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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변’의 2018년: 기쁨과 회한

<칼럼>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전현준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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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24  07: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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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지켜보던 많은 전문가들은 탄성을 질렀다. 김 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발표하여 한반도 정세를 ‘극적 전환’시켰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 11월 29일 대륙간탄도탄 ‘화성-15형’ 발사 등을 통해 한반도를 위기국면으로 몰아갔고 미국은 이에 대해 ‘코피전략’까지 운위하면서 전쟁불사를 외쳤다. 2018년에는 필시 전쟁이 일어나고야 말 것같은 상황이었다. 따라서 세계의 이목은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집중되었었다.

신년사는 많은 비관론자들의 우려를 비웃듯이 평화 분위기 일색이었다. 이후 한반도 정세는 ‘대사변’의 연속이었다. 1년에 3회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 역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 북측 최고지도자의 비핵화 약속, 북측과 미국 최고지도자 간 수차례의 친서교환, 남측 대통령의 북측 내에서의 주민 상대 직접 연설, 현직 미 국무장관의 4회 방북, 북측의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 정전 이후 최초의 DMZ내 GP 파괴 및 남북 군인의 악수, 남북철도도로 연결을 위한 북측 철도 조사 등은 2017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사건들이었다.

위와 같은 사건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기조, 진보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 ‘발품 외교’ 등 3박자가 맞았기 때문이었다. 소위 ‘Troika’ 체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것을 3명의 지도자들이 “호랑이 등에 탔다”라고 평가하였고 되돌아 올 수 없는 지점(point of no return)을 통과한 것으로 보았다. 한반도 문제는 더디지만 서서히 종점을 향해 가는 듯이 보였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는 2000년대 차관보급의 6자회담 대표들이 합의했던 것과는 격과 결이 다른 것이었다. 우리는 물론 세계인들은 이제는 북핵문제 해결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일부 보수논객들은 싱가포르 합의를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빠졌다는 이유로 폄훼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9월 29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우린 사랑에 빠졌다(We fell in love)”라고 표현했을 때는 그 의심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자신감을 표현하였고 심지어 2-3곳의 장소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까지 말했을 때 2018년 내 2차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의심하기는 쉽지 않았다.

남북정상회담 또한 9월 19일 평양 공동선언 제6항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로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라고 되어 있었고 문 대통령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올해 안”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에 방남 좌절을 의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12월 초까지도 김 위원장의 방남 시기 및 장소 등과 관련된 보도가 지속되었고 아직까지도 0.1%의 가능성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북미 2차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볼턴 안보보좌관 등에 의해 2019년 1-2월 개최로 확인되었고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도 거의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정말 아쉽다. 안타까운 것은 누구도 양대 회담이 내년 어느 시점에 개최될지에 대해 모른다는 점이다. 북핵문제가 어떻게 될 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북미 2차 정상회담 시기도 불투명하고 남북 정상회담도 덩달아 불투명하게 된 것이다. 솔직히 북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은 쉽지 않다. 2018년 전반기에는 남북 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였지만 후반기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9.19 평양정상회담은 우리에게는 ‘기회이자 위기’였다. 북측이 남측의 미국 설득 능력 및 자주적 역량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애초에 미국의 대북 체제안전보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북 비핵화’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3월 6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으로부터 받아온 합의내용 중 3번 항은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라는 것이었다.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전제조건을 분명히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간과하였다. 북측이 ‘비핵화’에 합의한 것은 자신과 UN의 대북 제재가 강력해서 북이 비핵화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제재의 수위를 더욱 높이면 금명간 북이 항복하고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측의 생각은 달랐다. 체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북측의 웬만한 고위관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북측이 비핵화를 운위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 체제의 장기 안정을 위한 것이었다. 북 체제의 성격 상 김 위원장 체제는 향후 수십 년 간 지속될텐데 현재처럼 세계 최강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혀서는 체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핵을 매개로 미국과 건곤일척 담판을 통해 체제안전 보장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만일 미국의 안보위협만 없다면 북은 수많은 우수 노동력, 풍부한 자원,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등 최신 IT기술력 등을 통해 얼마든지 ‘북 특색의 사회주의 경제’를 자력으로 건설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다. 북의 과학기술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우리는 가끔 북을 너무 무시하고 낙후한 제3세계 정도로 생각하는데 이는 오산이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언제쯤인가 북측이 남측과 체제경쟁에 돌입하면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특히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과 인력의 최적 배치를 할 수 있는 정치력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김정은 위원장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 약화, 미군 유해 송환 등의 선제적 조치들은 ‘선의’에 의한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를 믿고 선의의 조치를 취하면 트럼프 대통령도 선의의 조치로 최소한 종전선언 내지는 일부 제재 해제 정도는 해줄 것으로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 ‘정의 문화’는 미국 등 서양의 ‘계약 문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은 계약에 없는 일로 절대 보상해 주지 않는다. 그냥 “고마워”하면 끝난다. 어떤 부담도 갖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차이는 의외로 북미 간 대화를 더디게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더 이상 선행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철저히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의 ‘선행조치’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없다면 북의 비핵화는 상당히 늦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2019년에는 또 다시 한반도에 전쟁위기가 닥칠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지난 4월 20일 ‘사회주의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선언하였다. 이것은 북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내부 예비’와 과학 기술력을 총동원하여 북을 ‘강성국가’로 만들겠다는 ‘강령적 교시’이다. 최소한 향후 5년간은 이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늘 그래 왔듯이 ‘외부예비’가 필요한데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해 그것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북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려 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인데 트럼프 행정부도 북과 완전한 관계 단절은 하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북의 핵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북은 이미 핵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3월 9일 핵무기 연구부문의 과학자·기술자를 만난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화·규격화를 실현했다”면서 “이것이 진짜 핵억제력”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직접 ‘핵탄두 경량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혼합장약구조’, ‘열핵반응’ 등 상당히 전문적인 용어까지 사용하면서 핵물질과 핵무기, 운반수단 등의 추가적인 생산과 함께 이미 배치된 핵타격 수단의 지속적인 개선까지도 강조했다. 동년 9월 3일에도 북한군의 신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참관하면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쏠 수 있게 항시 준비해야 한다”며 마치 핵포탄을 개발한 것처럼 언급했다. 북측은 동년 1월 4차 핵실험 이후 매체를 통해 ‘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의 핵 능력에 대한 평가는 양극단으로 갈려 있다. 그러나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특히 미국이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대북 제재만 강화하면서 ‘전략적 인내’로 들어간다면 큰 오산이다. 북은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본 글의 주제는 아니지만 2019년 미국과 북측은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북측으로서는 핵문제가 발목을 잡아 김 위원장 50년 장기집권전략에 차질이 생기면 안되기 때문이고 미국으로서는 북측의 핵무기 대량생산을 조기에 차단해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재선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북미 대화가 나쁠 것이 없지만 문재인 정부의 입지가 날로 약화되는 것이 안타깝다. 우리의 입지가 강화되는 것은 트럼프가 우리의 입장에 동조해 주고 우리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 대북 지렛대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오히려 그는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우리의 발목을 강하게 잡고 북측과 돈이 드는 일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북측도 핵문제와 관련해 우리 정부의 입지를 높여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어떤 일이 있어도 평화의 모멘텀은 이어가야 하는데 얽힌 실타래를 풀 혜안과 ‘제갈 량’은 없는 것인가?

 

전현준 (우석대학교 초빙교수,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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