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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영유권 얽힌 ‘러 영공 침범’…정부 “ARF서 거론 않겠다”

독도 영유권 얽힌 ‘러 영공 침범’…정부 “ARF서 거론 않겠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입력 : 2019.07.29 06:00 수정 : 2019.07.29 08:08
 

외교부 “전체회의 아닌 러·중과 양자회담서 엄중히 다룰 것”
영유권 분쟁지역 인식 우려…실효지배 상황서 재논쟁 피해야
국제회의 기회 삼아 일본이 직접 거론 땐 강력 반박 불가피

러시아 TU-95 폭격기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 TU-95 폭격기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러시아 군용기의 지난 24일 독도 영공 침범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으로 28일 알려졌다.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에 위해를 가하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정부는 이 문제를 러시아와 양자회담에서만 다루는 등 조심스럽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쟁점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ARF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의 영공 침범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제회의에서 특정 국가를 지목해 거론하는 것은 관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우회적 표현으로 언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러시아와의 양자회담에서 엄중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 군용기의 영공 침범은 한·러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중국·러시아가 합동군사훈련 중 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어오고,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한국 공군이 경고사격까지 한 중대 사안이다. 한·중·일·러의 전투기와 군용기 30여대가 뒤엉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진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미국이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즉각 반응한 것도 이 문제가 동북아 전체와 미국이 얽힌 국제안보적 차원의 사안임을 보여준다. 한·미·중·러·일 등이 모두 참가하는 안보협의체인 ARF에서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한·미·중·러·일 등이 모두 참가는 안보협의체인 ARF에서 이 문제를 공식 거론하기 어려운 것은 이 문제가 ‘독도 영유권’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거론하는 순간 독도 영유권 문제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오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정부는 독도가 국제적으로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으로 인식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문제를 철저하게 ‘로키(low-key)’로 다루고 있다. 독도는 한국이 실효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그대로 두면 영유권은 불변이지만, 이 문제가 공론화되고 국제적으로 영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만약 ARF에서 정부가 러시아의 영공 침범을 공개 거론하고 일본이 이에 대응하면 한·일이 국제회의에서 독도 영유권 문제로 다투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되고 독도가 국제분쟁지역임을 확인하는 꼴이 된다.

그러나 한국이 ‘로키’로 대응해도, 일본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ARF에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성 조치에 따른 한·일 갈등으로 한·일이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일본으로서는 국제회의에서 ‘독도 문제로 논쟁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일본이 국제회의에서 독도 영유권을 제기하는 것은 한·일관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최대 수위의 도발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일이 그렇게 전개되면 우리도 발언권을 얻어서 강하게 반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7290600025&code=910302#csidx2fedc4226d483af99553e2e0e65e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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