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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나라'에 일격을 가하다

주걱 대신 머리띠...'투명인간'들이 일어섰다
2019.07.03 17:23:02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해소, 노동자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동맹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정부를 상대로 앞으로 사흘간 이어갈 파업 행사를 시작했다. 
 
이번 동맹 파업에 참여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쟁의 행위에 찬성한 10만여 명이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 1만여 명이, 학교 비정규직 9만여 명이 총파업을 결의했다(합계 10만5517명).  
 
파업에 참여한 학교 수는 6000여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동맹 파업으로는 사상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청소 노동자, 보건 의료 노동자, 수영강사, 직업상담사, 돌봄 노동자 등 지자체 비정규직 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 국회 시설 노동자, 톨게이트 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등이 이번 동맹 파업에 참가했다. 
 
주최 측은 광화문광장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약 6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중 약 4만여 명의 파업참가자가 이날 서울로 상경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합원 6만여 명은 광화문 노동자대회에서 사용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공정임금제 실시, 직무급제 철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우리는 언제나 투명인간으로 살았다. 아무도 우리를 눈 여겨 보지 않았"지만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장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을 없애자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으나 "우리는 무기계약직이라는 이름으로 평생 비정규직이 됐다"고 탄식했다. 이어 "노동 존중 사회는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이 자리에 이미 자회사 전환이 완료된 곳의 노동자가 있고, 해고된 1500명의 톨게이트 노동자도 있다"며 "우리가 끝까지 투쟁한다는 걸 (정부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큰 틀에서 논의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정협의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64개의 공공부문 기관, 76개의 교육기관, 553개 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41개 공공기관 자회사, 6개 지방공기업 자회사 등으로 나뉘어 소속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각각의 처우와 노동 조건이 다른 만큼, 큰 틀에서 협의할 기본 틀을 구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이유다. 
 
현 정부가 실질적인 공공 비정규직 사용자로서 협상에 나설 것을 이들은 요구했다. 정부가 정한 예산과 정원 등에 따라 사실상 각 공공부문 기관의 노동 교섭 조건이 결정되는 만큼, 정부가 직접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이유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망각한 채, 정책 후퇴와 약속을 잃어버린 문재인 정부 정책을 규탄하고, 노동 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민주노총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어섰다"며 "노동개악 중단이라는 정당한 민주노총 투쟁에 저를 비롯한 민주노총 간부 체포와 구속으로 답한 문재인 정부가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대회사를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는 100만을 넘어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질적인 최대 사용자"라며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투쟁에 '대화로 해결하라'는 태도로 일관했으나, 남 얘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편 조중동과 TV조선, 채널A의 취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요구사항 대신 ‘급식 대란’ ‘돌봄 대란’ 등 부정적 보도로 사안을 왜곡했다는 이유다. 
 
3시 본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파업 집회를 연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급식 대란보다 비정규직 만연화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영금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은 "진짜 대란은 학교도 세상도 비정규직이 넘치는 현실"이라며 "비정규직 인생이 되물림되는 현실이 진짜 대란"이라고 강조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전체 약 38만 명(2017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이들 중 약 34%인 13만여 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은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되지만, 급여 등 실질 처우는 비정규직 수준이다.  
 
윤 지부장은 "무기계약직은 '무기적 비정규직'"이라며 "학교 현장에서 비정규직을 실질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는 뜻을 밝힌 학생들을 상대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 앞서 특성화고 학생 대표 단체인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파업 전날인 2일 온라인에 '파업 지지 인증샷'을 올렸다. 지난달 28일에는 인천 서흥초등학교가 가정통신문을 통해 이번 파업을 불편함으로 인식하지 말아 줄 것을 학부모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 당국과 파업 하루 전인 지난 2일까지 협상을 이어갔으나, 양측의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6.24%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교육 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안을 유지했다.  
 
한편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은 본대회 후 청운동 주민센터와 삼청동 방향으로 나눠 거리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상경투쟁을 시작으로 오는 4일과 5일에는 노동자들이 각 지역에서 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4일에는 대전과 경북, 부산, 대구, 광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5일에는 서울과 전남, 울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각각 파업 대회를 열 예정이다. 18일에는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 전국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3일부로 동맹 파업에 들어갔다. 이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자대회를 열어 정부를 향해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50대 학교 급식 노동자가 사진기자를 붙잡고 무릎과 발목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학교 급식 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에 더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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