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 1년 만에 전변된 절묘한 핵정책
3. 미국의 무지와 몰이해, 조선의 명쾌한 해설
4. 협상재개돌파구는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1.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통찰력이 요구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조선에 대해 무지하거나 정반대로 착각하고 있는 언필칭 전문가들의 엉터리 해설을 대서특필하여 독자들의 인식을 혼란시켰다. 인식의 혼란에서 벗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신년사 첫머리에 서술한 내용부터 파악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조선의 인민들과 인민군장병들에게, 남측 및 해외의 동포형제자매들에게, 그리고 세계 각국의 수반들과 벗들에게 새해인사를 보내면서 첫머리에 다음과 같이 서술하였다. <사진 1>
▲ <사진 1>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1일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지난해까지는 연단에 서서 신년사를 발표하였는데, 올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였다. 다른 나라 국가수반들도 새해를 맞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집무실 의자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신년사를 발표하는 형식을 이처럼 파격적으로 바꾼 것은 평소에 도식과 모방과 반복을 멀리하고, 혁신과 창조와 변화를 중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신세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는 파격적인 발표형식만큼 그 내용도 예지와 열정과 자신감으로 일관되어 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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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우리 당의 자주로선과 전략적 결단에 의하여 대내외정세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사회주의건설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선 력사적인 해였습니다. 지난해 4월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는 병진로선의 위대한 승리에 토대하여 우리 혁명을 새롭게 상승시키고 사회주의의 전진속도를 계속 높여나가는 데서 전환적 의의를 가지는 중요한 계기로 되였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인식의 지침은 위에 인용된 두 문장에 담겨있다. 그 인식의 지침이 가리키는 것은, 2018년 4월 20일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과 그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조선이 벌인 노력과 투쟁이 “대내외정세에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고 조선의 사회주의건설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2019년 신년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이 무엇이었는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2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혁명발전의 새로운 높은 단계의 요구에 맞게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힘있게 다그치”는 과업, 그리고 조선의 “과학교육사업에서 혁명적 전환을 일으”키는 과업, 그리고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조직문제”가 토의, 결정되었다고 한다. 이 세 가지 의정 가운데서 이 글이 서술하려는 것은 첫째 의정이다. 그 의정은 다음과 같이 토의되었다.
2018년 4월 2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2013년 3월 전원회의가 제시하였던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우리 당의 전략적 로선이 밝힌 력사적 과업들이 빛나게 관철되였다는 것을 긍지높이 선언하시”면서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였고, 운반타격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여 핵무기병기화완결이 검증”되었다고 언명하였다고 한다. 이 언명은 조선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년 동안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로선을 관철하여 핵무력을 완성하였음을 선언한 것이다.
2017년에 핵무력을 완성한 조선이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결론이었다. 그리하여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우리가 달성하여야 할 투쟁목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수행기간에 인민경제전반을 활성화하고 상승궤도에 확고히 올려세우며 나아가서 자립적이고 현대적인 사회주의경제, 지식경제를 세우는 것”이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그에 따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당과 국가의 전반사업을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지향시키고 모든 힘을 총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채택하였다.
2018년 4월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시하였고, 그 회의에서 채택한 새로운 전략로선을 구현하기 위해 조선은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8월 17일 한반도 동북변방에 있는 함경남도 경성군 온포온실농장건설부지를 현지지도하면서 설계도면을 살펴보는 모습이다. 온포온실농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온실농장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한반도 전역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운 살인적인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폭염을 무릅쓰고 수많은 생산현장들과 경제활동단위들을 찾아가 근로자들과 현장간부들을 만났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새롭고 혁신적인 사업방향과 실행방도를 알려주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하여 우리 혁명의 전진을 더욱 가속화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였고, 그에 따라 전원회의에서는 사회주의경제건설에 국력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채택하였다. 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력적인 현지지도를 받으며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여 커다란 성과를 이룩하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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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이 지난해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였다는 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8년도 현지지도가 경제분야에 집중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7년에 스물여섯 차례 하였던 경제분야 현지지도를 2018년에는 마흔한 차례나 하였고, 2017년에 마흔두 차례 하였던 군사분야 현지지도는 2018년에 여덟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선에서는 2018년 한 해 동안 자력갱생로선에 의거한 증산돌격운동, 기술혁신운동, 제품과 설비의 국산화운동을 전개하면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박차를 가했다고 한다.
조선이 2018년 한 해 동안 사회주의경제건설에 얼마나 힘썼는가 하는 점은, 군수공업부문에서 군사장비만 생산한 것이 아니라 경제건설에 요구되는 각종 기계제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한 사실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군수공업부문에서는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 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하여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하였습니다”라고 지적하였다. 강력한 생산력을 가진 조선의 군수공업이 민수용 기계제품들과 인민소비품들을 생산한 것은 특별한 일이다.
위에 열거한 현상들은 조선이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회주의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하는 새로운 전략로선을 관철하기 위해 얼마나 힘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2. 1년 만에 전변된 절묘한 핵정책
지금 조선은 새로운 전략로선에 의거한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핵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조선이 수행하는 새로운 핵정책은 무엇인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핵정책을 결정한 바 있다.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다.”
“핵시험중지를 투명성있게 담보하기 위하여 공화국 북부핵시험장을 페기할 것이다.”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다.”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다.”
핵무기를 시험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전파하지 않는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에서 재천명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우리는 이미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으며 사용하지도 전파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데 대하여 내외에 선포하고 여러 가지 실천적 조치들을 취해왔습니다”라고 언명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2018년 4월 20일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새로운 핵정책은 핵무기를 시험하지 않고, 사용하지 않고, 전파하지 않는다는 3개 원칙을 명시하였는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하나 더 추가하여 4개 원칙을 새로운 핵정책으로 천명하였다는 사실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것에 더하여 핵무기의 생산까지 중단하는 새로운 핵정책을 천명한 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그 의의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핵무기연구부문과 로케트공업부문에서는 이미 그 위력과 신뢰성이 확고히 담보된 핵탄두들과 탄도로케트들을 대량생산하여 실전배치하는 사업에 박차를 가해나가야 합니다”라고 언명한 바 있다. 그 언명에 따라, 조선의 군수공업부문에서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미국은 조선이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하였으면서도 핵무기의 생산은 중단하지 않고 여전히 계속하고 있다고 하면서 매우 우려하였다. 미국이 그 문제와 관련하여 매우 우려하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최근 사례는 미국 텔레비전방송 <NBC> 2018년 12월 27일 보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우드로우 윌슨 국제학술쎈터의 제1부소장 로벗 리트웍(Robert S. Litwak)의 발언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조선이 현재 추세로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면 내년 2020년에는 영국의 핵무기보유량의 절반에 이르는 약 10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이 보유한 핵탄두는 185발로 알려졌다. <사진 3>
하지만 조선이 2020년까지 핵탄두를 약 100발로 증산할 것이라는 추산은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이다. 공개된 자료들을 분석해보면, 조선의 핵무기생산능력이 외부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조선은 이미 오래 전에 영국의 핵무기병기화기술수준을 앞질러 핵무기의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 정밀화를 완벽하게 실현하였을 뿐 아니라, 기존 플루토늄생산체계에 더하여 최신형 고농축우라늄생산체계까지 가동해왔기 때문에 영국의 핵탄두보유량을 넘어섰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이 “동방의 명실상부한 핵강국, 아시아의 로케트맹주국”으로 자처한 것은 결코 허장성세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8년 신년사에서는 핵무기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하였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핵무기를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조선의 핵무기생산이 2018년 후반기 어느 시점에 마침내 최대생산목표에 도달하여 더 이상 추가생산을 계속할 필요가 없으므로 핵무기대량생산이 자연히 중단되었다는 뜻이다. 이 글을 집필하는 2019년 1월 초를 기준으로 조선이 얼마나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세계 정상급 핵무기병기화기술을 개발하고 강력한 핵무기생산시설들을 총가동하면서 핵무기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했으니 영국의 핵탄두보유량을 크게 앞지른 것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조선의 핵탄두보유량이 아니라 조선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이다. 핵보유국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것을 국제사회에서는 핵동결(nuclear freeze)이라고 한다. 요즈음 미국, 로씨야, 중국을 비롯한 핵보유국들은 핵군비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오직 조선만은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핵동결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핵동결은 핵감축으로 나아가는 비핵화의 지름길이다.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곧 핵동결정책에 따르면, 2018년 4월 20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는 핵무기의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다고 결정함으로써 핵동결을 미완으로 남겨두었으나,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가 중단되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핵동결 완료를 선언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였고, 2019년 신년사에서는 핵동결 완료를 선언하였으니, 조선의 핵정책은 절묘하게도 1년 만에 핵무력 완성에서 핵동결 완료로 전변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8천만 우리 민족과 전 세계에게 제시한 조선의 새로운 핵정책, 곧 핵동결정책은 세계의 비핵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은 선진적인 핵정책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힘있게 추동하는 위력적인 핵정책이다.
3. 미국의 무지와 몰이해, 조선의 명쾌한 해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미국은 조선이 핵동결을 완료하였다는 중대한 사실을 무심히 대하고 있다. 미국의 수많은 언론매체들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완료선언을 보도한 언론매체는 단 한 곳도 없다. 평소에 조선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수다를 떨던 미국 국무부 대변인마저 그 선언에 대해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왜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을까? 그 까닭은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는 무지와 몰이해에 빠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동결완료선언을 그저 무심히 대하는 것이다.
미국이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고 무식한 소리를 늘어놓는 꼴을 보다 못한 조선은 얼마 전 개인필명의 논평에서 그 뜻을 명쾌하게 해설해주었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낡은 길에서 장벽에 부딪치기보다 새 길을 찾는 것이 나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에 다음과 같은 해설이 담겼다.
“미국은 이제라도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의 뜻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며 특히 지리공부부터 바로 해야 한다. 조선반도라고 할 때 우리 공화국의 령역과 함께 미국의 핵무기를 비롯한 침략무력이 전개되여 있는 남조선지역을 포괄하고 있으며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할 때 북과 남의 령역 안에서 뿐 아니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위협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데 대해 똑바로 알아야 한다. (중략) 애초에 비핵지대였던 조선반도에 핵무기를 대량 끌어다놓고 핵전략자산의 전개와 핵전쟁연습 등 우리를 핵으로 끊임없이 위협함으로써 우리가 핵전쟁억제력을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되게 한 장본인이 미국이다. 그렇게 놓고 볼 때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정의이다.”
위의 인용문은 미국에서 그 동안 오해와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있었던 한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을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명쾌하게 해설해준 것이다. 명쾌한 해설이어서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요즈음 미국에는 조선에서 발표된 문서를 읽고서도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해 헷갈리는 난독증(dyslexia)에 걸린 사람들이 꽤 있으므로 위의 인용문을 그들에게 친숙한 어법으로 다시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6.12조미공동성명에 명시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개념은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한반도를 향하고 있는 모든 핵위협요인을 완전히 제거한다는 뜻이다. <사진 4>
그렇다면 한반도에 핵위협을 가하는 주변지역은 어디인가? 두말할 나위 없이, 일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배치된 주일미국군기지들이다. 일본 요꼬스까 미해군기지에는 초대형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USS Ronald Reagan)이 전진배치되었는데, 24시간 만에 제7함대를 거느리고 동해작전수역으로 출동하는 그 항공모함은 함재기를 이용한 전술핵타격능력을 가졌다. 일본 오끼나와 미공군기지에는 전시에 핵폭탄을 탑재하는 F-22 스텔스전폭기편대가 전진배치되었는데, 그 편대가 오끼나와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상공에 도달하는 비행시간은 약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조선을 위협하는 미국의 핵전략자산은 주일미국군기지들에만 배치된 것이 아니다. 괌(Guam)의 미공군기지에도 전시에 정밀핵타격을 할 수 있는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편대가 전진배치되었다. 그 편대가 괌에서 이륙하여 한반도 상공에 도달하는 비행시간은 4시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것만이 아니다. 어느 시각에, 어느 바다에 출몰하는지 알 수 없는 미국의 전략잠수함도 조선을 노리는 핵위협수단이다.
위에 열거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조선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명백한데, 한반도 주변지역에서 조선에게 가해지는 모든 핵위협요인들을 제거하려면 위에 열거한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모조리 미국 하와이주 또는 미국 본토로 철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존재가치를 상실한 주한미국군은 철수할 수 있어도,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핵전략자산들은 그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철수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미국이 주일미국군기지들과 괌에 배치된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면, 광활한 서태평양을 통째로 중국에게 내주고 자기들은 하와이에서 캘리포니아해안에 이르는 동태평양만 지배하게 되므로, 서태평양에 전진배치된 핵전략자산을 철수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힘이 강해져, 미국과 중국이 서태평양을 놓고 패권전쟁을 벌이는 지금, 미국이 서태평양에 전진배치한 핵전략자산을 철수하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과 같이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조선을 위협하는 서태평양 핵전략자산을 철수하지 않는 미국의 태도는 한반도 비핵화를 가로막고 있는 최악의 걸림돌이다.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을 철수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미국이 조선에게 핵무력을 포기하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물어봐도 말이 되지 않는 헛소리다.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기 힘든 결정적인 원인은 조선의 핵무력 완성이 아니라 미국의 핵전략자산 전진배치라는 사실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조선이 핵동결정책을 시행하면서도 핵폐기정책은 절대로 시행할 수 없는 까닭은,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들을 절대로 철수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선을 위협하는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조선이 핵무력을 폐기하는 것도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미국과 한국에는 초등학생도 알 만한 명백한 사실을 외면하고 잠꼬대 같은 ‘북한의 비핵화’를 중얼대는 멍텅구리들이 적지 않다.
위에 서술한 명백한 사실을 살펴보면,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이 철수하는 비핵화도 아니고,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이 폐기되는 비핵화도 아니라는 점이 자명해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이 유지되고,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이 유지되는 한반도 비핵화는 도대체 어떤 것인가? 그런 비핵화를 과연 비핵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명백하게도,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비핵화는 무핵화가 아니다. 비핵화를 무핵화로 이해하는 순간, 한반도 비핵화의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누가 번역했는지 모르겠지만, 디누클리어리제이션(denuclearization)이라는 영어단어는 원래 무핵화라고 번역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비핵화라고 번역해놓은 것은 그런 점에서 적절한 번역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한반도 무핵화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과업 중에서 미국에게 주어진 의무는, 서태평양 핵전략자산들을 철수하지 않으면서도 조선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는 비핵화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비핵화정책은 8천만 우리 민족을 위협해온 핵도발전략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실행된다. 이제껏 독자들이 귀가 아프게 들어온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 수립이 바로 그런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하고 공고하게 만들어가는 비핵화정책의 실현과정이다. <사진 5>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되더라도 위장평화책동에 매달리는 미국이 기회를 노리다가 그 체제를 다시 뒤집어버릴지 모르는데, 그런 미국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는가 하고 의심한다. 하지만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완전히 철수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완전철군이야말로 한반도에 공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유일무이한 최선, 최적의 방도다. 그러므로 그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 평화체제가 무조건 실현되어야 하는 것처럼, 그 어떤 경우에도 주한미국군은 무조건 철수되어야 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주한미국군을 철수한 뒤에도 핵도발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가 조선에게 핵전쟁을 도발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또 의심한다. 하지만 주한미국군이 철수되어 한반도 평화체제가 실현된 이후에도 조선은 완성된 핵무력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므로, 그런 의심은 하지 않아도 된다. 조선의 완성된 핵무력은 한반도 평화체제를 전쟁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이고, 그 평화체제 위에 세워질 위대한 자주통일국가를 외세침략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다.
다른 한편, 조선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현해야 할 한반도 비핵화과업 중에서 조선에게 주어진 의무는, 미국의 대조선핵위협중단에 상응하여 미국을 더 이상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 대미안전보장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주한미국군은 어차피 철수될 것이므로 조용히 철수하게 놔두면 될 것이고, 조선이 서태평양 미국군기지들과 미국 본토에 대한 핵무기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 바로 대미안전보장조치다. 조선이 핵무기의 생산, 시험, 사용, 전파를 중단한 핵동결정책은 미국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가장 현실적인 비핵화정책이다.
조선이 핵동결을 이행하는 비핵화정책 중에서 미국이 가장 중시하는 것은 핵동결에 대한 검증인데, 핵동결 검증에서 결정적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현장사찰이다.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주한미국군 철수, 조미국교 수립으로 이어지는 비핵화정책을 실행하고, 그에 상응하여 조선이 핵동결을 완료하고 녕변핵시설단지에 대한 현장사찰을 허용하는 비핵화정책을 실현하면, 8천만 우리 민족이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 것이다.
4. 협상재개돌파구는 조용히 열리고 있었다
2018년 12월 31일 <자주시보>에 실린 나의 글 ‘이렇게 해도 철군이고, 저렇게 해도 철군이다’에서 논증한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국군을 철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철군을 반대하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을 최근에 사임시켜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국군 철수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놓았다. 조미협상의 돌파구는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다른 한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9월 19일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조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고, 2019년 신년사에서는 핵동결이 완료되었음을 선언하였다. 조미협상의 돌파구는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지난 몇 달 동안 조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동안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각각 협상재개돌파구를 조용히 열어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만나 조선의 핵동결 완료를 검증하는 녕변핵시설 현장사찰문제와 미국의 주한미국군 철수를 확약하는 평화협정체결문제를 합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사진 6>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하면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의사를 표명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런 신년사가 발표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도 신년사가 발표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2019년 1월 1일 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나도 또한 북조선이 훌륭한 경제적 잠재력을 가졌음을 잘 아는 김 위원장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2019년 1월 2일 백악관에서 새해 첫 각료회의가 진행되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실 탁자 위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놓고 각료들에게 보여주면서 “훌륭한 친서를 받았다. 우리는 아마 또 한 차례의 회담을 가질 것이다.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조선과 많은 진전을 이루고 있고, 우리는 정말 좋은 관계를 맺었다. 그가 만나고 싶어 하고, 나도 만나고 싶다”고 하면서 조미관계발전과 조미정상회담 개최문제에 관해 3분 동안 발언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미정상회담에 관해 발언할 때마다 입버릇처럼 서두르지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그것은 조급증을 감춰 체면을 차리기 위한 빈말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하루빨리 개최하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래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이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요구한 대조선제재완화를 실행하려는 의사를 표명하여 협상재개의 걸림돌을 치워놓았을 뿐 아니라, 2018년 12월부터 동남아시아지역에서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지를 물색하는 중이다. 2018년 1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취재기자들에게 조선측과 제2차 조미정상회담 개최장소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화협정체결문제와 녕변핵시설사찰문제를 동시에 타결하여 철군국면을 열어놓을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향해 부푼 희망과 기대를 안고 2019년 새해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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