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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광주형 일자리 = 최저임금 일자리

'광주형 일자리'에 진짜 필요한 이것!
 

 

 

 

"신설법인의 전체 근로자 평균 초임연봉은 주 44시간 기준 3500만 원 수준으로 하고,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진임금체계는 외부 전문가 연계 연구용역 후 결정‧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자동차 공장 신설법인 투자협약식을 체결하면서 광주시가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이다.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의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인사이드 경제>는 삐딱하게 묻는다. 주 44시간 기준 연봉 3500만 원? 이거 적용하는 시점이 언제인데?
 
2021년에 적용될 주 44시간 연봉 3500만 원 
 
투자협약식이 체결된 올해 1월이 적용 시점일까? 그럴 리가 없다. 왜냐면 공장이 지어지기는커녕 법인조차 설립된 상태가 아니기에 고용된 노동자도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된 노동시간과 연봉을 적용할 대상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주 44시간 연봉 3500만 원이 적용되는 시점은 2021년임에 틀림없다. 지금부터 신설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공장 건설에 착공하면, 빨라야 2021년에나 자동차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다. 그때가 되어야 고용관계가 시작되고 임금 지급이 이뤄지게 된다.
 
그런데 여기 ‘주 44시간’이라는 말은 뭘까? 이건 일토(일하는 토요일), 놀토(노는 토요일)라는 말로 부르던 ‘격주 토요일 근무’ 시대 법정노동시간 개념이다. 우리는 2003년에 이미 주 40시간 시대를 시작했는데, 18년이 지난 2021년에 주 44시간이라니 이건 무슨 말일까?
 
이건 법정노동시간 개념이 아니라 평균 2주에 1번꼴로 휴일특근을 실시한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되면 격주 토요일 근무를 하던 시절과 근무형태는 동일하되,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휴일가산수당을 지급받게 된다는 의미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완성차·부품사 할 것 없이 주간연속 2교대 근무가 실시되고 있다. 전반조는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40분까지, 후반조는 오후 3시 40분부터 밤 12시 20분까지 일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근로기준법상 심야 할증이 적용되는 시간은 밤 10시 이후인 2시간 20분이 된다. 
 
노동시간을 어떻게 운영하게 되는지(주 44시간), 그리고 연봉 총액이 얼마인지(3500만 원) 공개가 되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광주형 일자리의 시간당 임금이 대략 얼마인지를 계산해보도록 하자. 과연 '적정임금'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시급이 나올까?
 

▲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광주시청 시민홀에서 열린 광주시·현대차 완성차 공장(광주형 일자리) 투자 협약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시간당 임금은 1만1000원 (2021년 기준) 
 
지금부터는 직접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숫자와 계산식만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지만, 내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한다 생각하고 한번 시작해보자.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격주 1회 휴일근무와 주간연속 2교대 근무를 전제로, 1년 동안 몇 시간만큼의 임금을 받게 되는지를 계산하면 시간당 임금을 구할 수 있다. 
 
우선 주 40시간 노동, 즉 정취근무에 따른 임금지급 시간을 계산해보자. 1년 동안 평일 노동시간이 얼마나 될까? 1주일을 기본 단위로 하니까 1년이 몇 주인지만 알면 된다. 대략 52주이지만 근로기준법은 계산에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365일을 7로 나눈 수(365/7)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주 40시간에 365/7 주를 곱하면 된다. 똑같은 원리로 주휴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1주일에 하루, 즉 8시간에 대한 주휴수당이 주어지므로 여기에 365/7 주를 곱하면 된다. 연간 정취근무와 주휴시간을 모두 합하면 약 2502.85시간이 나온다. (아래 표)
 
휴일특근도 2주 1회이므로 연간 365/7 주의 절반만큼 실시된다. 여기에 8시간을 곱한 뒤 휴일할증 150%를 가산하면 휴일노동에 대한 임금지급 시간(약 312.86시간)을 얻게 된다. 입사 첫 해에 발생되는 연차 11개도 노동시간으로 환산하면 연간 88시간이 된다.
 
가장 복잡한 계산이 심야할증시간이다. 우선 심야할증이 발생하는 후반조 근무는 정취근무시간의 딱 절반에 해당한다. 그런데 후반조 근무 8시간 중 심야할증이 발생하는 구간은 2시간 20분이므로 그 비중은 2⅓÷8 이라 할 수 있다. 
 
이 2개를 곱해주면 심야할증시간을 구할 수 있다.(약 304.17시간) 그런데 이 시간에 대한 100%의 임금은 이미 정취근무시간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심야할증분, 즉 50%(약 152.08시간)만 구해서 더해주면 된다. 
 
연간 3500만 원 ÷ 연간 3056시간 ≒ 시간당 1만1453원 
 
지금까지 계산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연간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시간(연간 약 3056시간)이 구해진다. 그런데 초임 연봉이 3500만 원이라 했으므로 연봉을 연간 임금지급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임금, 약 1만1453원을 얻게 된다. 
 
2021년 최저임금 수준 
 
누군가는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수당이나 상여금은 고려할 필요가 없나? <인사이드 경제>는 최대한 시간당 임금을 높게 계산할 목적으로 일체의 수당·상여금이 없는 상태를 전제로 계산한 것이다. 만일 수당이나 상여금이 있을 경우 실제 시급 수준은 더 낮아질 것이다.
 
광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선진임금체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당·상여금이 많지는 않더라도 있기는 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실제 시간당 임금은 1만 1000원 밑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자, 그렇다면 이제 2021년 최저임금 수준이 얼마가 될지 계산기를 두드려볼 차례이다. 이건 향후 최저임금 인상률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3가지 경우의 수를 구해보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을 적용했을 때, 2020년과 2021년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해 보았다.(아래 표)
 
박근혜 정부 시절의 평균 인상률을 적용하면 차이가 조금 생기긴 하나, 설마 적폐 정권의 인상률을 적용하게 될까? 민주당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의 평균 인상률과 지난 2년간 문재인 정부의 평균 인상률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럴 경우 1만 원이 넘게 되어 사실상 ‘광주형 일자리’에 적용되는 시간당 임금과 거의 차이가 없어지게 된다.
 
'22~'23년에는 최저임금 밑으로 떨어진다 
 
다시 말해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 일자리이다. 지금 시점이 아니라 2021년의 시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게다가 광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2023년이 되면 광주형 일자리는 최저임금 위반·미만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금인상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노사민정 협의회가 객관적·합리적 기준을 제시하고 신설법인은 이를 준수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하는 등 노사민정 대타협을 전제로 적정임금을 실현하는 모델을 구현했다." 
 
최저임금 일자리라면 응당 ‘최저임금 인상률’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연간 1~2%에 불과한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고려한다고? 박근혜 적폐정권의 평균 인상률(7.4%)을 적용해도 2023년이 되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1000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광주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투자협약에 따르면 광주에 공장이 들어서서 임금·노동조건 등을 전반적으로 규율한 상생협약이 체결되면, 생산 누적대수 35만 대가 될 때까지(약 5년간) 유효하도록 규정했다. 이 때문에 “5년간 단체협약 유예”라는 한국노총의 해석과 반발이 있었고 작년 12월에 협약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협약 체결내용에는 이러한 문구가 노동관계법령에 저촉되지 않도록 한다는 부대결의를 포함했을 뿐, 상생협의회와 노사민정 테이블이 임금·노동조건 전반을 조정하는 기구 역할을 한다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결국 임금인상률을 최대한 억제하려 할 것임에 틀림없으며, 광주형 일자리는 최저임금 미만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말로는 광주 지역의 노·사·민·정이 합의해 추진했다고 선전하면서도, 청와대는 이걸 추진하기 위해 자신들이 직접 물밑에서 뛰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앞서 지적한 우려스러운 현실에는 눈을 감은 채 광주형 일자리를 실제로 추진한 청와대는 여전히 혹세무민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광주 지역에서 3500만 원이라고 지정할 때는 그 지역의 제조업체들의 평균적인 임금을 쭉 조사를 해 봤었어요. 그 조사의 결과로 그래도 상당한, 뭐랄까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책정을 한 거죠. 거기다 공장이, 회사가 차려지면 돈을 벌어야 되잖아요. 그런 또 회사의 안정성이라는 차원에서도 적정한 임금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노사 간에 합의를 한 거죠."
 
지난 2월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한 얘기이다. “광주에서 보면 굉장히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무도 묻지 않는 것일까? 연봉 3500만 원이 올해 기준인지 아니면 2021년 기준인지 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임금인상이 억제되면서 최저임금보다 밑돌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기본급은 얼마인지, 수당·상여금은 챙겨주는 것인지, 성과금은 있는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광주시와 현대차, 청와대 역시 구체적인 숫자는 절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저임금이라도 일자리만 만들면 괜찮다는 것인가? 그게 바로 박근혜 적폐정권의 발상 아니었던가. 필자가 주장하는 팩트가 틀렸다면 반박이라도 해보시라. 그래야 논쟁이라도 할 것 아닌가.
 
광주형 일자리에 필요한 건 민주노조 
 
지난해 태안화력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아니 죽임을 당한 청년 비정규직 故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지난주 MBC 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아드님께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이렇게 답을 했다.
 
"구조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없게 만든 나라, 기업, 정치인, 정부, 모두 다 용균이한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 잡게끔 엄마가 할 수만 있다면 엄마가 꼭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미안한 걸 조금이라도 덜 할 수 있게끔 그리고 용균이 죽음 헛되지 않게끔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사회에 나오면 노조에 가입해서 부당한 것을 꼭 싸워서 자기 권리를 찾게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래, 청년 노동자들에겐 지금 일자리만이 아니라 노동조합도 필요하다. 2021년, 미래에 생기는 일자리의 임금·노동조건에 대한 협상을 부당하게 남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해온 세력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이다. 그리고 조만간 비준한다고 하는 ILO 결사의 자유 협약의 원리이다.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청와대 정태호 일자리수석이 기자 간담회에서 언급한 것처럼 구미형 일자리, 군산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로 최저임금 일자리가 확산되고 말 것이다. 故 김용균 노동자와 같은 저임금 노동의 확산은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년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그 죄값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미래 세대를 위해, 광주형 일자리에는 민주노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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