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

황새 무리 비행, 선두가 가장 편하다

조홍섭 2018. 05. 25
조회수 807 추천수 1
 
상승기류 오래 타고 날갯짓 적어 멀리까지 이동
첫 몇 분 비행이 선두 결정…27마리 무선추적 결과
 
st1.jpg» 황새 27마리가 상승기류를 타는 모습을 지피에스 데이터를 색깔로 시각화한 모습. 앞장선 황새는 상승기류를 찾아 오르는 데 힘을 더 쓰지만 훨씬 오래 활강을 해 에너지를 아낀다. 레나우트 바스티엔, 메이트 나기, 막스 플랑크 조류엔구소 제공 동영상 갈무리.
 
장거리 이동하는 철새는 얼마나 에너지가 적게 드는 비행을 하는지가 생사를 가른다. 쐐기꼴 대열에서 바람을 가르며 나는 선두는 뒤따르는 새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에 선두를 교대로 맡는다. 그렇다면 특별한 형태 없이 무리 지어 나는 황새는 어떨까.
 
유럽 황새는 해마다 아프리카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수천㎞를 비행한다. 큰 몸집이지만 넓고 강한 날개와 상승기류를 이용한 비행으로 힘든 여행을 완수한다. 달궈진 지표면에서 생긴 상승기류를 만나면 몸을 맡겨 빙빙 돌면서 고도를 높인 뒤 글라이더처럼 활공해 나아간다. 상승고도가 낮으면 손쉬운 활공이 줄고 오래 힘든 날갯짓을 해야 한다. 황새의 무리 비행에서 선두와 후미를 포함해 모든 개체의 움직임을 고해상도로 추적 조사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st2.jpg» 연구자들이 휴식 중인 황새들로부터 데이터를 내려받고 있다. 크리스티안 지글러, 막스 플랑크 조류연구소 제공
 
안드레아 플라크 독일 막스 플랑크 조류연구소 연구원 등 독일과 헝가리 연구자들은 첫 이동에 나서는 젊은 황새 27마리에 원격추적 센서를 부착해 이들 각각의 위치, 고도, 속도, 방향, 가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과학저널 ‘사이언스’ 25일 치에 실린 이들의 논문을 보면,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황새와 뒤따르는 황새의 비행 전략은 전혀 달랐다.
 
선두 황새는 예측이 힘든 상승기류를 찾아 나서다 이를 만나면 불규칙하게 선회하며 상승기류를 따라 고도를 높였다. 후속 황새는 복잡한 생각 할 것 없이 선두를 따라 규칙적으로 돌며 상승했다. 얼핏 쐐기 대열을 짓는 철새처럼 선두가 희생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분석 결과는 달랐다.
 
st3.jpg» 상승기류를 타는 선두 황새와 후속 황새 움직임. 1. 앞장선 황새가 상승기류를 찾아낸다. 2. 선두가 꼭대기에 오를 때까지 후속 황새가 상승기류에 접어든다. 3. 선두가 상승기류를 떠나 활공을 시작하면 후속 황새가 중간에 상승기류를 벗어나 대열에 합류한다. 가브리엘 네비트, ‘사이언스’ 제공
 
앞장서는 황새는 뒤따르는 황새보다 상승기류를 더 오래 더 높이 탔고, 그 덕분에 날개를 치는 횟수도 현저히 적었다. 비행에 에너지를 덜 소모한 만큼 이동하는 거리도 상대적으로 더 길었다. 선두 황새가 상승기류 찾아 타면 다른 황새도 뒤따른다. 그러나 선두가 선회를 멈추고 활공을 시작하면 후속 황새는 상승기류를 끝까지 타지 못하고 중간에 선두를 따라 활공에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까지 상승기류를 타다가는 무리를 놓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뒤따르는 황새는 상승기류를 덜 이용하고 날갯짓을 더 자주 하는 손실을 선두를 따라 신속하게 상승비행하는 이점으로 어느 정도 벌충했다. 
 
그렇다면 누가 무리의 선두에 설까. 연구자들은 성별, 크기, 성장조건 등을 따져 보았지만 관련성을 찾지 못했다. 분명한 건 초기의 비행능력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첫날 첫 몇 분 동안의 비행기록으로 어떤 황새가 가장 멀리 갈지를 알 수 있었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st4.jpg»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젊은 황새들. 이동하는 무리의 모든 개체에 무선추적 장치를 달았지만 실제 야생 이동을 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시몬 로젠펠더, 막스 플랑크 조류연구소 제공
 
한 무리 전체 개체에 무선 추적장치를 부착하는 획기적인 연구였지만, 야생 상태의 철새 이동의 내막을 온전히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적지 않았다. 애초 61마리의 황새에 장치를 달았지만 이동을 멈추거나 사망해 27마리로 줄었고, 그나마 비행을 시작한 지 닷새가 지나자 17마리만이 이동을 계속했다. ‘사이언스’에 이 논문에 관한 견해를 밝힌 가브리엘 네비트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생물학자는 “새들의 무리 행동이 얼마나 동적인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황새 무리는 종종 젊은 애송이와 경험 많은 어른 새가 함께 이동하는데, 체력이 강하고 도착지를 잘 아는 어른 새가 선두를 차지해 첫 이동에 나선 젊은 황새의 사망률이 높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ndrea Flack et al, From local collective behavior to global migratory patterns in white stork, Science 25 MAY 2018, VOL 360 ISSUE 6391, http://science.sciencemag.org/cgi/doi/10.1126/science.aar848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