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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2500만 원에 팔아넘기는 '현대판 고려장'"

돌봄노동 연속기고·③]요양보호사들이 말하는 돌봄 노동과 요양원 이야기

요양보호사 무명씨들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2-10-02 오전 7:48:40

 

올해는 사회서비스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하지만 간병노동자,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장애인 활동보조인 등 돌봄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돌봄노동자들은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야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오는 10월 20일 보신각에서 '제3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공공운수노조는 사회서비스 영역의 현재를 진단하고 제도개선안을 제안하는 기고를 <프레시안>에 7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돌봄노동 연속기고
아이는 '20만원짜리', 노인은 '100만원짜리'?
"60만원 주고 100만원어치 서비스를 기대한다?"

요양보호사들이 모여 현장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는 언제나 뜨겁다. 교육자리 건 다른 활동 자리건, 모였다 하면 언제나 현장 이야기로 빠지고 만다. 기관장이나 어르신 보호자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 그들에게는 해봤자 소용없는 이야기, 자식이나 친구들에게도 자존심 때문에 차마 꺼내지 못하는 이야기지만, 협회 회원인 동료 요양보호사들 앞에서라면 얼마든지 털어놓을 수 있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는 끝이 없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털어놓으랴? 이 자리마저 없다면 요양 노동자들의 스트레스를 어디 가서 풀 수 있겠는가? 그녀들의 끝없는 이야기들을 주섬주섬 엮어 보았다.

요양보호사에게 김장, 마늘까기, 밭일 시키기가 다반사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아요. "중고령 여성노동자들의 좋은 복지 일자리"라는 정부의 말에 우린 모두 속았어요. 그냥 노인만 돌보는 일이라면 괜찮겠어요. 그런데 온갖 일들을 다 시켜요.

재가 요양보호사들에게 김장이나 된장, 고추장을 담아 자식들에게 택배를 부치라고 하거나, 마늘 까기 같은 그 집의 부업꺼리, 심지어 밭일까지 시키기도 해요. 시설은요. 10년 넘게 일해 웬만한 간호사 신출내기보다도 우리가 더 전문성이 있어도 "아줌마, 이거 해, 저거 해"라고 부려먹으려고만 하죠. 그러니 우리를 "요양보호사"라고 제대로 부를 리가 없습니다. 집에 오는 손님들에게 방문 요양보호사는 가사도우미나 파출부로 소개되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이런 부당노동 요구에 대해 센터장에게 불만을 이야기 해봤자 더 화만 나요. 대상자(등급 받은 노인)를 놓칠까봐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반응입니다. 이런 일을 거부하려면 당일 해고를 각오해야 합니다.

노인 수면제 먹기기부터 근무일지 조작까지…사설요양시설의 꼼수

사설 요양시설에서는 꼼수가 난무합니다. "본인부담금(전체 서비스 비용의 15~20%를 본인이나 가족이 부담)을 면제해주며 대상 노인이나 가족을 유인하는 불법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센터장은 한 달에 90시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어르신을 70시간만 돌보고, 실제로는 90시간 근무일지를 쓰라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받은 20시간의 부정 수가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것이죠. 국민이 내는 사회보험금을 떼어먹는 짓이자, 내 노동시간을 줄여 내 임금을 깎아 먹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환자에게 더 잘하고 싶은데 사설 요양기관에서는 돈을 아끼기 위해 기저귀도 하루에 세 번만 갈라 쓰라고 하질 않나, 반으로 잘라 쓰라고 하지 않나…. 그러면서 퇴직금을 주기 싫어 가족이랑 센터장이랑 짜고 11개월 만에 문자로 해고 통보하는 건 다수예요. 내가 지금까지 환자를 열심히 돌본 건 도대체 무엇인가 싶어요.

▲ 요양보호사(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센터장은 요양보호 대상자로 등급 받은 노인들 어디 없나 찾아보라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는 등급 노인 한 명당 요양보호사에게 10만 원, 가족에게 10만 원을 주는 곳도 있어요. 요양등급을 받기 위해 공단 심사원이 집에 오는 날에는 노인에게 수면제 등 약을 먹이는 가족들도 있고, 일부러 치매나 인지능력 장애로 보이게 하려는 온갖 속임수를 센터장이 가족이나 노인에게 미리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시설도 마찬가지에요. 시설장은 시설을 넘기면서 노인 한 명당 2500만원에 팔아넘기기도 해요. 요양 서비스의 질이나 노인들의 돌봄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우리는 우리대로 하루종일 일하다 보니 그 분들을 돌보는 요양서비스의 질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도 그럴 것이 하루에 혼자 30~40명 노인들을 다 상대하다보면 진이 빠지거든요. "노인 2.5명당 요양보호사 1인"이라는 규정은 서류상의 지침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다 보면, "아 나는 늙기 전에 빨리 죽어야지."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 정말 현대판 고려장이 따로 없을 정도로 노인들이 딱하고 안타깝죠.

정부에서 관리한다하지만 미리 알려주고 오는 그런 정기 평가는 하나 마나예요. 게다가 방문 요양보호사 분들은 정부에서 관리한답시고 RFID라는 전자 시스템으로 출퇴근 감시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게 아무 효과가 없어요. 멀쩡한 어르신들에게 수면제 먹여가며 요양 서비스 등급을 받으려 하거나, 70일 근무했는데 90일 근무했다고 근무일지를 조작해서 돈 떼먹는 센터장을 제대로 잡아내느냔 말이죠. 게다가 RFID 시설의 교체비용도 우리가 다 내야 합니다. 우리 감시하자고 만든 제도의 기기를 우리가 내면서 효과는 없는 셈이죠.

길게 일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 누가 있겠어요?

그런데도 우리 요양보호사들은 하루 12시간 혹은 하루종일 일해야만 12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답니다. 시설에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에게는 월 2회 정도 외출만 허용하고, 재가 요양보호사 분들에게는 24시간 입주 근무를 시킵니다. 그래야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은 모두 단절됩니다. 이게 사람이 할 일인지 한숨만 나옵니다.

추석 명절에는 온 가족이 다모여 쉬는데, 그럴 수가 없어요. 무조건 일해야 하죠. 수당도 꿈도 못 꾸죠. 쓸쓸하게 자식들도 없이 요양원에서 홀로 있는 노인들 옆에서 지켜드리자는 마음으로 일하는 거죠. 이제 명절에 못 쉬는 건 괜찮아요. 제발 딸 결혼식이나 가까운 친척이 상을 당했을 때 대체인력이 없으니 동료 요양보호사들 눈치 봐야 하는 것만이라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미안하니까 제 돈으로 대체인력 넣고 나서 쉬었어요.

8시간 노동이요? 길게 일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하지만 12시간, 24시간 맞교대를 해야 겨우 120만 원을 버는데, 8시간 노동을 하면 월급이 얼마나 줄어들까요? 8시간 노동이 아니라 8시간으로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합니다.

▲ 지난 9월 24일 국회 앞에서 "요양보호사 노동인권 개선과 노인장기요양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전국요양보호사협회 회원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전면 개정 공동대책위원회

열심히 일하는데 사람대접 받아봤으면 좋겠어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12시간, 24시간씩 돌보는 일을 하다 보니 우리는 1년 정도 일을 하고나면 모두 골병이 들어요. 그런데 전혀 산재 인정이 안 됩니다. 규정대로 한다면 둘이서 같이 노인 한명을 씻겨야 하는데 그런 걸 지키겠어요?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돌보는데도 치매도 아닌 멀쩡한 노인들이나 가족들이 대놓고 무시하고 도둑 취급하면 정말 속이 상해요. 노골적으로 성희롱할 때는 정말 말할 수 없는 모욕감을 느끼죠. 그래서 이야기하면 "싫으면 관두라"는 식이에요.

우리가 노인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만큼 우리도 그들을 돌보는 노동자로서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우리는 환자를 돌보는 돌봄 노동자이자, 요양보호사에요. 우리와 마주치는 센터장, 시설장, 환자, 환자 가족들 그리고 사회가 우리를 그렇게 봐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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