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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더 늦춰서는 안되는 검찰 개혁
하나의 사건을 놓고 검찰이 불과 4개월 사이, 범죄혐의 내용에 전혀 변동이 없었는데도, 유·무죄를 상반되게 판단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 적이 있다. 1995년 7월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전두환·노태우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들의 학살·정권 찬탈과 분탕질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은 불기소 처분 뒤 겨우 넉달만에 구속되었다.
똑같은 범죄 혐의에 대해 그들을 불기소처분 했던 검찰이, 똑같은 죄목을 적용해 그들을 감옥에 보냈다. 전두환씨가 구속된 그해 12월3일의 닷새 뒤인 12월8일자 국내 한 일간지에 "우리는 개다. 물라면 물고 물지 말라면 안 문다"라는 관여검사 한 사람의 '고백'이 기사로 실렸다. 고백은 지금 곰곰 생각해도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었던 듯싶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나라 현대사에는 특히 권력의 핵심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으르렁대는 '개'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주인들의 위세를 등에 업고 세상을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락펴락 마음껏 휘둘러대는 무리들이었다.
이승만 자유당정권의 '으뜸 개'는 경찰이었다. 당시 경찰의 곽영주란 이름의 경무관이 경무대(지금의 청와대)에 또아리를 틀고 앉아 전국을 호령하고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이 그의 영향권이었다. 필자가 7~8년 전 한 칼럼에 소개한 적이 있는 그 무렵의 일화 한토막이 있다. 자유당 말기, A씨가 강원도 횡성 경찰서장으로 발령 받았을 때 그의 계급은 무궁화 둘인 경감이었다.(지금 경감은 경찰서장 계급인 총경의 무궁화 4개보다 두 단계 아래 계급이다)
그 계급장을 달고 부임 인사차 관내 군부대 사단을 방문했던 날을 그는 오래오래 잊지 못했다. 대단했다. 사단장이 군악대를 이끌고 정문에 까지 마중을 나왔다. 연병장에 전 사단 병력을 집합시켜놓고 사열행사를 베풀기까지 했다. 각 경찰서마다 사찰과라는 정보보고 기능이 있었고, 때문에 사단장도 경찰 쪽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던 시절이었다. 경찰은 그 무렵 으뜸 개였지만 훗날처럼 살기등등하지는 않았던듯하다.
이 특수 권력은 1961년 '박정희 쿠데타'로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 창설된 중앙정보부로 건너간다. 중앙정보부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무서운 힘을 가진 조직이었다. 야당이 제안한 내무장관 해임 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하여 지시를 어긴 여당 국회위원들을 정보부에 데려다 무릎 꿇려 놓고 참혹한 고문도 서슴지 않았다.
공화당 중진이었던 김성곤 의원은 그 때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콧수염이 한올한올씩 뽑히는 고통을 겪었고, 함께 끌려갔던 20명의 의원들도 모두 생똥을 쌀만큼 가혹한 매질을 당했다. 주인인 대통령의 "물어뜯으라"는 명령에 따라, 무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친개처럼 공격해대는 역할도 그 무렵 정보부의 임무였다.
검찰과 함께 죄 없는 사람 죄인이나 간첩 만드는 것은 그들의 전공과목이었고, 필요에 따라 생사람도 죽였다. 인혁당 사건의 젊은이 8명이 터무니없이 간첩으로 몰려 전격적으로 교수형을 당한 '사법 살인사건'도 주인의 지시에 따른 정보부와 검찰의 합작품이었다. 전두환 보안 사령관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으면서 일시적으로 보안사가 으뜸 개 노릇을 했으나, 정보부가 검찰을 부리며 개의 권리를 다시 넘겨받았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시절은 개의 주인이 없는 특수권력 무주공산(無主空山)의 시대였다. 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개 주인 노릇에는 별 관심이 없으면서도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문제'라는 확실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결국 그게 빌미가 되어 개혁에 저항하던 검찰의 보복으로 '논두렁 시계 사태'를 거쳐 참혹한 최후를 맞이했다. 개가 전 주인을 물어뜯어 목숨을 빼앗은 비극이라 보는 사람들이 많다.
검찰의 권력욕심은 대단했다. '노무현 비극' 이후 민심과 야당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2011년 국회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원성'이 대상인 중수부를 폐지하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이때 검찰의 저항은 상상을 초월했다. "상륙 작전 중인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할 수는 없다"면서 '저축은행 수사'를 중단하는 '파업'까지 단행했다. "수사로 말하겠다"라는 협박성 으르렁 성명도 나왔다. 일각에서 "그렇지, 국회가 검찰의 사냥터가 아니던가"하는 체념성 탄식이 뒤를 이었고, 이어 '주인'집(청와대)에서 당시 여당의원들에게 백지화 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
좌우지간 검찰에 불리한 개혁방안은 손도 못 대게 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권 행사 문제를 놓고도, 그 요건을 '법무장관령'으로 정하도록 정부의 방안이 확정된 뒤, 국회에서 이를 법무장관령 아닌 '대통령 령'으로 정하도록 바꾼 게 또 탈이었다. 그리 되면 검찰에 불리하다는 것이었다.
'합의 위반'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고, 끝내 김준규 검찰총장이 사표를 내던졌다. 후임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뜬금없이 '종북좌파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다. 검찰 건드리지 말라는 협박으로 다들 받아들였다. 중수부는 훗날 폐지되었으나 거대한 힘의 특수부가 대신 등장해 있다.
▲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집회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 들어서며 국정원이 국내정치에서 손을 떼도록 하면서, 대통령의 개주인 역할도 사실상 없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주인이 되어 있고 그러면서 '조국사태'가 시작되었다.
흔히들 조국사태를 놓고 조국장관 개인 문제 때문에 빚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밑바닥 본질은 따로 있다. 바로 검찰의 개혁거부요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예나 지금이나 검찰이 기득권을 내려놓거나 내놓으려 하지 않는데서 시작된 문제다. 다들 안다. 인사권자가 따로 있는데도,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조국장관이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우려가 너무 컸다는 거다.
조국 일가 문제는 법의 절차에 따라 수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면 그뿐이다. 혹시 문제가 있다하여 그것을 빌미삼아 개혁에 저항하는 것은 안 된다.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온 국민의 민주 검찰에 대한 열망이 더 늦춰져서는 안 된다. 특히 검찰이 정치를 하려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검찰이어야 한다.
검찰청법 제4조 2항에는 '검사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검사 임명장을 받을 때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바로 개혁이다.
70군데 압수수색 등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수사'도 그렇지만, 11시간 압수수색을 하면서 검찰이 연출한 장면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28세 여성인 조국장관 딸의 중2때 일기장을 내 놓으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딸이 중2때면 대략 2005년 전후가 될 듯싶다. 그 2005년에 중2인 딸이 14년 뒤인 2019년에 저지를 범죄를 예비 음모라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지도 모른다. 그 '증거'를 확보하려한 윤석열 검찰의 섬세하고 예리한 수사 기법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과도한 것은 제어되고 조절되는 게 옳다. 지나친 검찰 권력이 그렇고 '이른바 언론'(언론이 아니다)들의 행태가 그렇고 도를 넘는 트집 까탈과 발목잡기가 그렇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다 개혁돼야 할 대상들이다. 시중에는 어느새 '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신문 칼럼이 수군거림이 되어 나돌고 있다. '권력의 개가 이리로 변했다'는 또 다른 언론인의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검찰을 주시하면서 하는 이야기들이다.
개가 함부로 사람을 무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반드시 튼튼한 목줄이 필요하다. 입마개도 필요하다. 광견병 예방주사도 꼭 맞혀야한다. 그것은 개를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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