기가 강바닥에서 떠오른 녹조류 사체 속에서 병든 모습으로 둥둥 떠다닌다. ⓒ 김종술


썩고 병든 금강의 현실을 알리려는 듯 병든 물고기 한 마리가 힘겹게 내게로 왔다. 몸과 입에는 솜털 같은 병균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썩은 강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냄새가 심해서 운동을 할 수가 없어요."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적 제12호 공산성 앞 강물에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다니고 있다. ⓒ 김종술


4대강 사업 콘크리트에 갇혔던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수시로 받는 전화다. 이른 새벽부터 걸려온 전화는 어김없이 악취를 호소했다. 4대강 사업 이후 강바닥이 그만큼 썩었다는 증거다. 중병을 앓던 금강의 치유가 끝날 때까지는 겪어야 하는 일이다.

26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금강둔치공원(아래 둔치)을 찾았다. 드문드문 운동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지난해부터 하류 공주보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둔치 앞까지 차오르던 강물도 2m가량 내려간 상태다.

물 밖으로 드러난 강변은 갈대 솜털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갈대를 헤집고 들어가자 질퍽거리는 시커먼 펄밭은 발목까지 빠져든다. 진흙 펄은 가뭄에 드러난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고 자갈과 모래밭에 경계를 이루면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물가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냄새가 심해졌다. 지난해 가라앉았던 녹조류 사체가 둥둥 떠오르고 있지만, 바닥엔 여전히 녹조 사체로 뒤덮여있다. 물이 빠지면서 미처 피하지 못한 어패류인 말조개 펄조개도 입을 벌리고 죽으면서 파리가 들끓고 있다. 죽은 물고기, 죽은 새들도 10여 마리나 보였다. 

녹조류 사체가 뒤덮여 시커먼 물속에서 커다란 물고기들이 노니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사람을 보고 피하지 못할 정도로 병든 모습을 하고 있다. 이따금 머리를 내밀고 숨쉬기를 하는 물고기부터 허연 배를 뒤집고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r , 定型行動 ) 같은 모습을 보이는 물고기도 있었다. 철창 등에 격리 사육하는 동물이나 우리에 갇힌 동물에게서 주로 목격할 수 있는 증상이다. 

공주시가 강변 모래톱을 개간해 공원으로 만든 미르섬(하중도)에 심었다가 죽은 조경수도 강물에 버려 놓았다. 일회용 플라스틱부터 깡통, 자동차 배터리, 음식물, 녹슨 철근, 지난밤 제상(祭床)을 지낸 음식물까지 강변은 온통 쓰레기 밭이다. 

구린내, 병든 물고기... 이 지경인데 '확인하겠다'니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강물에 녹조류 사체가 둥둥 떠오르고 있다. ⓒ 김종술


미르섬에서 만난 한 학생은 "서울에서 공주로 여행 왔다. 공산성에 들렸다가 강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걸어볼 욕심으로 들어왔는데, 구린내가 너무 심하다. 꽃밭에 거름을 뿌린 것으로 알았는데, 물에서 풍기는 악취다. 멀리서 볼 때는 멋진데 가까이 다가오니 죽은 새들도 보이고 무섭다"고 빠져나갔다.

<한국어류도감> 저자 전북대학교 김익수 명예교수는 "현장을 보지 않아서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몸에 묻은 솜털같이 것은 곰팡이로 보인다. 붕어·잉어는 물속에 사는 어류 중에서 오염에 제일 강한 종이다. 산소가 부족해도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는 종인데, 결국 산소가 부족해서 보이는 현상으로 보인다. 다른 종들은 약해서 다 죽었고, 마지막 남아 있는 것이 그렇게 죽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국립군산대학교 해양생명응용과학부 수산생명의학전공 병리혈액학 박성우 교수도 이렇게 지적했다. 

"(물고기에) 솜털이 피었다는 것은 수생균 물곰팡이다. 지금 같은 봄철에는 수온이 3~4도로 낮아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걸릴 수 없는 환경이다. 물곰팡이는 살아있는 세포에는 붙지 않는다. 죽은 세포가 있어야 물곰팡이가 감염되는데, 물곰팡이가 붙었다는 것은 전제조건으로 물고기의 피부에 상처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상처를 일으키는 원인을 파악하면 원인이 나오는데, 지금 시기에는 수질, 기생충 정도로 추정한다. 수질이 나쁘면 비닐이 빠지고 궤양이 생기면서 구멍이 뚫리기도 한다."

4대강 수문개방 환경부 담당자는 금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듯했다. 기자의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현장을 확인해 보겠다"고만 했다. 수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금강의 수질을 살리기 위해서는 전면 개방과 함께 적극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또 4대강 수문개방에 나서고 있는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인력을 고용해 물밖에 드러난 어패류를 강에 넣어주고 있다. 그러나 보 주변으로 집중하면서 미쳐 물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어간 어패류는 강변에 널브러져 있다. 좀 더 세심하고 광범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해 보였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사적 제12호 공산성이 바라다보이는 강물에 녹조류 사체가 둥둥 떠오르고 있다. ⓒ 김종술

 

▲ 낚시꾼들이 동경하는 월척급 붕어도 병든 모습으로 둥둥 떠다녔다. ⓒ 김종술

 

▲ 강바닥은 미세한 입자의 펄이 뒤덮었다. 지난해 가라앉은 녹조류 사체까지 둥둥 떠오르면서 악취가 진동했다. ⓒ 김종술

 

▲ 입을 벌리고 죽은 조개는 속살이 썩어가면서 심한 냄새를 풍기고 있다. ⓒ 김종술

 

▲ 공주보의 수위가 내려가면서 미처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조개들이 쩍쩍 입을 벌리고 죽어서 썩어가고 있다. ⓒ 김종술

 

▲ 오리류로 보이는 새들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강변에 죽어있다. ⓒ 김종술

 

▲ 오리류로 보이는 새들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강변에 죽어있다. ⓒ 김종술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에도 같이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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