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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사일은 “대남 무력시위”…문 대통령엔 비난 수위 조절

등록 :2019-07-26 18:16수정 :2019-07-26 23:40

 

 

김 위원장 신형미사일 발사 지도 의미 
미사일 발사 ‘경고성 무력시위’ 밝혀
“최신 무기 반입·군사연습 중단을”
트럼프 “작은 미사일일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 25일 신형 단거리 탄도 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직접 조직, 지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조선 당국자가 최신 무기 반입과 군사연습을 중단하고 지난해 4월, 9월과 같은 바른 자세를 되찾기 바란다는 권언(권하는 말)을 남쪽을 향해 오늘(25일)의 위력시위사격 소식과 함께 알린다”고 말했다고 26일 <노동신문>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남조선 당국자’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킨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무력시위’로 남쪽의 F-35A 등 첨단무기 도입과 8월 한-미 연합 군사연습 중단을 압박하는 한편으로,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돌아가자는 호소다. 4·27 판문점선언은 “남북 군사신뢰구축과 단계적 군비감축”, 9·19 평양공동선언은 “비무장지대(DMZ) 등 대치지역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실질적 전쟁 위협 제거” 등의 약속을 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이 필사적으로 끌어들이는 최신 무장장비들은 공격형 무기들이며 그 목적 자체도 변명할 여지 없고 숨길 수 없는 것”이라며 “우리 국가의 안전에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고는 “그것들을 무력화시켜 쓰다 버린 파철로 만들기 위한 물리적 수단의 개발과 실전 배비를 위한 시험들은 우리 국가의 안전보장에 급선무적인 필수사업이며 당위적인 활동”이라고 “동행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들과 국방과학 부문 간부들에게” 선언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동력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북한이 쏜 미사일로 남북 간에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월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과 관련해 “변화된 사항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첨단공격형 무기들”이 뭔지 특정하지 않았다. 앞서 북쪽은 1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담화’로 “남조선 당국이 ‘보이지 않는 살인무기’로도 불리는 ‘F-35A’를 미국으로부터 납입하려 하고 있다”며 “상대방을 겨냥한 무력증강을 전면중지할 데 대하여 명백히 규제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비난했다.

 

한국군은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전투기인 F-35A를 올해 들어 지금까지 8대 들여온 데 이어 연말까지 모두 합쳐 16대를 들여올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의 최신예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도 9월 2대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4대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근본적으론 다수의 스텔스기와 정찰위성을 갖춘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군사력 불균형을 줄이려는 중장기 전력증강계획의 일환이다. 하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군지휘부를 정밀타격하는 작전의 핵심 자산이기도 해 북쪽 군부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 4월 ‘사회주의 경제건설 집중’을 새 전략노선으로 채택한 뒤 “모든 힘을 경제건설에 집중”(4월12일 최고인민회의 14기 1차 회의 시정연설)하자며 인민군과 군수공업까지 동원해온 김 위원장으로선 안팎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선 “군수공업부문에서 경제건설을 적극 지원해야 하겠습니다”라고, 조선인민군 창건 71돌인 2월8일엔 인민무력성에서 군단장·사단장·여단장을 모두 모아놓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관건적인 해인 올해에 인민군대가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김 위원장으로선 ‘남조선과 미국이 우리를 기만하고 있다. 이대로 손놓고 있을 수 없다’는 군부 중심의 반발을 다독일 대응 행동이 불가피했을 것”(외교안보분야 고위 인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노동신문>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은 “남조선 군부호전세력들”과 “남조선 당국자들의 이중적 행태”를 비난하면서도, 사실상 문 대통령을 가리키는 ‘남조선 당국자’한테는 ‘권하는 말’만 내놨다.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문제삼으나 대미 경고는 없었다. 25일 미사일 발사가 대남 경고용 ‘무력시위’라면서도, 정작 미사일은 남쪽의 반대 방향이자 주변국 어느 곳도 지나지 않는 “동해 북동쪽 (먼바다)”(26일 합동참모본부)로 쐈다. 군사적 대치와 충돌보다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수행 간부들한테 “초강력 무기체계 개발”을 지시하면서도 “부득불”이라는 수식어를 앞세웠다. 특히 <노동신문>이 사실상 문 대통령을 향해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그 앞에 “아무리 비위가 거슬려도”라고 단서를 단 대목은 섬세한 독해가 필요하다. 북한식 어법에 밝은 전직 고위관계자는 “군부의 반발을 다독이며 경제건설 노선을 지속해야 하는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헤아려달라는 김 위원장의 문 대통령을 향한 호소의 성격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그들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정말로 작은 미사일들(smaller ones) 외에는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아 왔다”며 소형 미사일은 “많은 이들이 실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과 협상 과정을 중단할 중대 사유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성연철 기자 nomad@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903530.html?_fr=mt1#csidx57171922dee321cbc9188f59060ab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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