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선정돼

가톨릭환경상 대상,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선정돼

장려상에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 앞장선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대표

 

맹주형 | editor@catholicnews.co.kr

 

 

매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이하 환경소위)에서는 ‘가톨릭 환경상’을 시상하고 있다. 가톨릭 환경상의 의미는 하느님 창조질서보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단체의 뜻을 세상에 알리고, 함께 격려하고 기도하기 위함일 것이다.

올해도 수적으로는 적지만 알찬 후보들이 추천되었다. 성당에서 EM 보급운동을 펼치며 본당 공동체 환경운동에서 지역 공동체까지 확산시키고 있는 인천교구 작전동 성당, 산림보호에 노력하고 있는 박종화(요셉)님,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설악녹색연합 박그림(아우구스티노)대표, 생태영성의 관점에서 유아교육 자료를 발간한 이미영 수녀, 그리고 송전탑 문제로 3년째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경남 밀양의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와 가르멜 봉쇄 수녀원이 그들이다.

 

   
ⓒ 정수근

 

환경소위원회의 심사 결과, 대상으로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와 가르멜 봉쇄 수녀원이 결정되었고, 장려상으로는 박그림 대표가 선정되었다. 가르멜 수녀님들은 세상에 알려지는 것 보다, 기도로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끝내 수상을 고사하여 결국 ‘765kv 송전탑 반대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이하 밀양 대책위)가 올해 대상 단체로 선정되었다.

고(故) 이치우 분신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한 신부(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는 밀양 송전탑 문제에 교회가 연대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는 제일 먼저 가난하고 힘없는 시골의 어르신들이 어디에도 하소연 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교회마저도 외면할 수 없다는 점과 올해 1월 16일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사망하시면서 불거진 생명존중의 문제, 그리고 결국 이 문제가 핵발전소와 결부되어 있다는 인식 속에서 창조질서회복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연대하게 되었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명과 창조질서를 보전하기 위한 교회의 당연한 연대이며, 노력이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김준한 신부와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밀양 대책위와 함께 매주 금요일 ‘밀양 송전탑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미사’를 봉헌하며 부산교구 신자들과 함께 서명운동도 전개하였다. 또 현장에서는 한전 직원들과 용역들의 폭력적인 공사강행에 맞서 사제들이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 해왔다.

박그림 대표는 지난 93년부터 설악산 보호활동에 앞장 서왔다. 설악산 산양 조사활동을 하였고,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오랜 기간 활동하며 케이블카 부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박 대표는 “케이블카 문제는 결국 설악산을 ‘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경제적 잣대로 본거다. 생태적 가치로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산은 본래 힘든 상황에서 자신을 극복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산길에서 만나는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오르는 것인데, 인간의 편안함을 위해 인위적으로 나무 데크를 정상까지 만들어 슬리퍼를 신고도 대청봉에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 설악산 대청봉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그림 대표. ⓒ설악녹색연합

 

박 대표는 케이블카를 이런 편리함의 극단적 방식으로 본다. 사람들은 설악산 중청 대피소까지 무쇠 솥을 이고 가 삼겹살을 먹는다. 그러나 진정 산을 즐기는 방식은 이런 식은 아니라는 것이 박 대표의 생각이다. 산을 세수(돈)로 보고, 산을 인간이 즐기기 편리하게만 만들려는 생각과 방식이 결국 설악산을 죽이고 있다며 안타까워한다.

올해 천주교 환경상을 수상하게 된 밀양대책위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의 ‘편리’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네 인간의 편리와 편안을 위해 결국 소외된 자연과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핵발전소 확대 정책으로 남아도는 전기를 수도권까지 보내기 위해 송전라인은 더욱 길어질 것이고, 765kv 초고압 송전탑들은 농촌 곳곳에 들어 설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은 한전과 충돌할 것이고, 이치우 할아버지와 같은 제 2, 제 3의 밀양사고가 터질 것이다.

김준한 신부는 말한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핵발전소 등 대용량 발전소가 있는 한 초고압 송전철탑 사업은 끊임없이 전국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탈핵을 지향하는 시민단체, 천주교 여자수도자 장상연합회 등과도 계속적으로 긴밀히 연대하여,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근본에 대한 원천적인 재고 활동을 계속할 것이다. 또한 교회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이 문제가 창조주 하느님께 대한 신앙고백에 얼마나 큰 도전인지를 드러내며 생명의 가치를 알리는 활동도 병행할 것이다.”

오는 10월 11일부터 13일, 2박3일 동안 ‘전국 천주교 환경활동가 워크숍’이 서울 우이동 명상의 집에서 열린다. 첫째 날(11일)에는 박그림 대표가 ‘산, 산양,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강연한다. 그리고 둘째 날(12일)에는 김준한 신부가 ‘밀양 그리고 생명과 공존할 수 없는 죽음의 기술, 핵에너지’에 대해 강연한다. 주교회의 환경소위에서는 “창조질서 거스르는 핵발전소, 이제 그만!”이라는 제목의 천주교 탈핵 만화를 만들어 전국 교구에 보냈다. 또 오는 10월 20일에는 탈핵을 외치는 전국의 시민들이 모여 ‘태양과 바람의 나라를 꿈꾸다’라는 주제로 탈핵집회를 청계광장에서 연다.

독일이 탈핵사회를 이룬 데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베를린과 함부르크 등 대도시에서 1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여 미래세대를 위해 “핵발전소 폐기!!”를 외쳤기 때문이다. 독일 국민들의 외침과 요구에 보수 집권여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결국 핵발전소 정책을 포기하였다. 탈핵을 위한 우리의 신앙고백은 듣고, 알리고, 함께 모여 “생명”을 외치는데서 시작한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너희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선택하여라.(신명 30,19)”

맹주형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기획실장, 주교회의 환경소위원회 위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