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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할증률 ‘합리화’?…“부의 대물림으로 불평등 고착화”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9/07/23 11:11
  • 수정일
    2019/07/23 11:1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할증률 하향 조정 시사

조한무 기자 chm@vop.co.kr
발행 2019-07-22 20:39:10
수정 2019-07-23 10:3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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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9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07.22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9 세법개정안 당정협의’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2019.07.22ⓒ정의철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재벌 대기업 최대주주의 보유주식에 적용하는 상속세 할증률을 하향 조정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재계의 할증률 인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는 할증률 인하 주장에 타당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할증률을 낮추면 부의 대물림이 쉬워져 계층구조가 굳어지고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22일 ‘2019년 세법개정안’ 당정협의 후 브리핑에서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의 큰 틀 아래에서 납세자 권익 제고 및 조세제도 합리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마련했고 당에서도 상당히 공감했다”며 “당정은 최대주주 보유주식 상속・증여세 할증평가 제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속세 할증률 인하, 계층구조 고착화로 경제 활력 저해”

정부가 상속세 할증률 조정에 나선 데 대해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대의 이총희 회계사는 “상속세 할증률 인하는 말도 안 된다”며 “지분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용이하게 해 경제 활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4월 ‘상속세와 관련한 오해' 보고서에서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는 부와 권력이 소수의 가문에게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한 목적”이라며 “상속세율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상속세율 인하 논의는 매우 무책임한 논의”라고 말했다.

또한 “지배권 상속을 손쉽게 만들어주기 위해 상속세율을 낮추면 자칫 다른 자산을 통한 부의 세습이 더욱 활발해져 계층구조가 고착화 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상속세 할증률을 인하하면 결국 재벌 대기업 총수일가의 상속세가 줄어들기 때문에 상속세율 인하와 마찬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이 회계사는 “상속세율이든 할증률이든 사회적 필요에 따라 낮출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인하를 요구하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7년 2월 18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 주최로 제주지역 17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탄핵, 이젠 재벌 차례다'라고 써진 신문을 읽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18일 오후 제주시청 종합민원실 앞 도로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제주행동 주최로 제주지역 17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탄핵, 이젠 재벌 차례다'라고 써진 신문을 읽고 있다.ⓒ뉴시스

상속세율 높다는 재계…“데이터 의도적으로 왜곡”

재계는 한국 상속세가 국제적 수준과 비교해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10월 ‘국제비교를 통해 본 우리나라 상속·증여세제 현황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가족에게 기업을 물려줄 경우 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경총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직계비속에게 적용되는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은 우리나라(50%)가 일본(55%) 다음으로 2번째로 높다. 또한 경총은 주식으로 기업을 물려주는 경우 한국은 최대주주 주식 할증이 적용돼 실제 부담하는 최고세율은 65%로 일본보다 높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단 다른 국가와 비교할 때 세율 산정 기준을 달리 적용해 사실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는 “다른 나라 경우에는 각종 공제를 적용해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율을 기재했음에도 한국 경우는 명목상 세율을 할증해 기재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비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독일, 프랑스, 벨기에의 ‘상속세 명목 최고세율’을 각각 50%, 60%, 80%라고 기재해 놓고 ‘직계비속 상속 시 실제 상속세 최고세율’은 각각 30%, 45%, 30%로 낮췄다. 반면 한국은 명목 세율 50%에서 할증률 30%를 적용해 실제 최고세율을 65%로 설정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한국 명목 최고세율이 65%라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65%라는 숫자는 명목 최고세율 50%에 상속세 최대 할증률 15%를 더해 산출한 값인데, 상속제 할증률은 주식평가액수에 적용할 뿐 세율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령 A씨가 보유한 B기업 주식이 과반수 이상인 경우, 주식가치에 해당하는 과세표준이 100억원이라 가정하면 이 주식을 증여하거나 상속할때 과세표준에 할증률 30%, 30억원을 더해 130억원을 과세 대상 금액으로 보고 상속세를 계산한다. 세법은 30억원 이하 자산에 대한 상속세를 10억 4천만원으로, 30억원 초과 금액인 100억원의 50%인 50억원으로 계산한다. 합하면 상속세는 60억 4천만원이된다. 상속자산 규모에 따라 과세표준이 달라질 뿐 최고세율은 50%로 변동이 없다. 납부 세금도 경총 주장에 따라 65%를 적용한 65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총수일가 입맛 따라 뗏다 붙이는 ‘경영권 프리미엄’…“할증제도는 원칙 지키기 위한 장치”

할증제도는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상속세에 반영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최대주주 지분을 인수할 때 시장가격보다 높은 거래 금액을 책정한다. 최대주주 지분을 확보하면 경영권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주식을 KB지주에 매각할 때 현대상선과 총수일가 주식은 2만3182원에 거래됐으나, KB증권이 인수 후 소액주주들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한 가격은 6737원에 불과했다. 또한 SK그룹이 LG로부터 인수한 SK실트론 주식은 주당 1만8139원에 거래됐지만, 이후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거래할 때는 1만2871원을 기준으로 했다. 총수일가가 주식을 팔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고 팔 때는 프리미엄을 배제한다. ‘아전인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개혁연대는 “총수일가에게 유리한 방식으로만 경영권 프리미엄 존재 유무를 가르는 상황에서 해당 주식을 상속할 때는 경영권프리미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재계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 회계사는 “경영권 프리미엄 적용에 일관성이 없다”며 “상속세 할증은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조한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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