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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은 민주주의 아버지” 이순자 망언, 자유한국당에도 책임 있는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1/04 11:35
  • 수정일
    2019/01/04 11:3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정치톡]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첫 발도 못 뗀 5.18 진상조사

장재란 기자 blackdog@vop.co.kr
발행 2019-01-04 10:37:43
수정 2019-01-04 1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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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의 이 같은 망언이 국민의 분노를 샀습니다."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지난 1일 한 극우성향의 매체와의 인터뷰 중)

이순자 씨뿐이겠습니까. 광주 시민 학살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왜곡된 내용이 담긴 저서 '전두환 회고록'을 내는 등 아직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나무야 미안해'라는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책을 위해 종이가 된 나무에게 미안함을 표현한 일종의 비판 물결이었습니다.

5.18 진상조사위원회, 자유한국당 비협조 속 방치 
자유한국당 "다른 현안 많아 5.18 진상조사위만 집중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이처럼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우선 분명한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의 오래된 요구이기도 하지요.  

이를 위해 이미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작년 2월에 통과됐습니다. 특별법은 작년 9월 14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특별법은 5.18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력은 물론 시민을 향한 군의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계엄군의 헬기 사격 경위, 사격 명령자, 시민 피해자 현황 등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다 되도록 국회는 진상조사위도 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1인), 더불어민주당(4인), 바른미래당(1명)은 추천 위원 명단을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위원(3인) 명단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도 위원을 추천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습니다. 지난해 김성태 전 원내대표 시기에 일부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극우논객' 지만원 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습니다. 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향해 '5.18 진상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김 전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 씨를 포함해 여러 인물이 추천되어 있고,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발을 뺀 것입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그러자, 감정이 상한 지 씨는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 씨는 김 전 원내대표를 "국가해충"이라고 지칭했고, "북한의 남침 사실이 알려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인민군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익단체 코스프레 하던 김성태가 드디어 빨갱이로 커밍아웃했다"라고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격분한 김 전 원내대표는 지 씨를 겨냥한 듯,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는 5.18진상조사위원에서 거르겠다'고 선언합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인물로 추천하겠다며 '공모 절차'를 밟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그러나 해를 넘기도록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5.18 진상조사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적한 현안이 많아, 5.18 진상조사위 구성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3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모 절차를 통해 10명의 인사를 추려 면담을 진행중"이라며 "다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개입' (의혹) 등 현안이 많아, 5.18 진상조사위 명단 작성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김 전 원내대표 후임으로 임기를 시작한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9월에 시행된 특별법이 자유한국당의 비협조 속에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를 꾸리는데 협조했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순자 씨의 망언을 듣지 않았을지 모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수 혁신 위해 온 김병준, 자유한국당에 녹아드나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 이순자 씨 망언에 논평조차 없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김슬찬 기자

자유한국당이 이토록 비협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논평을 내도 자유한국당만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글자를 농락하지 말라" - 민주당 논평(지난 2일)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 바른미래당 논평(지난 2일) 

"5.18 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5.18 단체들과 광주 시민들을 정면으로 모욕했다" - 민주평화당(지난 2일) 

"이토록 국민을 우롱하니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전 씨를 세워야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정의당(지난 2일)

논평뿐만 아니라 공식 회의 석상에서조차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자, 기자들은 궁금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김 비대위원장의 답변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를 두고 논쟁삼을 일은 아니지 않나.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한 사사로운 이야기다", "공직을 떠난 남편에 대해 아내가 한 평가를 가지고 크게 문제 삼을 게재가 되는가" - 김병준 비대위원장

다만, 김 비대위원장은 논란이 될 것에 대비해 황급히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만 본다면,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에게도 분명 언급해야 할 책임은 있어 보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이후, 보수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산 이순자 씨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입장조차 내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 있는 걸 보면 보수 혁신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이 '보수 혁신'을 목표로 한다면 국민적 공분을 산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 나아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자유한국당의 가치를 바꿔보겠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당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싸는 것을 보면서 보수 혁신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긴급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긴급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다시, 이순자 씨의 망언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제때 5.18 진상조사위 명단을 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5.18 진상조사단의 조사로,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각종 폭력의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이 조사를 바탕으로 한 법적 처벌의 길도 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랬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나 이순자 씨의 망언 같은 건 더 이상 나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순자 씨의 망언을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자유한국당의 추천 완료만을 기다려야 하기에 속이 바짝 타는 새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제 할 일은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새해 소원을 빌어봅니다.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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