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대통령에게 불충한 국방장관의 퇴출
2. ‘순한 개’가 출현한 뒤에 나타난 ‘반역자’
3. 조미협상 교착국면은 조미정상회담이 타개한다
4. 2018년 8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이 중단되다
1. 대통령에게 불충한 국방장관의 퇴출
2018년 9월 12일 미국의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가 흥미로운 기사를 실었다. 기사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은 제임스 매티스(James N. Mattis) 국방장관을 교체하려는 생각을 지난 몇 달 동안 해왔다는 것이며, 실제로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를 마친 뒤에 그를 해임시키거나 그가 스스로 사임할 것으로 예견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해임시키려는 이유는 그 동안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의 불화 때문이라는 것이 미국 언론매체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트럼프-매티스 불화설은 사건내막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사건내막을 정확히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매티스 국방장관의 불충이라고 해야 한다. 불충이라는 말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모든 국가수반들이 그러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도 자기에게 충성하는 심복형 각료를 선호하고 중용하는데, 매티스 국방장관은 충성하지 않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시킬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매티스의 불충은 그 동안 미국 언론매체에 보도되지 않았고, 어떤 때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과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처럼 잘못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런 사실은폐와 오보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연이 얽혀있다.
첫째,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다른 각료들과 달리 입이 무겁기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그가 다른 사람에게 자기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말을 아껴왔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그의 불충한 모습이 오랜 기간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매티스 국방장관은 면종복배 처신술에 능한 사람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앞에서는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따를 것처럼 말해놓고 펜타곤에 돌아가서는 제멋대로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중단시키거나 변경시키거나 그와 반대되는 조치를 강행하였으며, 나중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나 지시를 받는 것마저 꺼려한 나머지 백악관 출입을 되도록 피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여기서 관심을 끄는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 또는 지시가 도대체 어떤 것이기에 매티스 국방장관이 그것을 제멋대로 변경하거나 반대하거나 그것을 집행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부에 실린 장문의 보도기사에서 발견된다. 이 장문의 보도기사에는 매티스 불충설을 입증하는 민감한 정보들이 들어있는데, 그 정보들은 최근 미국에서 미증유의 인기열풍을 불러일으킨, 미국의 유명언론인 밥 우드워드(Robert U. Woodward)가 펴낸 책에 서술된 것이다. 그 책의 제목은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Fear: Trump in the White House)’인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백악관 내부의 비사들로 가득한 전형적인 폭로서적이다. 시장에 출시된 첫 날 하루 만에 무려 75만 부나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 그 화제의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외교안보정책과 관련된 중대한 방침 또는 조치들을 놓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들과 의견충돌을 빚은 여러 비사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래서 나는 출시 첫 날 그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해놓고 택배를 기다리는 중인데, 그 책을 입수하면 거기에 폭로된 비사들을 정밀분석한 글을 <자주시보>에 발표하려고 한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정책을 보좌하는 각료이므로,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새로운 군사정책에 관한 조치들 검토하거나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그것을 가로막은 것이 분명하다. <폴리티코> 2018년 9월 4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이란, 북조선에 대한 자신의 외교정책방침을 자주 반대해온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진저리를 냈다”고 하는데,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으나 매티스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바람에 “마지못해(reluctantly)” 철군의사를 접어야 했던 사건이 그 두 사람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첫 계기였다고 한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18년 여름 어느 날,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 중에 담화하는 장면이다. 2017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고 하였으나 매티스 국방장관이 철군을 반대하는 바람에 마지못해 철군의사를 접어야 했던 사건이 그 두 사람의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 첫 계기였다. 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러시아, 이란에 대한 자신의 외교정책방침을 계속 반대해온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진저리를 내게 되었고, 결국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 그를 해임할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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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5월 28일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 조섭 던포드(Joseph F. Dunford Jr.) 합참의장, 허벗 맥매스터(Herbert R. McMaster) 당시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John F. Kelly) 당시 국토안보장관(현재 백악관 비서실장)이 백악관 상황실에 모여 아프가니스탄전략을 개편하기 위한 각료회의를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아프가니스탄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에 제출되어 최종적으로 결재를 받았는데, 프랑스 통신사 <아전스 프랑스 쁘레스(Agence France-Presse)> 2017년 6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는 미국군 병력규모를 정하는 문제를 자신이 직접 결정하지 않고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넘겼다고 한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을 반대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내맡겼음을 의미한다. <워싱턴포스트> 2017년 8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2017년 8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별장 캠프 데이빗(Camp David)에서 소집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각료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전략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새로 확정된 아프가니스탄전략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7년 10월 이후 미국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국군 3,500명을 증파하기로 하였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중폭격을 이전보다 3배나 증가시켰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철군의사와는 정반대되는 방향으로 아프가니스탄전략을 변경시켰음을 말해준다.
매티스 국방장관은 아프가니스탄전략만 그렇게 주무른 것이 아니다. 우드워드의 폭로서적 ‘두려움: 백악관의 트럼프’가 출시되기 직전, 미국 주요언론매체들이 그 책에 실린 주요내용을 미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려고 하였던 6.25전쟁 종전선언 발표, 한국에 배치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철거, 주한미국군 철수, 한미자유무역협정 폐기도 가로막았으며, 조미핵대결이 폭발 직전에 이르렀던 2017년에는 미국 본토에서 시행되는, 조선에 대한 선제타격을 가상한 모의폭격연습을 승인하였다고 한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중앙일보> 2018년 8월 30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2018년 12월 중에 미국 본토와 해외미국군기지들에서 증원무력을 동원하고 한국 공군을 참가시킨 가운데 ‘비질런트 에이스(Vigilent ACE)’라는 작전명칭으로 불리는 대규모 한미연합공군훈련을 진행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동원무력규모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이후 대조선전쟁연습을 중단시킨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거역하면서 또 다시 스텔스전투기들을 동원하는 대조선전쟁연습을 감행하여 조미협상에 장애를 조성하고,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으려는 방해책동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주한미국군을 철수시키는 조선의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극렬하게 가로막고 있는 방해세력의 맨 앞장에 매티스 국방장관이 서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동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는 ‘주범’인 것이다.
그런 매티스 국방장관과 비교하면, 존 볼턴(John R. Bolton) 국가안보보좌관이나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도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 두 사람은 매티스 국방장관보다 급이 낮은 ‘종범’들로 분류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거역하고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간 매티스 국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움을 살 수밖에 없었는데,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따르면, 매티스 국방장관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를 놓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심각한 의견충돌을 빚은 뒤, 격앙된 심리상태로 펜타곤에 돌아가 자기 측근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밖에 갖지 못했다”고 모욕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국방장관이 의견충돌을 빚은 주한미국군 철수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일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국가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므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서술된 원문을 정밀분석한 뒤 다음 기회에 좀 더 자세히 논하려고 한다.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서술된 것처럼,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모욕하였다는 사실이 미국 언론보도를 통해 2018년 9월 3일 세상에 알려지자, 화들짝 놀란 매티스 국방장관은 자기가 대통령을 모욕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긴급성명을 발표하면서 사태를 수습해보려고 허둥지둥하였지만, 이미 물이 엎질러진 판이어서 수습이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2. ‘순한 개’가 출현한 뒤에 나타난 ‘반역자’
<폴리티코> 2018년 9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정책과 관련하여 자기 뜻을 계속 거스르는 매티스 국방장관을 새로운 별명으로 불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친 개(Mad Dog)’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매티스 국방장관을 사석에서 ‘순한 개(Moderate Dog)’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매티스 불충설과 관련된 내막을 모르면, ‘미친 개’라는 별명은 욕처럼 들리고, ‘순한 개’라는 별명은 그보다 덜 모욕적으로 들리겠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미친 개’라는 원래 별명은 매티스 국방장관이 장성급 지휘관으로 복무할 때, 전투에서 미친 개처럼 싸워 한 차례도 지지 않는다는 좋은 뜻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붙여준 ‘순한 개’라는 새로운 별명은 전투에서 패하여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었다는 나쁜 뜻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을 ‘순한 개’라고 부른 것은, 자기를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을 가졌다”고 모욕한 그를 해임할 생각을 굳혔음을 말해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Rex W. Tillerson) 당시 국무장관이 2017년 7월 하순 백악관 국가안보관리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우라질 얼간이(fucking moron)”라고 비방하였다는 사실이 그로부터 약 3개월 뒤에 세상에 드러나는 바람에 그를 해임했는데, 이번에는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초등학교 5~6학년 애들의 지능을 가졌다”고 모욕하였으니,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장장관을 해임하면, 그 동안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아온 가장 큰 걸림돌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매티스 국방장관이 물러나도,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같은 또 다른 걸림돌들이 한반도 평화체제구축과 한반도 비핵화실현을 가로막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의 처지는 매티스의 처지와 명백하게 다르다. 양자의 처지가 어떻게 다른지는 다음에 서술하는 사실들이 말해준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2018년 4월 29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팍스 뉴스(Fox News)>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고 떠들면서, 조선의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로 반출하는 것이 비핵화해법이라는 흉측한 망발을 늘어놓았는데, 미국 국무부 내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한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2018년 6월 6일 보도에 따르면, 볼턴의 그런 망발은 당시 일정에 오른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불거진 것이라고 한다. 또한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그런 망발을 늘어놓은 것을 알고 격분하여 그를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배제시켰다고 한다. 그런 사건을 겪으면서 혼쭐이 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조미협상에는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있으며, 조미협상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발언수위를 적당히 조절하고 있다.
위에 인용된 우드워드의 폭로서적에 따르면,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견해에 반발하여 울화통을 터뜨릴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막무가내”라고 비아냥거렸을 뿐 아니라, 몇몇 관료들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말하면서 “그는 바보(idiot)다. 그에게 어떤 일을 납득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는 완전히 탈선했어”라고 모욕하였고, “우리는 미친 소굴(Crazytown)에 들어있는 거야.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를 일이야. 이것(백악관 비서실장직을 뜻함-옮긴이)은 내가 이제껏 해본 일 중이 가장 나쁜 일이야”라고 떠들어댔다는 것이다. 또한 켈리 비서실장은 다른 자리에서 “나는 사직서를 써서 트럼프의 궁둥이에 여섯 번이나 들이밀었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의 처지도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처지와 비슷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국무장관에게 보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편지를 읽어보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소집한 긴급대책회의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되었을 때,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회의석에 앉지도 못한 채 뒤에 서서 대책회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그를 모두 배제시켰음을 알 수 있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8년 8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보낸 김영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편지를 읽어보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 팜페오 국무장관의 조선방문계획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소집한 긴급대책회의가 대통령 집무실에서 진행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 위에서 무엇인가 쓰고 있고, 그 앞에 펜스 부통령, 성 김 조미실무협상 책임자, 팜페오 국무장관,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앉아 있다. 그런데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뒤에 서서 대책회의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 사진에서 맨 왼쪽에 서 있는 사람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다. 이 사실만 봐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과 관련된 업무에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모두 배제시켰음을 알 수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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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와중에 2018년 9월 5일에는 백악관을 또 한 번 발칵 뒤집어놓은 충격사건이 벌어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백악관 고위관리가 기고한 폭로문이 <뉴욕타임스>에 실린 것이다. “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저항파 일원이다”라는 제목부터 너무 자극적이다. 그 폭로문을 쓴 백악관 고위관리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사분오렬된 모든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뒤집어씌우면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폭로하였다. 또한 그는 “각료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한때 모의한 적도 있었으나, 헌정질서위기에 빠지는 것을 바라는 각료들이 없었기에 트럼프 행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행정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처럼 충격적인 폭로문이 세상에 널리 공개되자, 격노한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글을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것은 반역행위라고 맹렬히 비난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로문을 쓴 ‘반역자’를 색출하라는 긴급지시를 내렸고, 그에 따라 백악관 각료들 가운데서 네 사람이 ‘모반혐의자’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모반사건’을 더 이상 파헤칠 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 왜냐하면, 자신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두 달 앞으로 성큼 다가왔기 때문이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반사건’을 끝까지 파헤쳐 ‘반역자’를 색출하고, 그를 백악관에서 퇴출시킬 경우 그 사건은 백악관을 감당하기 힘든 충격 속에 밀어넣을 것이고, 미국의 유권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게 될 것이며, 따라서 그러지 않아도 공화당이 연방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을 위험이 커진 중간선거에서 여지없이 참패를 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모반사건’에 대한 백악관의 자체조사는 곧바로 흐지부지되었는데, ‘반역자’의 폭로문이 언론에 공개되는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만 정치적 내상을 입었다. ‘반역자’는 그런 상황을 예상하였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내상을 입히기 위해 폭로문을 공개한 것으로 생각된다.
조사중단으로 미궁에 빠져버린 ‘모반사건’은 미국의 외교안보정책 전반을 ‘미국우선주의’로 개편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내부 반대파로부터 강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또 다시 보여주었다. 미국 민주당과 미국 주요언론매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앞길을 가로막았어도, 그는 이제껏 오기와 반격으로 버텨가며 어려움을 헤쳐갔지만, 백악관 내부 반대파의 공격까지 받아 곤경에 빠졌으니, 그러지 않아도 진전시키기 힘든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일 어떤 특별한 돌파계기가 없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곤경에서 빠져나와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협상을 진전시키기 힘들게 되었다.
3. 조미협상 교착국면은 조미정상회담이 타개한다
이런 급박한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미협상을 전진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긴급조치는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뒤집어버리기 시작하였는데, 그 사정은 다음과 같다.
위에서 논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과 지시를 반대하고 그의 앞을 가로막는 각료들과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내쫒고 싶어 모반도 불사하는 ‘반역자’들이 우글거리는 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을 추진시킬 동력은 매우 약해졌다.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조미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은 장애물을 제거하고 그 협상을 진전시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긴급조치를 취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백악관으로 직접 전달되지 않고, 팜페오 국무장관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다. 특사를 파견하는 경우에는 친서가 백악관으로 직접 전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국무장관을 거쳐 전달되는 것이 외교관례다.
그런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2018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파키스탄과 인도를 공식 순방하고 있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는 2018년 9월 7일 인도 뉴델리에서 미국-인도 2+2회담에 참석 중이던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우선 전달되었다. 뉴델리를 떠나 워싱턴으로 돌아간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한 날은 9월 8일이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10일 백악관 기자실에서 쌔라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지목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쌘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친서에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백악관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바로 그 전날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자마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백악관 안팎에서 반대파들의 집중공격을 받고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다급히 찾고 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친서를 보내주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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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0일 쌔라 쌘더스(Sarah H. Sanders) 백악관 대변인은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매우 따뜻하고, 매우 긍정적인 친서였다. 우리가 그 친서 전문을 공개하는 것을 북조선 지도자가 동의하지 않는 한,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그 친서의 주된 목적은 대통령과 만나는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그 일정을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에 대해 열려있고 이미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다. (중략) 그리고 그 친서는 조미관계진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중략) 그리고 그 친서는 우리가 계속 추구하기 바라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징후로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는데,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9월 10일 백악관이 이미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자마자 곧바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생명을 좌우할 중간선거가 눈앞에 닥쳤는데, 미국 민주당과 주요언론매체들은 물론 백악관 내부 반대파까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자기에게 집중공격을 퍼붓고 있는 판이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다급하게 찾고 있었다. 그런 판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친서를 보내주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하는 회신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생각을 하기에 앞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사업부터 서둘러 시작하였던 것이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도대로 진행될 것이고, 그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임을 예견할 수 있다.
4. 2018년 8월 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이 중단되다
2017년 11월 4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평성시에 있는 3월16일공장을 현지지도한 소식을 일제히 전하였다. 1977년 3월 16일에 설립된 3월16일공장은 조선의 육상운수에서 널리 사용되고, 해외에도 수출되는 태백산 계열의 각종 대형 화물차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조선인민군이 사용하는 태백산 계열의 각종 미사일탑재차량들과 방사포탑재차량들도 생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 11월 3일 그 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3월16일공장을 모체로 하여 현대적인 자동차공업을 창설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해당부문과 공장의 일군들, 과학자, 기술자, 종업원들이 공장을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생산기지로 꾸릴 대담한 목표와 야심을 안고 달라붙어야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그런데 2018년 1월 4일 미국의 관영매체 <미국의소리(VOA)>가 특이한 현상을 보도하였다. 2017년 11월 2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은 3월16일공장 건물의 중앙 앞쪽에 가로 15~18m, 세로 약 35m, 높이 약 35m인 보조건물이 세워진 것을 보여주었는데, 그 보조건물에는 대형 기중기를 설치하는 구조물이 설치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 10월 24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서는 그 보조건물이 보이지 않았는데, 11월 2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에 갑자기 그 보조건물이 나타났으므로, 불과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에 매우 신속히 그 보조건물을 지은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의 정세분석가들은 2017년 11월 29일 조선이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한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바로 그 보조건물 안에서 9축18륜 발사대차에 탑재되었다고 보았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16일공장 작업현장에서 화성-15를 9축18륜 발사대차에 탑재하고, 화성-15를 발사 직전에 지상에 곧추세우는 수직기립가(elevation cradle)와 차탄분리발사판(detachable launch table)의 작동을 시험하는 발사준비공정을 직접 지도하였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9축18륜 발사대차가 3월16일공장에서 생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사진 4>
▲ <사진 3> 이 사진은 2018년 9월 10일 백악관 기자실에서 쌔라 쌘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발언기회를 주면서 지목하는 장면이다. 그 자리에서 쌘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고 하면서, 친서에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의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백악관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하였다. 바로 그 전날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를 받자마자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2차 조미정상회담 준비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백악관 안팎에서 반대파들의 집중공격을 받고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위기에서 벗어날 탈출구를 다급히 찾고 있었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제의하는 친서를 보내주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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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018년 9월 12일 미국의 온라인 매체 <38노스(North)>가 또 다른 특이한 현상을 보도하였다. 2018년 9월 1일에 촬영된 민간위성사진을 보면, 3월16일공장에 있는 보조건물이 완전히 철거된 것이다. 위성사진이 촬영된 시점을 생각하면, 그 보조건물은 2018년 8월 하순에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 보조건물이 철거된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3월16일공장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하는 9축16륜 발사대차 생산을 중단하였다는 뜻이다. 9축16륜 발사대차를 생산하지 않으면, 화성-15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생산할 수 없으므로, 조선은 2018년 8월 하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을 자발적으로 중단한 것이 분명하다.
이미 2017년 12월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화성-15는 미국 본토 전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강력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조선은 2017년 11월 29일 화성-15 시험발사에서 성공함으로써 국가핵무력을 완성하였다.
그런데 조선은 국가핵무력을 완성시킨 화성-15 생산을 2018년 8월 하순부터 중단하였다. 이것은 조선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수단을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므로, 이것이야말로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기 전에 조선이 먼저 자발적으로 비핵화를 실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좌다.
주목되는 것은, 조미협상 교착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조선이 핵무기생산시설들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해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조선은 2018년 7월 하순 서해위성발사장 핵심시설을 해체하기 시작하였고, 2018년 8월 하순에는 화성-15 생산을 중단하였다. 원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제작→시험→완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공정을 거치는 법인데, 조선은 화성-15 발사시험은 물론이고, 화성-15 제작공정과 작동시험공정까지 모두 중단한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생산시설들을 단계적으로 해체하는 조선의 비핵화노력을 뻔히 바라보면서도 아무런 등가적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고, 조선에게 그 무슨 ‘핵신고’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선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단계적 조치를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조선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자발적으로, 단계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미국에게 ‘핵신고’를 하지 않고 비핵화를 실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하는 ‘핵신고’는 적대관계에 있는 미국에게 조선의 최고국가기밀을 넘겨주는 것이므로, 그런 ‘핵신고’는 전쟁에서 패한 패전국의 굴욕 이외에 다른 게 아니다. 이란이슬람공화국도 자국의 핵무기개발사업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미국에게 넘기지 않았는데, 그 나라보다 자주성과 존엄을 더 중시하는 조선에게, 그것도 미국과 벌인 25년 핵대결에서 승리한 조선에게 미국이 패전국에게나 요구할 굴욕적인 ‘핵신고’를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굴욕적인 ‘핵신고’는 천년이 가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며, 조선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무지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에서 조미협상 교착국면을 타개하고 협상을 진전시키기 위해 굴욕적인 ‘핵신고’에 의한 비핵화방안이 아닌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합의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만일 그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으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진행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의하는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형태의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이란 미국이 조선으로부터 ‘핵신고’를 일방적으로 받아내는 것이 아니라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 후속되는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쌍방의 상호합의에 의하여 핵시설을 지정하는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위쪽 사진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서명하는 역사적인 장면이고, 아래쪽 사진은 공동성명 서명을 마친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얼굴에 희열이 넘친다.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전향적인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그것은 조미 쌍방의 상호합의에 의하여 핵시설을 지정하는 합리적인 비핵화방안을 전향적으로 합의하는 것이며,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 구체적으로 말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전향적인 조치를 합의하는 것이다. 곤경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런 두 가지 조치를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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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할 나위 없이, 미국은 조미고위급회담에서 조선의 핵시설을 상호합의에 따라 지정하는 것과 더불어 그에 상응하는 전향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미국이 취해야 할 전향적인 조치,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단행해야 할 전향적인 조치는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다. 그 조치가 평화협정체결이라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2018년 9월 12일 러시아 울라지보스또끄에서 진행된 동방경제연단(EEF)이 진행되는 중에 정상좌담회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당사자라고 지목하였다. 이것은 중요한 발언이다.
2018년 8월 17일 중국을 방문한 한국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3당 간사단은 8월 16일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전국인민대표자회의 외사위원회 주임과 회담하였는데, 장예쑤이 주임은 3당 간사단에게 중국이 남북미중 4자가 종전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미국에게 제안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시진핑 국가주석은 남북미 3자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당사자라고 말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한 발 양보하여 남북미 3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앞이 훤히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미 3자가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의할 것으로 예견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그 제의를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으므로, 각료들의 반대를 물리치고 그 제의를 받아들여야 한다. 바로 그 순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은 또 한 차례 획기적인 정세격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통일국가건설의 결정적 국면을 열어놓으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국통일전략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중대한 성과를 이루어낼 것으로 예견된다. 교착은 끝났고, 진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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