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이 아동 주거빈곤 문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모습은 지하·반지하 주택이 서울에 주로 모여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집의 바닥에서 천장까지의 높이 중 지표면보다 낮은 부분이 50% 이상을 차지하면 지하, 50%에 미달하면 반지하로 분류된다. 2017년 국토교통부의 주택실태조사를 보면 반지하 가구로 분류되는 집은 전체 주택의 2% 남짓이다. 그러나 지역별 분포를 보면 수도권, 특히 서울에 크게 집중되어 있다. 전체 반지하 주택의 60%가 서울에 있고, 95%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있다. 전국에서 0.2% 수준인 지하 주택도 서울과 경기에 각각 절반씩 몰려 있다.
“친구 초대해본 적 없다” 66.9%
아동 가구로만 초점을 맞춰도 결과는 비슷하다. 아동이 있는 전체 가구 중 지하·반지하를 비롯한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서울(14%)이다. 광역시 중에서는 인천(9.6%)만 아동 주거빈곤가구 비율의 전국 평균인 9.4%보다 높았고, 다른 광역시들은 모두 평균보다 낮았다. 이외에 전국 평균보다 아동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이 높았던 지역은 제주(12.3%)·강원(10.6%)·전남(10.2%) 세 곳뿐이어서 도시와 농촌 안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였다. 조사를 진행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도시 중에서는 일찍부터 극심한 과밀화를 겪은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대도시에서 아동 주거빈곤 비율이 높았고, 농촌지역에서는 상·하수도 같은 도시기반시설이 부족해 주민 전체가 주거상황이 열악한 곳에서 이 비율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농촌지역에서는 주거빈곤이 나타나더라도 주변 이웃과의 격차는 크지 않은 반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밀집한 주거지역 안에도 여러 층위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실제 어린이들이 체감하는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빈곤이 단순히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고 또래집단 안에서의 인간관계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경기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진행한 아동 주거빈곤 조사에서도 주거빈곤가구 아동은 ‘친구를 집에 초대해본 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66.9%였다. 일반가구 아동의 36.2%와 큰 차이가 난다. ‘생일잔치 등의 이벤트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비율도 주거빈곤가구 51.7%, 일반가구 27.6%로 차이를 보였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이뤄질 수 없는 희망사항으로 남는 현실이다.
당사자인 아동의 입장에서 부동산 가격 격차를 비롯한 빈부격차 문제의 근원까지 따질 수는 없어도 피부로 와닿는 이 문제가 자라면서 점차 쌓여가는 절망감과 우울감의 한 원인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서울 은평구의 주거빈곤가구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 정희수군(11·가명)의 걱정은 자신의 앞날까지 향해 있다. “부모님은 ‘너만 열심히 하면 좋은 데서 살 수 있어’라고 말씀하시거든요. 기죽지 말고 힘내라는 의미라는 건 아는데, 제가 보기에도 우리 부모님 열심히 사세요. 그런데도 이사를 자주 해봤자 비슷비슷한 집이었어요. 제가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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