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교민 173명 15일 진천 국가 인재원서 퇴소…모두 건강
진천 주민 300여명 교민 환송…“잘 가세요, 건강하세요”
주민 꽃 흔들며 건강 기원, 펼침막·손팻말로 환송
교민들, 붙임쪽지 등으로 진천 주민 등에 감사의 뜻
충북 진천 주민 등이 15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퇴소하는 중국 우한 교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충북 진천 주민 등이 15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격리 생활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퇴소하는 중국 우한 교민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송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증(코로나 19)을 피해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뒤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국가 인재원)에서 보름 동안 격리 생활을 해 온 교민 173명이 15일 오전 모두 퇴소했다. 진천·음성 주민 300여명이 손을 흔들며 배웅했고, 거리엔 환송 펼침막이 나부꼈다.
 
교민들은 이날 아침을 먹고, 간단한 보건·검역 절차 등을 마친 뒤 이날 오전 10시 20분께 정부합동지원단이 준비한 버스 9대에 나눠 타고 국가 인재원을 빠져나갔다. 일부 교민들은 버스에서 거리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했다. 이들은 서울, 대구·영남, 충북·대전·호남, 경기, 충남 등 5개 권역 거점 터미널 등으로 이동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156명, 1일 11명, 2일 6명 등 단계적으로 국가 인재원에 수용돼 격리 생활을 해왔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시종 충북지사, 송기섭 진천군수, 조병옥 음성군수 등이 국가 인재원을 찾아 교민들을 배웅했다. 진천·음성군은 이들에게 천연 비누, 들기름 등을 선물했다. 정 총리는 구내방송을 통해 “2주일 동안 답답하고 불편했겠지만 정부 방침에 잘 협조해 줘 고맙다. 생거진천이란 말처럼 좋은 땅, 후덕한 인심의 고장 진천에서 보낸 시간이 의미 있었기를 바란다. 건강에 유의하고 일상의 행복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충북지사는 “충북에서 지낸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가 인재원 앞엔 진천·음성 주민 등 300여명이 교민들을 환송했다. 이들은 교민이 탄 버스가 지나가자 손을 흔들며 “건강하세요”를 외쳤다. 일부 시민은 꽃을 흔들기도 했으며, 박수를 치며 이들의 귀가를 축하했다. 진천 주민 박지민(57)씨는 “엄마, 누나, 언니의 마음으로 교민들이 잘 지내기를 기원했는데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퇴소하게 돼 축하하려고 나왔다”며 “어디에 가든 우리 모두 한 국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튤립을 흔든 임은화(46)씨는 “두렵고, 외롭고, 힘든 보름을 잘 견뎌줘 고맙다”며 “앞으론 건강하게 꽃길만 걷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진천 이웃인 음성 주민 등이 15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퇴소하는 우한 교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손팻말을 보이고 있다.
진천 이웃인 음성 주민 등이 15일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앞에서 퇴소하는 우한 교민의 건강을 기원하는 손팻말을 보이고 있다.

 

진천 이웃인 음성군 공무원과 주민 등은 ‘교민 여러분 꽃길만 걸으세요’, ‘건강한 퇴소를 축하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등 손팻말을 흔들며 교민을 환송했다. 음성 맹동 주민 김춘빈(57)씨는 “교민들이 들어올 때 환영하지 못해 조금 미안했다. 교민이 미워서가 아니라 정부 때문이었다.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다음에 관광객으로 생거진천에 꼭 들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 인재원에서 퇴소한 박아무개씨는 “혼자 밥 먹는 게 외롭고 힘들었는데 가족과 같이 밥을 먹고 싶다. 따뜻하게 맞아준 정부, 진천 주민과 시민 등에게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과 시민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된 붙임쪽지 게시판. 중국 우한 교민들은 붙임쪽지로 감사의 뜻(위)을 보였으며, 시민들도 붙임쪽지를 통해 건강 등을 기원(아래)했다.
중국 우한에서 온 교민들과 시민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된 붙임쪽지 게시판. 중국 우한 교민들은 붙임쪽지로 감사의 뜻(위)을 보였으며, 시민들도 붙임쪽지를 통해 건강 등을 기원(아래)했다.

 

잠복기(14일) 격리 생활을 마쳤지만 교민과 주민 접촉을 제한한 터라 붙임쪽지(포스트잇)가 이별의 정을 나누는 창구가 됐다. 교민들은 ‘부족한 것 없이 세심하게 돌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잘 지내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내용을 남겼다. 교민 생활 관리를 해 온 박종현 행정안전부 안전소통담당관은 “교민과 일일이 말은 못했지만 포스트잇 등으로 고맙다는 뜻을 전해왔다. 2주일 동안 생활을 잘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기쁘고, 고맙다”고 밝혔다.

 

지진천 주민 등이 15일 중국 우한 교민 퇴소를 축하는 붙임쪽지 글을 쓰고 있다.
지진천 주민 등이 15일 중국 우한 교민 퇴소를 축하는 붙임쪽지 글을 쓰고 있다.

 

진천 등의 주민들은 국가 인재원 앞 재난대책본부 게시판에 ‘다음에 다시 만나요’, ‘교민 여러분 사랑해요. 우리는 대한민국’, ‘생거진천에 꼭 놀러 오세요’ 등 붙임쪽지 100여장을 붙였다. 두 아이와 함께 나온 진천 주민 이효정(42)씨는 “안에 어린아이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모두 건강하게 나가게 돼 기쁘다”며 “아이와 함께 건강을 기원하는 박수를 쳐 주려고 나왔다”고 했다.

 

진천 덕산 주민들이 15일 중국 우한 교민 퇴소를 축하하고 있다.
진천 덕산 주민들이 15일 중국 우한 교민 퇴소를 축하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앞길에 게시된 중국 우한 교민 건강 기원 펼침막.
국가공무원 앞길에 게시된 중국 우한 교민 건강 기원 펼침막.

 

국가 인재원 앞 100여m 거리에는 ‘퇴소를 축하합니다’, ‘진천을 기억해 주세요’ 등 환송 펼침막이 이어졌다. 진천 주민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정부의 임시 수용 시설 결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교민 입소 반대 집회·농성을 이어가다 교민 입소 2시간여를 앞두고 농성을 풀고, 교민을 맞았다. 이후 교민과 경찰·공무원 등 근무 인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충북도는 진천 주민과 후원 물품 기부자, 현장 근무자 등에게 감사 편지를 보냈으며, 우한 교민 수용 과정과 이어진 봉사·기부 행렬 등을 담은 수기집을 만들기로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15일 진천 중앙시장을 찾아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15일 진천 중앙시장을 찾아 장보기 행사를 하고 있다. 충북도 제공

 

충북도와 진천군 등은 교민이 퇴소와 함께 지역 경제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이 지사와 정 총리 등은 교민 환송 뒤 진천 중앙시장을 찾아 장보기 행사를 했다. 이 지사는 “코로나 19 여파로 졸업식 등 행사가 취소되면서 지역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방역 조처를 철저히 한 뒤 문화 행사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천/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rea/chungcheong/928365.html?_fr=mt1#csidxaec22bc69f13e1fa8227a0ff26ab5ed