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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 ‘홍보물’... 언론기능 실종된 대선

‘찌라시’ ‘홍보물’... 언론기능 실종된 대선
(블로그 '사람과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10-07)
 

대선이 다가오면서 언론의 편파, 왜곡 보도가 도를 넘고 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음해성 보도가 계속되고, 사주의 입장과 언론사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작용해 지지하는 후보를 노골적으로 편 드는 보도가 자주 등장한다.

편파, 왜곡보도 어느 정도일까?

편파보도와 왜곡보도를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편집 과정에서 교묘하게 한쪽 편을 든다거나, 토론 프로그램 패널을 한쪽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구성하기도 한다. 언론사 차원에서 아예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기자의 성향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친 기사가 나오기도 한다. 여론조사도 문제다. 조사 자체의 왜곡 못지않게 조사결과를 기사화하는과정에서 특정후보의 유불리한 점을 더욱 부각시키려는 편파해석이 판을 친다.

최근 정치상황과 밀접한 키워드 3개를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기사가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보수매체와 진보성향의 매체 한 곳씩을 골라 적용해 보았다.‘한광옥’ ‘부산영화제’ ‘내곡동 특검’을 검색어로 해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인터넷 판에서 각각 입력해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검색어 ‘한광옥’, <조선>은 박근혜 편들기 <한겨레>는 시큰둥

검색어 ‘한광옥’의 경우 <한겨레>에서는 두 건의 기사가 검색됐다. ‘DJ측근 한광옥, 새누리 입당’이라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한광옥의 박근혜 캠프 합류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다룬 ‘새누리 입당 한광옥 호남 대표성 있나?’ 제하의 기사가 전부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14건이라는 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조선일보>와 <조선닷컴> 이외에도 <조선경제> <연합뉴스> <뉴스1>의 기사까지 인터넷판에 실었다. 한광옥의 새누리 입당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14건의 기사 중 한광옥 입당을 반대하는 당내 분위기를 다룬 기사는 단 2건 뿐이었다. 기사의 제목들이다.

‘한광옥, 국민 대통합 속에서 남북통일 이루는 역할 할 것’ ‘한광옥, 과거 민주세력과 대화할 것’ ‘한광옥, 박 후보와 국민대통합 의지 나눴다’ ‘DJ비서실장 한광옥 박근혜 캠프 합류’ ‘박, 조만간 추가인선...새판짜기 갈등수습하나’ ‘새누리, DJ비서실장 한광옥 영입 놓고 갑론을박’...

검색어 ‘부산영화제’, <조선> 朴 차별화, 安 -文에게 트집 잡기도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부산영화제 참석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조선일보>는 문 후보와 관련해 2건의 기사를, 박 후보에 대해서는 4건의 기사를 내보내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화보만 게재했을 뿐 기사로는 다루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문재인’이라는 화보성 기사와 함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사소한 말투를 문제 삼아 비판한 ‘문재인, 그놈의 한미FTA...안철수, 금강산 사고’라는 기사를 실었다.

문 후보가 영화인들을 만나 참여정부 시절 논란이 됐던 스크린쿼터 문제를 얘기하며 “‘그놈의 한미 FTA 선결조건으로 되는 바람에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안 후보는 조선대 강연에서 ‘박왕자씨 총격 사망 사건’을 ‘금강산 사고’라고 했다며 “사건을 ‘사고’라고 표현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후보 관련기사는 매우 호의적이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부산국제영화제에 왔어요~’라는 제하의 동영상을 올려놓고 문 후보와 함께 영화제에 참석했다는 기사를 4건이나 게재했다.

검색어 ‘내곡동 특검’, 다량의 기사 온도차 확연

‘내곡동 특검’과 관련해서는 <조선>과 <한겨레> 모두 많은 양의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은 <연합뉴스> 3건, <뉴스1> 1건을 포함해 모두 9건의 기사를 게재했고, <한겨레> 역시 사설 1건을 포함한 자체기사 8건과 <뉴시스> 1건 등 모두 9건의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기사의 온도차는 뚜렷했다. <조선>은 ‘황우여, 내곡동 특검 여야 다시 합의해야’ ‘민주, 특검에 민변ㆍ우리법硏 추천...여, 대선 악용 음모’ ‘이 대통령, 야 추천 특검후보자 모두 거부할 수도’ ‘여, 배신정치 보복정치 VS 야, 해괴망측 청와대 2중대냐 특검 재추천 정면 충돌’ 등의 기사에서 특검후보자 추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겨레>는 <조선>과 확연히 다른 기사를 실었다. ‘이 대통령, 내곡동 특검 임명하는 게 순리’라는 사설부터 ‘MB, 내곡동 사저 특검 몽니 고집하면 법률위반’ ‘문재인 안철수, 대통령도 법 지켜야’ 등의 기사까지 청와대의 특검 임명 거부 움직임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기사가 주종을 이뤘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 시각차 뚜렷

신문 보다는 덜 하다는 방송보도 또한 편파성이 심각했다. 최근 편파보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MBC의 <뉴스데스크>와 민영방송인 SBS의 <8시뉴스>를 비교해 보았다. SBS는 내곡동 특검 임명을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 내곡동 특검 이광범 변호사 임명’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내보낸 반면, MBC는 ‘악법도 지킨다, 이 대통령 특검 이광범 변호사 임명’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 특검법을 ‘악법’에 비유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인용했다.

 

▲MBC <뉴스데스크> (10.5)

 

▲SBS <8시뉴스> (10.5)

‘한광옥 영입’에 대해서도 MBC와 SBS의 시각차가 확연했다. MBC는 10월 5일 <뉴스데스크>에서 ‘한광옥 합류’에 따른 당내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SBS는 당내 갈등을 그대로 전하는 보도를 했다. MBC의 관련기사 제목은 ‘박, 파열음 봉합수순...한광옥 박캠프 합류’인 반면, SBS는 ‘한광옥 영입에 새누리 시끌...현안마다 갈등’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MBC <뉴스데스크> (10.5)

▲SBS <8시뉴스> (10.5)

‘찌라시’와 ‘홍보물’ 이러고도 언론?

기사작성과 보도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완벽할 수는 없다. 회사조직과 상사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고, 기사를 쓰는 기자의 입장도 개입될 수 있다. 또 조직 차원의 정치적 판단과 이해관계가 영향을 줄 수 있어 특정후보에 대한 호불호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일단 ‘언론’이라면 스스로 객관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에 치열해야 한다. 상당수의 언론은 보수정당과 그 후보의 ‘찌라시’나 다름없고, 또 몇몇 언론은 진보성향의 정당과 그 후보의 ‘홍보물’이나 다름없는 지경이 돼 가고 있다.

언론의 기본정신에 투철한 신문과 방송을 찾아 보기 어렵다. 언론의 기능과 역할이 상실된 채 치러지는 대선이다. 우려와 걱정이 앞선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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