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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주한미군 생화학 장비 검증은커녕 문서조차 확보 못해

존재 인정했던 주한미군 시설도 ‘군사보안’ 이유로 답변 거부...전문가 “검증된 장비” 자체가 어불성설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9-03-24 16:47:59
수정 2019-03-24 16: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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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
미 국방부 합동생화학방어국(JPEO-CBD) 홈페이지 모습.ⓒJPEO-CBD 홈페이지 캡처
 
 

국방부가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주한미군의 생화학 관련 시설에 대해 “건설 중에 있다”며 그 존재를 인정했으나, 최근에는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국방부는 주한미군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앵무새’ 답변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방부나 전문기관이 해당 주한미군 시설에 설치된 장비를 검증하지 못했으며, 관련 문서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거세질 전망이다. 

22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관련 시설이 언제 완공되었는지와 이에 소요된 우리 국민의 예산 및 규모를 알려 달라’는 기자의 질의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 ”국방부는 주피터 프로그램 추진사항에 대해서는 주한미군과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시설에 관한 세부 정보는 주한미군 관련 사안으로 군사보안상 답변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앞서 본보는 단독 기사를 통해 새로 이전한 평택기지(캠프 험프리스)에 미군의 생화학 관련 실험실 예산이 책정돼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단독] 세계 최대 ‘주한미군 평택기지’에 위험천만 ‘생화학 실험실’도 들어섰다 

국방부는 28일 공식 답변을 통해 주한미군 평택기지 내의 생화학 실험실 존재에 관해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서도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국방부는 28일 공식 답변을 통해 주한미군 평택기지 내의 생화학 실험실 존재에 관해 ‘주한미군과 관련한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또 생화학 실험 장비에 관해서도 “이미 검증된 상태”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해당 문서 캡처

하지만 이는 해당 실험실의 운영 예산일 뿐, 그 시설은 평택기지가 건설될 때 완공된 것으로 우리 국민의 혈세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짙다. 기자는 질의서에도 “국민의 세금이 90% 이상 들어간 이전 사업”이라며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질의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해당 시설의 존재를 인정하기는커녕 ‘주한미군 관련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 자체를 거부한 것이다. 또 해당 시설 건설과 완공에 들어간 국민 혈세도 전혀 밝히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지난 2015월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6월 19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주피터 프로그램 관련 시설은 지금 세 군데, 용산, 오산, 군산은 있고 평택은 건설 중에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전 장관은 “제일 먼저 만든 것은 1998년도에 만들어졌다”면서 “그게 아마 오산기지로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택은 건설 중이냐’는 질의에 재차 “예”라고 답변하면서 “구체적인 다른 것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저희가 지금 확인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방부가 당시에는 “건설 중”이라고 확인한 것을 현재는 ‘주한미군 군사보안’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것이다. 2015년 당시는 새로 이전할 평택기지가 약 80% 가까이 완공 중이었고, 한 전 장관도 이를 인정했지만, 막상 완공되고 운영되는 시점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셈이다.

미국 유타주에 있는 미군 생화학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한 요원이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미국 유타주에 있는 미군 생화학 연구시설인 더그웨이 연구소에서 한 요원이 생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유타주 해안경비대 공개 사진

우희종 교수 “공개 안 된 안전성 없는 시설에서 하는 행위는 ‘위험천만’한 것”

국방부는 또 ‘살아있는 탄저균 사태’ 이후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약속에도 미군 문서에 나와 있는 ‘살아있는(live) 매개체 테스트 등 위험성’에 관한 질의에는 “장비는 시험을 통해 이미 검증된 상태”라며 “생화학 실험과는 관계가 없다”는 앵무새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안전성 검증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 주한미군 측이 검증을 했다면, 관련 문서를 받은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도 답변을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은 기자에게 “전에 탄저균 사태가 났을 때 한 번 부산 8부두 시설을 방문한 것이 전부”라며 “안전성 검증을 해본 적도 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당시 미군 측에서 미국에서 전문가가 와서 설명하기로 했는데, 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주한미군 정보소식통도 “해당 프로젝트는 펜타곤(미 국방부) 생화학합동방어참모국에서 주관하는 것이라, 우리(주한미군)도 알 수가 없다”고 실토했다. 그러면서 “한국(국방부)에서 문의가 오면 해당국에 문의해서 답변을 전달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방부가 아직도 생화학 실험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기본도 모르는 이야기”라며 “검증된 장비라는 눈가림식의 주장 자체가 의미가 없고 말이 안 되는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우 교수는 “장비 자체가 검증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주피터 프로그램은 해당 장비를 검증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검증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탐지와 방어만을 위한 장비라는 말도 더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려면, 처음에는 죽은 샘플을 사용해도 최종적으로는 살아있는 샘플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도입 목적의 정당성을 내세우더라도 테스트라는 말 자체가 위험한 데, ‘방어용’이라고 핑계를 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생물학 공격 방어용이라고 하는데, 적이 죽어있는 균을 사용하느냐”고 반문하면서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생물학안전등급(BSL)도 갖추지 않은 시설에서 이 같은 실험을 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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